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작 <빛의 호위>와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조해진 작가 소설집.
정련된 문장과 절제된 감정이 두드러진 작품들이다.
이번에는 뒤에 실린 작품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뒤쪽보다는 앞쪽 작품이 더 마음에 들었다.
취향의 문제로 나는 서술을 통해 생각과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문장보다는 문장 자체가 의미하거나 의도하지 않았던 정서를 환기시키는 문장을 더 좋아한다.
무한한 상상의 여지에 괴로워하면서도 상상의 여지가 적은 작품은 즐기지 못하는 아이러니의 근원도 이 취향이다. 취향이란 게 모호하지만 '빛의 호위'에 실린 작품들은 딱 내 취향은 아니다. 하지만 잘 쓴 작품이란 건 앞서 적은 '정련된 문장'과 '절제된 감정'만으로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살아 있다'는 건 무엇이고 '살아 간다'는 건 무엇인가. 살아 있는 이도 나고, 살아 가는 이도 나지만 두 가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타의와 밖에서 오는 도움과 구원은 충만한 삶을 위한 필요 조건일 수는 있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빛의 호위' 속 작품들을 읽으며 타인과 세계보다 나 자신을 생각한 건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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