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과 응급실로, 병동과 병원 정문으로 갈라지는 도로를 밝히던 외등들이 일제히 꺼진다. 도로 가운데 그어진 흰색의 직선을 따라 당신은 얼굴을 들고 걷는다. 선득한 빗방울이 당신의 정수리에, 당신의 운동화가 내딛는 아스팔트에 떨어져 번진다. 죽지 마. 죽지 말아요]
<소년이 온다>, 밤의 눈동자 p177 출처
--
미친다. 진짜 필력이 미친 작품이다. 나는 위의 구절을 읽을 때 이마를 팍팍 내리치고 싶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문장이기에. 죄책과 두려움을 안고 나아가는 이의 걸음은 저런 것일까. 한강 작가님의 글에 단번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초반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읽었다. 릴스, 숏츠 등 스낵 콘텐츠에 절여진 머리로 문학적인 작품을 바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다, 솔직히.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다. <소년이 온다>는 5월 광주에 대한 이야기인데, 문장 하나 하나가 아리고 서늘하고 아름답다.
다음 구절도 몹시 좋아하는 구절이다.
[숱이 적고 가늘디가는 머리카락 속까장 땀이 나서 반짝반짝함스로. 아픈 것맨이로 쌕쌕 숨을 몰아쉼스로. 엄마, 저쪽으로 가아, 기왕이면 햇빛 있는 데로. 못 이기는 척 나는 한없이 네 손에 끌려 걸어갔제. 엄마아, 저기 밝은 데로 꽃도 많이 폈네. 왜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
<소년이 온다>, p192 출처
--
아이를 잃은 엄마의 회상 장면이다.
해당 페이지를 출근길 지하철에서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변에 사람이 많았는데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이 책을 정말, 미쳤다....
#북스타그램#책리뷰#소설리뷰#소년이온다#한강#작가님최고#소설#책#소년이온다리뷰#책읽는직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