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로피컬 나이트 >>
조예은 작가 책을 처음 읽어봤는데 전반적으로 정보라 작가와 비슷한 이미지 같으면서도, 좀 더 담백한 느낌이었다. 조예은 작가가 심리 묘사 면에서는 좀 더 직관적이어서 읽기 편했다.
다만 소재나 주인공이 특성, 상황이 판타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편이 많아서 ,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나 배경, 정서때문에 ptsd가 오는 단점(…)도 있었다.
<< 가장 작은 신 >>
이 단편은 미세먼지가 허리케인급 재앙이 된 세계관에서, 미세먼지 재난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히키코모리가 되어버린 주인공 수안이 다단계 영업사원인 동창 친구 미주에게 영업당하는(?) 이야기다.
사실 당한건 미주일지도 모른다.수안의 순진무구해 보이는 모습, 더 자세히 말하면 ‘대부분 한심하고 가끔 사랑스러운‘ 모습 때문에, 차마 수안에게 ‘영구회원 가입서’를 내밀지 못하고, 결국 영구회원가입 할당을 채우지 못하여 ‘야유회’에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주는 수안이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등처먹히고 있다고 생각하나, 사실 수안은 모든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주의 속내에 훤히 보이지만 미주가 파는 밤티 공기청정기를 사주고, 영양제도 꾸준히 구입해준다.
자신이 호구 취급 당하는데도 수안이 미주와의 관계를 계속한 이유는, 미주가 아무도 찾지 않는 자신의 집에 방문해주는 시간이 퍽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중에는 자신의 집에 오지 않으면 허전해하기까지 한다.
미주는 야유회에 가기 직전, 죄책감에 결국 수안에게 미안하다는 한 마디만 문자로 남기게 된다. 수많은 사람을 등처먹은 미주이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된 것은 수안이 처음이었다.
사실 미주도, 자기도 모르는 새에 수안에게 빠져들었다. 그래서 한심하게 느끼는 와중에도 수안을 사랑스럽다고 표현했다.
미주는 수안과 달리 집 바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사실상 수안과 같이 유효한 사회적 관계라곤 하나도 없는 외톨이이다.
어쩌면 수안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했을지도 모르고, 수안과의 시시콜콜한 대화 시간을 즐겼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기만하고 있는 상황에서조차 서로에 대한 애정이 싹터버린거다.
그런 애정이 없었다면 수안은 미안하다는 문자 하나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미주를 찾으러 3년만에 바깥에 나가지 않았을 것이고, 미주는 야유회에서 먼지의 악마(…)에게 꼼짝없이 살해 당했을 것이다.
이렇게 가짜로 시작한 우정이 진짜가 되어버리고, 그 우정으로 서로를 구한다는 점이 로맨틱했다. 사소히 쌓이는 정이 얼마나 무서운가
이틀 후 떠나게 될 경주여행의 설렘을 돋구기 위해, 또 건축학과 학생으로써 건축학과 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궁금하여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등고선‘은 사실 실제 설계 수업에서 문 교수처럼 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도 그럴게 사이트도 중요하지만, 사이트는 결국 건축물의 일부이고 우리는 건축물을 중심으로 공간을 설계해 나가기 때문에 한 학기라는 시간동안 등고선에만 안주해 있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4학년이라면,,)
게다가 4학년에 손도면? … 한숨만 나왔다.
***tmi 주의
내가 2학년일 때, 문 교수와 상당히 흡사한 교수님의 수업을 들은 적 있다. 다른 반은 CAD로 다양한 평면을 짜고, 곧바로 발표를 위한 자료까지 척척 끝내는 동안에 우리 반은 스케일 맞춰 대지를 프린트하고, 트레이싱지를 그 위에 깐다. 필요한 공간들을 주욱 나열하고는 버블다이어그램으로 대강 평면을 짠다. 아직 2학년일 때라 면적에 대한 감이 없어 요상하게 짜낸 평면을 가지고 크리틱 받는다. 그렇게 몇 주 동안 빠꾸, 빠꾸, 빠꾸. 심지어 2학년은 반 학기 프로젝트로 진행해서 시간도 얼마 남지 않는다. 손도면으로 평면을 그려가고, 크리틱 받고를 몇주간 반복하다보니 바로 다음주가 기말 크리틱이 되어버린다. 아직도 고쳐야할 게 많은 평면, 그리고 제출해야 할 자료들은 평면, 단면, 입면 그외 이것저것..을 pdf 파일로!
cad는 쓴 지 오래되어 가물가물하고, 손도면으로 크리틱 받으니 고칠 것은 두 배 이상이다. 결국 기말 크리틱 직전 주에 내 건물은 층이 하나가 더 늘어나버렸고, 발표 하루 전 날이 되어서야 cad로 평면을 완성하고, 되도 않는 입단면을 울다시피 밤을 새어 그려내며 발표자료를 최종 제출한다.
하..결론은 그냥 손도면의 폐해랄까?
암튼 읽는 내내 그때의 PTSD로 인해 문 교수가 굉장히 맘에 안들었다.
***
‘숙제’인 재서와 ‘귀감’인 이본. 이 중 내 역할은 재서쪽이다.
도저히~이쪽에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왕 입학한 거 졸업은 해내야겠다, 이번 학기 개고생했는데 완성 못하면 창피할 것 같으니 끝내보자 하며 4-1까지 이끌고 왔다.
“재능이란 품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그것 때문에 내가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무언가를 감내하고 견딜 수 있게 만드는 힘이라구요.”
나는 아마도 설계가 좋아서 한다기보다는 ‘끝은 냈다. 결실이다. 뒤쳐지지 않았다.(아마도)’라는 마음이 드는 것이 좋아서 견뎌낸다. 성해나 작가님의 의견에 따르면 얄량한 자존심이지만 포기 안하고 해낸 내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는 것이 내 재능이다. 하하
아무튼 이 책은 가볍지만 다양한 생각하기에 좋았다. 비록 경주여행에 대한 설렘을 복돋아 주는 책은 아니었으나, 건축학과로서의 공감과 삶에 대한 간단한 통찰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p.s) 이본 재능있는 거 개부럽다~..
미오는 언니의 죽음 이후 PTSD를 안고 세이료 대학 부속병원에서 신입 간호조무사로 일하게 된다. 직접적인 의료행위는 어렵지만 환자의 마음을 돌보며 스스로도 조금씩 회복해 나가는 그녀는, 감정을 배제하고 오직 기술과 합리만을 중시하는 천재 외과의 류자키와 의료관의 차이로 부딪힌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환자를 바라보지만, 결국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동일한 목표를 공유하는 의료인이다.
그러던 중 미오의 집에 도둑이 들면서 언니의 죽음이 단순 자살이 아닐 수 있다는 미스터리가 떠오르고, 심지어 언니의 죽음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인물 옆에 류자키가 서 있는 장면까지 마주하게 된다. 이야기의 분위기는 감성적인 의료 드라마에서 순식간에 서스펜스와 음모로 전환되고, 미오는 자신도 모르게 거대한 사건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의료 드라마의 따뜻함 + 미스터리의 긴장감’을 아주 자연스럽게 결합한 작품. 미오의 성장과 류자키의 냉철한 신념, 그리고 언니의 죽음에 얽힌 서스펜스가 어우러져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든다.
하지만 언니의 죽음 관련 미스터리 파트가 예상보다 김빠지는 느낌이 있었다. 초반부터 의미심장하게 복선을 쌓아 놓고, 여러 인물을 의심하게 만들고, 분위기를 크게 흔들어놓는 만큼 “큰 한 방”을 기대하게 만드는데… 막상 결론이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마치 “뭔가 더 있을 것처럼 유도해 놓고, 막판에 갑자기 힘이 빠진 느낌”. 혹은 아직 끝나지 않은, 다음 편을 위한 발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는 재미있고 잘 읽히지만, 언니의 죽음 파트는 마음속에 은근히 미완의 조각을 남기는 느낌이었다.
ㅡ 와우 세계관의 법정 스릴러
ㅡ 오그리마 공성전 앞에 있던 세계관의 굵직한 사건들을 보여주며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ㅡ 반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가로쉬가 저지른 추악한 사건들을 다시보며 PTSD에 고통받는 아이러니함.
ㅡ 결국 가로쉬는 갱생에 전혀 의사가 없음을 철면피를 깔며 선언한다. 시간낭비인가 싶다가도 인물들이 치유받았다고 작가는 설득하려 한다.
ㅡ 근데 가로쉬는 도망가고 소동으로 인해 사망자도 있는데 PTSD를 심하게 겪던 이들이 급작스레 치유받았다 하는게 설득력이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