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로우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지음
쓰다 펴냄
양귀자 작가님의 ‘모순’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또 한번 작가님의 책을 읽게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책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읽기 시작했고, 이후 이 책이 1992년에 쓰였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에 대한 인식과 확산이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최근에 이뤄진 것으로 생각했는데 거진 30년 전에 이렇게 기발하고도 자극적인 방식으로 여성 억압에 대한 소설을 쓸 수 있었다는게 놀라웠다. 또한 단순히 페미니즘이라든지 남성혐오라든지하는 일차적인 주제 뿐만 아니라 책에서는 인간과 신, 비극과 희극, 희망과 절망, 남자와 여자, 삶과 죽음과 같은 모순되는 것들을 계속해서 대조하여 비추는데, ‘모순’이 비록 한참 후(1998년)에 발간되었지만 큰 그림에서 작가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개념이라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 강민주의 불행한 유년시절이 형성한 시니컬하고 누구보다도 흔들림 없어 보이는 강한 성격이 읽는 내내 오히려 내 마음을 더 아프게했고, 운명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건설한다는 첫 장의 노트는 오만일지 나약함일지 결국 그녀가 맞서 싸우고자 했던 남자로 인해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그녀의 삶과 너무나도 대조되고 있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고 단순히 여성 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 억압받는 많은 사람들을 잊지 않고 살아가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되었다. 단순히 페미니즘 책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삶과 운명에 대한 태도에 관해 너무나 많은 감정적 동요와 생각할 거리를 준다.
- 나는 나를 건설한다. 이것이 운명론이든지 비굴한 굴복과 내 태도가 다른 점이다. 나는 운명을 거부한다. 절망의 텍스트는 그러므로 나의 것이 아니라 당신들의 것이다.
-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치밀하게 행하곤 억압이야말로 바로 남성에 의한 여성의 지배라는 것, 역사의 다른 불행은 선구자들의 반성과 참회로 최소한 극복의 시늉이라도 보여왔지만, 이 끈질긴 불행만을 일부 몇몇 여성들만이, 그것도 아주 최근에 이르러서 거론하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남자들의 여성 학대는 아주 교묘하고 간악한 수법으로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들을.
- 애초 길은 없었다. 사람들은 그저 살고 있었을 뿐이다. 길은, 그것이 신작하거나 오솔길이구나 간에,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길로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모든 삶이 길 위에 있다는 말은 인간은 결국 고독한 순례자라는 뜻에 다름 아니다. 순례자에게 길이 어디있는가. 오직 고행의 가시밭길만 있을 뿐이다.
- 특히나 삶이란 이름의 연극무대에는 어떠한 전제도 의미를 갖지 않고, 때에 따라서는 어떠한 반어도 수용한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삶만큼이나 다양한 가치와 다양한 경험을 생산하는 것은 다시없다.
- 사회의 지배자더러 남자에게 유리하게 통용되는 한은 어떤 완벽한 법도 여자들의 고통을 보상해줄 수 없어요.
- 나는 날고 싶었다. 날고 싶어 하는 사람은 반드시 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그래서 나는 내 날개를 말리기 시작했다. 더불어 나는 세상의 모든 젖어있는 것들에 강한 연민을 품었다.
6
뽀로링님의 인생책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