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앤솔러지〉의 네 번째 주제, 『듣다』는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치는 수많은 소리들
누군가의 입을 통해 건네지는 마음,
스스로의 안쪽에서 은밀히 울리는 속삭임,
그리고 들리지 않아서 더 아프게 남는 울림들까지
다섯 명의 작가가 각자의 언어로 풀어낸 단편집이다.
1️⃣ 사송 — 김엄지
헤어진 연인의 연락을 받고 찾아간 ‘사송’이라는 특별한 공간.
그곳에는 미처 말하지 못한 감정들과 제대로 들리지 않았던 마음이 아직도 공기 속에 미세하게 흔들린다. 말과 침묵 사이의 아주 작은 떨림이 결국 가장 깊은 울림을 남긴다.
👉 말하지 못한 감정의 잔향이 공간을 통해 다시 살아나는, 침묵의 울림에 관한 이야기.
2️⃣ 하루치의 말 — 김혜진
애실과 현서, 두 여성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깨닫게 된다.
누군가를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조심스럽고도 쉬운 일이 아닌지를. 말과 마음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간격을 메우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온기가 잔잔히, 하지만 오래도록 퍼져 나가는 이야기.
👉 듣는다는 행위의 어려움과 따뜻함을 가장 섬세하게 포착한 대화의 소설.
3️⃣ 나의 살던 고향은 — 백온유
도시도, 고향도, 어디에도 편안히 뿌리내리지 못했던 영지.
어느 날 그녀에게 찾아온 뜻밖의 사건은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내면의 목소리를 처음으로 크게 울린다.
버티기만 하던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
그 흔들림 속에서 비로소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
👉 흔들림을 통해 비로소 자신을 듣게 되는, 내면의 귀환기.
4️⃣ 폭음이 들려오면 — 서이제
가출한 조카를 돌보는 삼촌의 일상. 멀리서 들려오는 정체 모를 폭음,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고요의 틈이 마음을 서서히 채운다.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순간들.
👉 말보다 더 큰 침묵 속에서 마음의 그림자를 세밀하게 드러내는 이야기.
5️⃣ 전래되지 않은 동화 — 최제훈
말의 저주가 걸린 왕국에서 펼쳐지는 기묘한 동화.
수많은 말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정작 ‘내 안의 목소리’엔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있을까.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듣기의 본질이 부드럽게 떠오르는 작품.
👉 말의 홍수 속에서 ‘자기 목소리’의 본질을 되묻게 하는 현대적 우화.
다섯 편의 이야기는 제각기 다른 길을 걷는다.
하지만 결국 하나의 진실로 모인다.
듣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 말로 붙잡히지 않는 울림,
스스로 외면해온 내면의 목소리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듣지 못한 채’ 살아간다.
『듣다』는 그 잊힌 소리들을 조용히 되살려 세상을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깊게 바라보게 만든다. 책을 덮고 나면, 책이 아니라 세상 자체의 소리가 새롭게 들리는 경험이 남는다.
✨ 말해지지 않은 마음의 진동까지 또렷하게 들려오는, 다섯 개의 목소리가 선명히 울리는 앤솔러지.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문학동네
한국문학을 이끌어갈 젊은 작가들의
지금 가장 젊은 문장의 심장박동!
✔ 젊은 작가들의 패기 넘치는 상상력과 독창적인 시각을 만나보고 싶다면
✔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 책 속으로
젊은 작가들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제정한
출판사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의 수상작품 모음집
총 7편의 수상작품은
일상적인 소재로 가볍게 읽을 수도 있지만,
젊.은. 작가들답게
현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롭고 도전적이었다.
📗 My pick, 반의반의 반 _ 백온유
치매 증상이 있는 할머니가
남편의 사망보험금, 5천만원을 잃어버렸다.
'범인은 누구인가?'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할머니에게 가족은 과연 누구였을까?'를 그렸다.
'가족'에 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나는 과연 가족에게 어떤 존재일까.
나는 과연 가족에게 어떻게 하고 있는가. 😅
📘 이 책을 '맛'본다면? _ '오마카세 코스 요리'
일곱 명의 젊은 작가들이
각자의 개성이 담긴 작품을 선보였다.
한 작품 한 작품을 맛볼 때마다
전혀 다른 풍미와 이야기가 펼쳐졌다.
때로는 익숙하기도,
떄로는 예상치 못한 조합이기도.
각각의 매력을 온전히 느끼면서도
코스 요리로 하나의 식사를 완성한 듯,
문학의 '오마카세'를 경험했다.
📍 작가의 <작가노트>와 평론가의 <해설>도 매력적이다. 😍
📍예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찾아봐야겠다. 몇 년도 버전이 좋을지, 추천해주실 분??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백온유#강보라#서장원#성해나#성혜령#이희주#현호정#2025_12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이현 작가의 라이프 재킷 서평단을 모집하는 공고를 보자마자 요즘 창비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에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틀림없다. 우리의 여름에게(최지은), 냠냠(백온유), 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안세화) 그리고 라이프 재킷. 책이 도착한 날 깊은 동해 바다를 손에 쥔 듯 행복했다. 가제본이었지만 책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7월 26일 이후 출간된 책 역시 푸르른 빛깔로 반짝이는 바다가 가득했다.
책과 함께 이현 작가의 편지도 한 통 도착했다.
"바다, 하면 저는 그저 좋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편지였다. 온 바다를 담아 이 책을 건넨다는 작가의 말에 문득 두고 온 바다가 생각났다. 빨리 집에 돌아가 바다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바다는 너무 가까웠다. 그래서 쉽게 잊었다. 잃어봐야 소중한 걸 알게 된다.
라이프 재킷에 나오는 아이들, 천우와 신조, 류, 장진, 노아, 태호. 소설은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풀어낸다. 누구 한 명이 주인공이 아니라 소설에 나오는 아이들 모두가 주인공이다. 나는 천우의 입장에서, 때론 신조나 류, 장진, 노아, 태호의 입장에서 각자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다. 1인분만 해내는 것도 어려운 세상에서 이 아이들은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쓴다. "우리 요트 탈래?"라는 가벼운 시작이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이끌었는가.
심장이 벌렁거려 크게 숨을 쉬고 다시 읽기도 했고, 잠깐 책을 내려놓고 소름 돋은 팔을 쓸어내려야 했다. 꼭 지금 요트 위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파도가 끝없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떠돌고 있는 것(244쪽)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책을 덮으면 이야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아무리 심각한 이야기라도 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책을 덮어도 덮을 수 없었다. 류가 물은 것처럼 나도 나에게 물었다. 어떤 이야기를 살아 내고 싶으냐고.(250쪽) 앞으로 닥쳐올 일에 어떤 자세로 임할 것인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 그것은 나의 선택에 달렸다.
가출팸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방법은 소매치기, 조건만남, 보험사기 등 남을 속이고 그들의 돈을 뺏기.
경우는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고 멤버 중의 하나이지만 '착하게 지내고 있으면 엄마가 다시 데리러 올게,' 라는 말을 믿고 근면성실하게 지낸다. 주인공 인수는 경우와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 이쪽인지 저쪽인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센 아이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간다.
훗날 어른이 된 인수는 과거의 잘못을 후회하고 자기가 살았던 방식 그대로 살아가는 또다른 청소년들을 도움으로써 과거의 죄책감에서 조금씩 벗어난다.
백온유 작가는 전작 <유원>에서처럼 갈등하는 청소년의 마음을 알아주고 좀더 굳건하게 - 그러나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모습으로 -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한편으로는 제대로 된 어른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들을 집 밖으로 내몬 것은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해 주지 못한 어른들이다. 이들에게서 자수의 기회를 뺏은 것도 경찰 어른들이다. 이들은 센 척 했지만 실제로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약한 청소년들이었다.
성장배경이 척박함에도 불구하고 경우가 바른 선택을 하도록 이끈 힘은 무엇이었을까? 처음엔 엄마의 격려였는데 엄마에게 눈앞에서 다시 버려진 후에도 어긋나지 않고 끝까지 착실하다. 오히려 엄마를 완전히 끊어낸 후에 두려움을 극복하고 경찰에 자수한다. 그리고 인수에게 버림받았을 때 경우는 오토바이를 훔쳤다. 그나마 조금이나마 있던 우정 혹은 남을 돌보는 이타심이 경우 스스로를 도왔던 모양이다.
이 책을 통해 한번쯤은 이런 의문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각자 스스로에게 질문했으면 좋겠다. 내가 경우였다면, 인수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혹은 어른으로서 힘들어하는 청소년을 어떻게 도와야 할까. 아이든 어른이든 경우 있게 행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사에서 작가가 제안하는 정답은 위로. 적어도 지금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아봐주기, 감싸안아주기. 그리고 타인을 돌보는 마음. 이타심은 스스로를 돕기도 하니.
'관종'이라는 키워드로 느슨하게 묶인 여덟 편의 소설. 좋아하는 작가도 있고, 반가운 작가도 있고, 사랑하는 작가도 있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펼쳐 들었다. (그러고 보니 처음 접하는 작가는 없네. 많이 성장했다. 나 자신··· 이런 마음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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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의 「포르투갈」. 김홍다운 소설이었다. 이 모든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이상하게 느껴질 만큼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그렇게 마주한 마지막 문장에서는 감탄을 금치 못했지. 별안간 박상의 장편소설 『복고풍 요리사의 서정』(작가정신, 2021)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고. 이 책 진짜 재미있으니까 꼭 보시길. 눈물 나. (갑자기?)
서이제의 「출처 없음, 출처 없음.」. 「#바보상자스타」(『문학동네』 2021년 봄호) 같은 느낌이기도. 이번 소설에서는 내용이 '······'로 구분되었는데, 그때마다 화자가 달라진다. 누가 누구 이야기를 하면, 다음에는 그 누구가 또 다른 누군가에 관해 말하는 방식으로. 볼드체를 도입한 방식도 흥미로웠다. 서이제 작가 이런 이야기 참 잘 쓴다. 두 번째 소설집 기다려요!
손원평의 「모자이크」. 재밌었다. 고백하자면, 장편소설 『아몬드』(창비, 2017)를 세간의 평가만큼이나 즐겁게 읽지는 못했던 터라, 작가에게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나는 백온유의 장편소설 『유원』(창비, 2020)을 훨씬 재미있게 읽었다). 음··· 이번 소설은 무척 재미있었고 소설집 『타인의 집』(창비, 2021)을 기대하게 했지. "아, 근데 오해는 마세요. 제가 비참한 사람들, 불행과 가난을 짊어진 사람들을 대변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마시라고요. 누군가를 대변하고 대표하고 그런 거 촌스럽잖아요. 이건 어디까지나 그냥 제 얘기일 뿐이랍니다." (79쪽) 너무 공감되는 문장. 어쩌면 이 '관종' 앤솔로지를 아우르는 문장일 수도.
이서수의 「젊은 근희의 행진」. 「미조의 시대」(『Axt』 2021년 3/4월호)와 배경이 비슷한 것 같다. 못지않게 좋았고. "손편지를 써주면 뭐 하나. 아이들은 이미 이 시대의 충실한 구독자가 되어버렸는데. 어른들을 훨씬 앞질러 가버렸는데. 구독자 수가 권력이 되어버린다는 걸 알고 있고, 그 권력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도 어른보다 잘 아는데." (124쪽) 내 말이. 작가가 여전히 '시대'라는 키워드를 쥐고 있는 게 흥미롭다. "미조야, 너 그거 아니? 인간을 육체적으로 학살하는 것은 시간이지만, 정신적으로 학살하는 것은 시대야." 어렴풋이 떠오르는 이 문장. 우리의 '시대'에 관해 이 작가가 더 써주었으면 좋겠어!
임선우의 「빛이 나지 않아요」. 소설집 『유령의 마음으로』(민음사, 2022)에 실렸고 그때는 엄청 좋았는데 이번에는 평범했다. 아무래도 이미 읽었던 내용이기도 했고, 다른 작가의 작품과 함께 실렸기 때문이겠지. 이만 줄일게.
장진영의 「첼로와 칠면조」. 내가 정말 진짜 너무 사랑하는 장진영 작가···의 근작. 시종일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장진영 특유의 문체가 여전했다. 이번 작품은 그간 접했던 작가의 작품보다는 훨씬 라이트한 느낌이었고 음··· 이렇게도 잘 쓰시네, 얼른 소설집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 오래 많이 써주세요! (다 읽고 나서는 내가 작년 여름 썼던 「돌봄과 개입과 구원의 이야기 - 장진영論」을 읽었다. 음··· 잘 썼네. 궁금하면 블로그에서.)
장희원의 「남겨진 사람들」. 2020년 젊은작가상을 받았던 「우리의 환대」(『Axt』 2019년 3/4월호) 이후 처음 접하는 작품인데 음··· 인상 깊지는 않았다.
한정현의 「리틀 시즌」. 「쿄쿄와 쿄지」(『문학과사회』 2021년 봄호)와 이어지는 연작인 듯하다. 장편소설 『줄리아나 도쿄』(스위밍꿀, 2019)의 '한주'와 '유키노'도 등장해서 반가웠고. 한정현의 거대한 세계관의 일부분을 살짝 맛본 것 같아 더없이 궁금해진다. 소설집 『소녀 연예인 이보나』(민음사, 2020)을 출간 당시 사놓고 아직도 읽지 않은 나. 이제는 망설임 없이 '한정현 월드'에 입장해야 할 때인지도.
*
사실 나는 '관종'이다. 짐작하건대, 아마 우리는 모두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관심은 타인의 존재를 필요로 하고, 그들과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한다. 여덟 명의 작가는 관심이라는 것을 지금-여기의 사람들이 어떻게 주고받는지를 소설을 통해 살핀다. 근래 본 앤솔로지 중에 단연 흥미로웠다. 그리고 2022년 여름의 초입에 내게 당도한 이 '관종' 앤솔로지가 더없이 적확한 시기에 출간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이게 다 꼭 내 얘기 같고, 꼭 네 얘기 같아서.
8월/ 바다
표지 그림은 '바다가 보이는 빈방'이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거울에 비친 건 그저 벽뿐. 그 무엇도 없다.
우지현 작가님은 작품 소개에서 이렇게 말했다.
'방이 텅 비어있다. 어쩌면 텅 빈 것은 방이 아니라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그다음 그림에서 그 무엇을 본다.
그건 바로 바다.
바다는 그렇게 내 안으로 스며든다.
찬란한 태양과 함께 아침을 맞이하는 한 여자에게도,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오후 네시의 공간에도,
바다는 그렇게 스며든다.
우지현 작가님이 그린 '세 친구'이라는 그림은 <유원(백온유 / 창비)>이라는 책에서 먼저 봤다. 읽고 싶은 책으로 하트를 찍어놓고 아직 읽진 못했다. 하지만 표지 그림이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 짙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나는 세 사람의 표정이 궁금했다. 그들의 감정도.
작품 소개를 보다가 문득 그랜드 캐니언을 보고 온 지인이 한 말이 생각났다.
"경이로운 걸 보면 나란 사람은 대체 뭔가 싶더라. 우주의 먼지? 그런 존재같이 느껴졌어.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이 다 뭔가 싶기도 하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돼."
아마 이 세 사람도 거대한 바다 앞에서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지금 이 고민이 다 뭐란 말인가 같은.
휴
바다 보러 가고 싶다. =3
-아르테 서평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지원받고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