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대할때 고개를 돌려 외면을 한다. 귀찮고, 엮이면 번거롭고, 진실을 아는게 두렵기 때문이다. 모른척 외면해 버리면 안 일어난 일 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시 고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야만적인 앨리스씨"는 가정폭력 이라는 우리가 대현하기 불편한 진실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야기 중간 중간 불편함을 느껴 책을 덮어 버리고 싶을 때마다 우리를 부르고 있다.
" 그대는 어디까지 왔나. 그대를 찾아 머리를 기울여본다."
이건 내 일이 아니다. 모른척 하자.
"그대는 고모리를 기억하나."
속이 불편하다, 역겹다.
"그대는 어디까지 왔나."
귀찮아 진다, 뒤돌아 서고 싶어진다.
"그대는 어디까지 왔나."
작가는 독자들로 하여금 외면하지 못하게 잘 따라 오는지 저만치 서서 고개를 빼고 서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9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 아동 양육자 가운데 지난 1년간 아동을 학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7.6%로 나타났다. 여가부는 지난해 8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9,060명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실태를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서 아동폭력 가해율은 3년 전 부모에 의한 자녀 학대율 조사 때 나온 수치인 27.6%와 같다. 아동 학대 경험이 있는 여성이 32.0%, 남성은 22.7%였다. 폭력 유형별로는 정서적 폭력 24.0%, 신체적 폭력 11.3%, 방임 2.0% 순으로 높았다. - 서울경제 (2020.3/26일) -
어릴적에 우리집 알람은 뒷집 아줌마의 고함 소리였다.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욕하며 고래고래 고함치는 소리, 빗자루 들고 아이를 쫒아 뛰쳐 나오는 소리에 잠은 자동으로 깰 수 밖에 없었다. 하루가 멀게 그야말로 아이들을 두들겨 팼다. 매일을 온 동네가 시끄럽게 난장을 쳐도 어느 집 하나 나서는 일은 없었다. 우리 엄마조차 교양머리 없다며 쯔쯔 혀를 차셨을 뿐이다. 그건 그집의 가정사에 간섭 했다간 큰 싸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때는 그랬기에 그 정도가 학대 인지는 모르겠다.
이정도 가지고 이게 무슨 아동 학대야! 이정도는 누구나 다 맞고 자라. 버릇 고치기에는 매가 최고야. 흔히들 듣고 내뱉던 말들 이다.
학대 정도 까지야 아니더라도 폭력은 폭력 이다. 어른이야 주먹으로 콕 쥐어 박았을 뿐이지만, 조막 만한 아이 입장에서는 바윗덩이로 맞는 기분일 게다.
뉴스에서 종종, 계모, 계부,,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나온다. 관련 법이 강화되고, 엄격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한다고 떠들다가도 어느새 사그라져 버린다. 대중은 다른 이슈에 관심을 갖는다. 아이들을 향해 짧게 나마 보냈던 위로를 거두어 들인다.
작가는 가벼운 위로를 함부로 하지 않는다. 해결책을 주지도 않는다. 그냥 이야기를 들려줄 뿐 이다. 지속적으로 얘기 함으로 독자로 하여금 듣게하고, 기억하게 하고, 따라 가게끔 만든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감독하게 만든다.
책 내용은 시종일관 무겁고 우중충하고 우울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여타 동일 소재의 소설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처음 첫 줄을 읽는데 판타지 소설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 요소는 중간 중간에 더러 나타난다. 엘리시어라는 이름에서 부터 판타지 느낌 이다. 엘리시어가 앨리스가 되어 끝없는 토끼굴 속으로 떨어져 내려가고 있는 것을 묘사하는 장면은 그의 고통의 지속을 나타내고 있으며, 아동학대의 무한반복 됨을 의미 한다. 또한 여장 부랑자 엘리시어가 사거리에서, 주위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듯이 서있는 모습을 이야기 첫 부분과 끝 부분에 반복적으로 얘기 함으로 언제고 우리 주변에서 마주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그러니 그때는 불쾌해 하거나 불편해 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탈리아 언론 '라 레퍼블리카' 선정, 최고의 이탈리아 소설
▶평범하게 살고 싶은 이를 위한 '악과 함정'에 관한 이야기
▶선택지가 죽음뿐인 여성에게 찾아온 진정한 고통은 죽음 아닌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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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음식을 먹어야 했던 여성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 마고 뵐크의 인터뷰로 시작된 이 책은 악이 만든 함정에 빠져버린 평범한 인간의 고뇌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 로자로 다시 탄생한 실존 인물 마고 뵐크는 1941년 24세의 나이에 자신을 포함한 총 15명의 여성과 함께 히틀러의 음식을 맛보게 되었죠. 마고 뵐크는 이들 중 유일한 생존자이며, 2013년 독일 언론 슈피겔을 통해 70년 간 비밀로 간직했던 이야기를 공개했습니다. 종전 후 마고 뵐크는 독이 들어있을지 모를 음식을 먹는 것에서 탈출했지만, 자유의 몸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함께 음식을 감식했던 여자들은 모두 처형당했고, 독일 장교의 도움으로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으나, 소련군에게 잡혀 14일 간 성폭행을 당해 불임의 몸이 되었습니다.
마고 뵐크는 분명 전쟁의 피해자였으나, 히틀러를 위해 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죽을 수 있기에 70년 동안 비밀을 지켰습니다. 히틀러의 음식을 먹어도 죽고, 도망쳐도 죽고, 종전 후에는 나치 추종자란 명목으로 죽을 수 있었던 그녀의 삶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이탈리아 언론 '라 레퍼블리카'는 이 이야기를 지난 10년(2010~2019) 동안 나온 최고의 이탈리아 소설 중 하나로 선정하며, 그것이 바로 '악과 함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정리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 로자는 나치 사상에 관심 없는 그저 평범한 독일 여성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강제로 히틀러를 위해 일해야 하는 순간, 그녀는 나치 추종자가 되었고, 살아남고자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 장교를 사랑했습니다. 그 덕에 살아남았지만, 그녀는 히틀러를 도운 일, 나치 장교를 사랑한 일, 혼자 살아남은 일에 고통받았습니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 말하는 것처럼 살고자 악에 한 발 걸치는 것은 괜찮은 것일까요. 괜찮지 않다면, 한국의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처럼 자의에 상관없이 일제에 이익을 준 것도 악에 한 발 걸친 것이라 할 수 있을까요.
이 소설은 바로 이런 모순이 악이 우리를 함정에 빠뜨리는 방식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살기 위해 원하지 않은 일을 했을 때, 살아남는 것 자체가 트라우마가 된다고 말입니다. 강제로 원하지 않은 일을 한 기억은 마치 원죄라도 되는 것처럼 끝까지 기억에 남아 우리를 괴롭힙니다. 그 기억을 안고 우리는 어떻게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요. 비밀을 지키는 것으로? 아니면 후회하는 것으로?
소설의 로자는 그저 이런 불합리한 일을 막을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평범한 행복을 꿈꿀 수 있을 때 나치가 무엇인지, 올바른 정치가 무엇인지 생각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요. 역사를 통해 인간의 모순적 삶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하는 분에게 이 책을 정말 강력하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