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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디자인

하라 켄야 지음
안그라픽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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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잠언"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것 같다.
-그가 말하는 디자인의 정의를 내 나름대로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디자인: "디자인이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생생하게 인식하는 것" 즉, 디자인은 다양한 미디어(지면, 영상, 제품 -제품의 소재, 텍스쳐, 색채, 등-, ...)간의 관계 구축을 통해 가장 논리적이며 동시에 즐거움을 주는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디자인은 미디어 간의 네트워크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미디어이기도 하다. 특히, 하라 켄야는 순수예술과 차별화 되는 디자인의 특성으로서 다수에게 그 의미가 공유되는 (사적 해석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사회성을 든다. (2)교육으로서의 디자인: 디자인은 수동적으로 정보를 넘겨주는 매개체가 아니라 사용자의 생활 전반에 걸쳐 미와 가치에 대해 학습하도록 하는 능동적인 프로그램이다. 다만, 하라 켄야는 직접적으로 명령을 내리는 디자인보다 사용자로 하여금 반추하게 만들고, 그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도록 유도하는 디자인을 우위에 둔다. 이러한 점에서 (1)과 (2)는 서로 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1)은 어떤 보편적인 언어로 다가가는 디자인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2)는 사용자의 주체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디자인의 다의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곱씹어 보면 (1)과 (2)는 상호배타적이지 않고, 오히려 상호보완적이다. 가장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일 수록 유동적으로 사용될 수 있고, 유동적이지 않으면 대중에게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없다. 하라 켄야가 예시로 든 종이가 그러하고, 백색이 그러하다.
-안그라픽스에 판권을 넘기면서 어디까지 저자가 레이아웃에 개입하였고, 원본이 유지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책의 크기, 편집, 구성, 문장, 그래픽 등이 모두 기본기를 충실히 지키며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특히, 그의 철학을 시각화한 삽화들은 디자이너로서 그의 실력을 드러낼 뿐 아니라, 그의 철학을 훨씬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
2017년 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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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zt2e1ztho9pr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집어들면서 한숨을 쉬었다. 대선후보자들의 책을 다 읽어보겠다고 결심하고, 책을 고를 때 나름의 기준을 세웠다. 대선 후보자들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도 없고, 자서전을 읽고 싶은 것이 아니므로, 대선 후보자들 스스로 출마 의지를 담아 내보인 책을 읽기로 하였다. 그러므로 가장 최신작을 골랐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써준 평전이 아니라 자신의 글로 자신을 나타내는 책이길 바랐다. 그렇게 자기를 표현해낼줄 아는 사람 또한 정치하는 사람의 덕목이라고 생각해서다. 문재인 말하고, 문형렬 엮다. 결국 인터뷰다. 원래 책은 출판사의 편집자에 의해 다시금 태어나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 내내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물음에 대해 답한 것이 어디까지가 문재인 후보고 어디까지가 문형렬씨의 감상인지.

소년처럼 손가락 걸고 약속했다는 부분이나, 문재인씨의 외모를 성자처럼 표현하는 것이 무척 불편하고 오그라들었지 결국 대담 형식 또한 한명의 후보가 택한 표현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재인 씨는 어쩌면 스스로 얘기 하는 것 보다, 지지자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훨씬 매력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지도. 감상적인 평가가 개입할 때마다 한국영화의 쥐어짜내는 신파를 볼 때 처럼 짜증 내다가도 정말 가슴이 애잔해 창 밖을 내다보며 울먹거렸다. 이 책의 모든 부분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고 싶어도 현 정권이 내 신뢰를 너무 박살내놔서 그렇다. 하지만 질문에 응하는 한결같은 태도는 타인의 눈을 거쳐도 묻어나는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올곧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이 된다. 안희정 후보의 한국과 문재인 후보의 한국은 다르다. 두 후보의 적도, 지향점도 비슷하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평화, 자유, 정의는 서로에게 필수 불가결하지만, 이상적인 사회가 아닌 재화가 한정된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반비례한다. 안후보의 핵심이 자유라면, 문후보의 핵심은 정의인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예를들어, 새로운 정치를 위해 안후보가 강조하는 것은 지방자지단체의 강화와 권력분립이라면, 문후보에게 먼저인 것은 기존 부정부패 세력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를 위한 진상규명과 보상이다. 둘다 이루어졌으면 좋겠지만 우선순위는 있어야한다. 나는 안후보가 꿈꾸는 대한민국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적어도 어린 내 눈에 문후보는 옛날 사람이고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얼마나 시간을 역행해왔는지 생각하면, 2017년은 아직 문후보의 고리타분한 혁명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르겠다. 언제까지 한국이, 동아시아가 전근대와 근대의 늪에서 살아갈 수는 없다. 머리만 동동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는 없으니, 숨을 참고 수면 아래 진흙탕에 파묻힌 발목 부터 빼내야 한다.

대한민국이 묻는다

문재인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읽었어요
👍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추천!
2017년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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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zt2e1ztho9pr

- 이 새로운 장르는 무엇일까? 은유가 없는 소설이 가능한가? 이렇게 투명한 소설이 있을까? 그동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들은 많았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와 상관 없이, 그리고 그 작품이 불러온 사회적 반향과 상관 없이, 그 소설들은 독립적인 허구였다. "김지영 씨가 스무 살이던 2001년에는 여성부가 출범했다"라는 문장이 상자를 보고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이라면, "김지영씨가 스무 살이던 2001년에는 여성부가 출범했다.*"라는 문장과 각주의 "*여성가족부 누리집"은 상자에 대한 인포그래픽이다. 그래서 누군가 지금 나에게 '82년생 김지영'을 분류하라고 한다면 나는 고민하다가 이 책을 비문학 섹션에 둘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는 분명 '82년생 김지영'과 같이 문학성이 있지만 문학이 아닌 새로운 형식을 취하는 작품들이 하나의 계보를 가질 테니까 그 책들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겠다. 사회적 편견과 대결하는 작품은 장르에 대한 편견도 허무는 필연적인 운명을 가지나 보다. 책 뒷편에 최지은 기자가 적은 "통계와 보도 사이"라는 표현이 와 닿는다.
- "홧김에 김지영 씨는 늦게 출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똑같이 출근하고 똑같이 일할 거라고. 1분도 날로 먹을 생각 없다고. 그리고 미어터지는 지옥철을 견디기 힘들어 한 시간씩 일찍 출근하며 내내 섣불리 뱉어 버린 말을 후회했다. 어쩌면 자신이 여자 후배들의 권리를 빼앗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어진 권리와 혜택을 잘 챙기면 날로 먹는 사람이 되고, 날로 먹지 않으려 악착같이 일하면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동료들을 힘들게 만드는 딜레마."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직원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법이다.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 '가족 시네마'(2012)라는 이름으로 상영된 단편들 '인 굿 컴퍼니'와 '순환선'이 생각났고, 맞벌이를 하고 우리 남매를 키우며 서로에게 상처를 줬던 엄마, 아빠가 생각났고, 평화롭고 금술 좋은 착취 관계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지음
민음사 펴냄

읽었어요
2017년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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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zt2e1ztho9pr

- 주요 대선 후보 책들을 다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의도가 뻔한 책들이지만 그래도 후보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퀄리티 있게 본인을 드러낼 줄 아는지, 혹여나 실제 행동들과 너무 차이가 나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검증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게 집은 첫 책이 '콜라보네이션'이다.
- 편집이 상당히 잘 되었다. 기존에 대선 후보들이 급하게 들고 나오던 회고록과는 달리 현 시국에서 대한민국을 위한 아젠다 셋팅에 노력한 것이 좋았다. 물론 곳곳에 인간 안희정에 대한 홍보가 스며 들어있지만, 적어도 '신화는 없다'의 신화적 이명박씨 같은 모습은 아니다. 스리체어스의 직원분들의 뛰어난 안목인지 안희정 후보의 세심함인지 모르겠지만 책이라는 매체를 참 꼼꼼하게 사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민x안희정이라는 저자명에 알맞도록 빈칸을 두고 채워 읽어나가게 하거나, 곳곳에 안희정 후보의 필체를 넣어 투명성을 강조하는 정치 철학을 드러내는 식으로 책의 내용과 형식이 일치하도록 했다.
- 최근 포탈에서 안희정씨와 관련된 글이 하나 올라온 것을 봤다. 반값 등록금에 대해 안희정씨가 한 발언이 그 내용이었다: "여러분, 미안합니다. 지금 내 형편으로 보면 반값 등록금까지 도저히 돈을 쓸 수가 없어요. 다른 방법을 강구해 볼터인데, 당장에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얘기를 못하겠어요. 미안합니다." 20대 여성이 주축인 커뮤니티이기 때문인지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했다"는 식의 댓글들이 달렸다.
'콜라보네이션'에도 같은 발언이 소개되고 있으나, 저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절대적인 약자에는 노약자, 장애인, 어린아이, 여성이 있다. 노약자와 장애인, 어린아이는 물리적 요소를 인해 지원이 필요하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이 있고, 전쟁이 닥치면 남성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약자다. 그런 다음 사회적 약자가 있다." "절대적인 돌봄이 필요한 부문에도 국가 재정이 턱없이 부족하다. 복지의 근간부터 튼튼히 해야 한다. 그것은 공동체의 의무이자 모두의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타인의 불행 앞에서 우리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그래서 저자가 반값 등록금에 앞서 적극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부분은 여성에 대해 가해지는 "시민 사회 내부에 잠재한 문화적 차별"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젠더 보다 경제적 위치가 훨씬 크게 삶을 위협하는 요소일 수 있겠고, 반대인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이 두 가지를 개별적으로 취급하지 않고, 한정적인 국가 자원과 복지라는 정책적 틀 안에서 둘을 연장선 상에 있는 것으로 설정하고, 나름의 논리를 적용하여 어떤 것을 우선시할지 설정하는 노력은 상당히 성숙한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고려대에서는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고 저소득층 장학금을 확대했다. 가장 이상적으로는 두 장학금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충분하게 주어진다면 좋겠지만, 고려대도 비슷한 맥락에서 "절대적"이라고 생각 되는 약자를 설정하고 과감하게 분산보다 집중을 선택했다.

콜라보네이션

안희정 지음
스리체어스 펴냄

읽었어요
2017년 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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