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 팔로우
삼국지 (전10권)의 표지 이미지

삼국지

나관중 지음
민음사 펴냄

이문열 평역본은 다른 어느 <연의>와도 차별화되는 <삼국지>다. 역사를 접하기 위해서라면 손대지 않는 편이 낫겠으나 역사를 바탕으로 한 대하소설로 보자면 박종화나 정비석, 심지어는 장정일과 황석영 것보다도 월등하다. 고증과 오역의 아쉬움은 뒤로 하고 제 문장력을 믿고 적극적으로 나아가는 필치가 단기필마로 전장을 가로지르는 조자룡을 보는 듯하다. 당시로서는 흔치 않게 조조의 매력을 극대화해 묘사한 부분도 신선하고 서술자의 적극 개입으로 배경지식을 충실히 전달한 점도 만족스럽다. 일그러진 영웅주의적 한계가 아쉽긴 하지만 평역자 스스로가 걸출한 문장력에 비해 일그러진 역사관과 인물관을 가졌다는 내적 한계를 고려하면 기꺼이 이해할 수 있겠다.
2024년 1월 17일
0

김성호님의 다른 게시물

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한강은 이 소설을 쓴 뒤 가진 인터뷰에서 아름다운 것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설 가운데 아름다움을 찾아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훨씬 더 고통과 분노와 절망 따위가 흩뿌려져 있는 듯하다. 마치 더욱 참혹한 고통을 다룬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를 써낸 뒤 그것이 사랑이야기라고 주장했던 것만큼이나 당혹스럽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위에 발췌한 짤막한 구절에서 엿보이듯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 또 우정과 사랑에 대한 흔적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너무 흔한 고통과 절망 가운데서 이러한 요소들이 더욱 두드러져 보이기도 한다. 마치 발가벗겨져 쫓겨난 뒤에야 옷과 집, 부모가 준 애정의 가치를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여수의 사랑>은 그래서 아름다움이며 사랑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를 일이다.

여수의 사랑

한강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12시간 전
0
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자본주의에 잠식된, 아니 결탁했단 표현이 보다 어울리는 미술계를 담당하는 기자다. 한때는 호흡이 긴 지면 기자로 일했으나 <TV조선> 이직 후엔 1분40초 내외의 방송리포트로 미술 행사를 꾸려나간다.

박소영이 작품을 대하는 틀은 대체로 생태와 동물권에 깊이 엮여 있다. 다른 생명을 착취하지 않고 자연을 해하지 않는 것이 이 시대 지구와 인류에 가장 주요한 덕목이라 여기기 때문일 테다. 작금의 기후위기를 비롯해 지속가능한 소비를 유지하는 일을 생각하면 충분히 미술과 이와 같은 기준을 엮는 데 고개가 끄덕여지긴 한다.

다만 그리 길지 않은 책 가운데서도 독자적 통찰이 얼마 보이지 않고 대동소이한 잣대만 거듭 들이대는 게 아쉽다. 생태와 동물권에 대한 잣대가 작품을 평가하는 우선적이자 거의 유일해보이는 기준이 아닌가. 그 시대적 유효성에도 불구하고 저의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이라면 그 이상을 내놓아야만 한다고 나는 믿고 있는 것이다.

박소영의 해방

박소영 지음
편않 펴냄

1일 전
0
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흰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 모음집, 그 가운데 드러나는 건 차라리 작가 자신이다. 한강이 희다고 여긴 것들, 그리고 그 이유를 통해 독자는 글쓴이가 어떤 인간인지를 읽어낸다. 그녀가 태어나기 몇 년 전 홀로 낳은 아이의 숨이 끊어지는 걸 보아야 했던 어머니가 있고, 훗날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어린 작가가 있다. 갓난 아이가 죽어 식어가는 모습을 견뎌야 했던 여자의 이야기는 작가가 안고 있는 슬픔의 근원처럼도 보인다.

단 몇 시간이면 충분히 읽어 내릴 수 있는 글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며칠에 걸쳐 읽었다. 그러나 그 시간은 내게 한강보다는 다른 이를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책을 준 이가 여백마다 빼곡하게 적어둔 메모, 그녀가 인상 깊게 읽었다는 문장들이 자주 호흡을 멈추도록 했다. 그리고 그 문장을 다시 찾아 읽으며 어째서 누구는 울림을 얻고, 나는 그러하지 못했는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한강 지음
난다 펴냄

1일 전
0

김성호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