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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하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열린책들 펴냄
<스포많음, 안읽으신 분들은 읽지 마세요>
어찌나 묘사가 생생한지 마지막 그 순간까지도 라스꼴리니꼬프와 같은 정신분열을 느꼈습니다. 자신의 이론에 따라 살인을 계획했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두려워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후회와 '나폴레옹처럼 나는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자의식은 살인을 한 그 순간부터 그를 의식 저 끄트머리의 나락으로 떨어뜨립니다.
그는 자의식의 감옥 속에 갇혀 계속 살인을 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자신의 죄가 발각되지 않을까 두려워 자꾸 기절할 지경까지 이르죠. 점점 말라가고 연신 헛소리를 해대는 그를 보면서 주변 사람들은 그가 자살이나 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그의 범죄를 의심합니다.
일을 저지르고 보니, 그는 논문만 패기 넘치게 썼지, 실은 살인을 할 깜량이 안되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는 심리적으로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죠. 하지만 그의 이성은 논문 속 이상향처럼 "나는 단지 이를 죽인 것 뿐이다." 라고 머리 속에서 외치고 있습니다. 마음과 머리가 서로 반대의견을 내세우니, 정신이 분열될 수 밖에 없죠. 이 과정이 선과 악이 대립하여 싸우는 것처럼 상반되게 묘사되며 주인공의 가치관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도스토옙프스키는 '대가란 이렇게 쓴다'라고 가이드라인을 보여주듯이 세세하고 밀도 높게 모든 부분을 장황하게 서술하는데 이 부분이 소설의 전체를 이루고 있고 모든 부분이 절정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묘사가 압권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쓸 수가 있을까요? 작가는 살인을 해보았단 말입니까?
그래서 읽다보면 주인공에 대입되어 안개 속을 헤매는 것처럼 그의 말과 행동과 의식의 몽롱함을 느끼게 됩니다. 읽다보면 '내가 살인을 저질렀나'라는 착각마저 들 정도지요. 그리고 계속 이건 꿈일까, 현실일까 앞 뒷장을 다시 열어보며 확인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주인공은 매 순간 절정 속 극단으로 치닫다가, 마지막에는 약간 허무하게 결말을 맞이하는데 너무 기독교적인 가치관과 복선 때문인지 결말이 전체의 엄청난 서사와 밸런스가 안맞는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참 아쉽습니다. 그래도 너무 잘 쓴 대작임은 의심할 필요가 없구요. 우와 진짜 도스토옙프스키는 세기의 작가입니다. 박수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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