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가오리의 책을 읽어나가면서 느낀 점은, 비일상 혹은 비정상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일상적이고 정상적으로 느껴지게끔 묘사한다는 것이다. 물론 세상 일이 일상과 비일상, 그리고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이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에쿠니가 그려내는 현실은 뭔가 기준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가 주는 분위기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술술 잘 읽히지만, 뭔가 미묘하게 불량스런 감정이 숨어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에쿠니의 이런 장기는 여실없이 드러난다. 더군다나 여성 두 명이 주인공이고, 그들의 이야기가 교차편집되는 식의 이야기 구조는 작가의 장점이 극대화된다.
어떤 일에도 큰 동요없이 일을 해나가는 가호.
모든 것이 올라잇한 시즈에.
한 명은 헤어진 남자와의 추억이 깃든 물건에 옭아메여 있고, 한 명은 불륜남과의 연애에 속박되어 있다. 그런데 그들의 일상은 평화롭게 흘러간다. 아니, 그렇게 느껴진다. 모든 게 괜찮다.
어떤 대단한 사건없이 이야기는 끝난다.
긴장과 감동의 카타르시스 없이 심심하게, 쿨하게 풀어진 결말이다. 한 명이 과거에서 조금 벗어나 새로운 이와 시작을 시도하려 한다는 점만이 큰 사건이다.
따뜻하게 내린 홍차, 캔버스 위에 사각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미술연필, 염소냄새를 풍기며 팔과 다리에 감겨오는 수영장 물, 알록달록 색색의 도수 없는 안경테들. ..
평온하게 잘 읽히는 그런 책이다.
그 안에 담긴 작은 균열은 사실 별 게 아닐 수도.
에쿠니가오리 작품을 따라가는 여정에 만난 단편모음집.
첫인상은...
여자작가들이 들려주는 어른들의 초콜릿 이야기.
발렌타인 선물용 기획으로는 제격이겠다싶었다.
보다 섬세하고 안타깝고 여리여리한 분위기, 뭐 그런거.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여섯 단편은 통속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껍데기 안에 작가의 개성으로 빚어낸 각자 다른 맛의 초콜릿을 보여준다.
두 번째 단편, [늦여름 해 질 녘]은 다분히 에쿠니스러운 흐름과 공감각을 보여준다. 초콜릿이 가져다주는 회상적인 환각스러움같은 느낌이 있다.
개인적으론 세번째 단편인, 가와카미 히로미의 [금과 은]의 이야기 흐름이 좋았다. 천천히 베어먹는 초콜릿의 묘사가 좋았다.
물론 읽었을 때 행복한 느낌의 초콜릿 맛은 마지막 여섯번 째 단편인 요시카와 도리코의 [기생하는 여동생] 이었다. 아무래도 자유로운 영혼이 내뿜는 대책없는 에너지는 매력적일 수 밖에 없으니.
유쾌함은 행복한 거니까.
역시 당은 좋은 거야.
(치아치료는 비싸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