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한 줄: 내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 하지 말자.
몇 년 전 황농문 저자의 <몰입>을 재미나게 읽었던게 기억이 나서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갑자기 했더랬다. 그런데, 회사 전자도서관을 검색해봤더니 이 책이 검색되는 것이었다. 사실 읽어 보고 싶었던 책은 따로 있었는데, 미하이 미하이칙센트의 <flow 몰입>. 하지만, 검색 되질 않아 아쉬워하면서도 맥락은 비슷하겠지 뭐, 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하게 되었다.
초반 20%정도 읽다 보니 유연성을 기르는 법, 덜 부상 당하는 법 등에 대한 소개가 있어, 마라토너 선수들이 기량을 더 올리기 위해 찾아보는 참고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계속 보다 보니 나같은 평범한 사람의 관점에서도 적용하고 실천해 볼 수 있겠다 싶은 점도 있겠구나 했다. 몰입이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충만하게 하는 이유는 몰입이 탁월한 성과를 가져오고, 그 성과는 자기효능감을 높이고, 내 자신이 어떤 상황이든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높이고 행복도가 올라가게 되어 더 자주, 더 잘 몰입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선순환을 가져온다는 내용이다. 몰입을 위한 필수적인 3가지 선행단계가 있는데, 1 명확한 목표, 2.해결과제와 기술의 균형 3. 정확한 피드백이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명확한 목표'없이는 몰입할 수 없다며, 나의 적절한 목표를 찾고, 달성 가능한 목표인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할 법한 SMART법칙을 소개해주는데, 기억해 두면 유용한 거 같아 옮겨 적어 본다.
Specific 구체적인
Measurable 평가가능한
Attainable 달성 가능한
Relevant 관련성 있는
Time bound 시간제한
또, 장거리 주자들의 몰입 경험에 대한 인터뷰 중에 기억에 남았던 것 중 하나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한 인터뷰이가 결혼했을 때,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와 장거리 달리기에서 경험했던 강렬하고 짜릿한 몰입을 꼽았는데, 금메달을 거머쥔 수상의 순간보다 더 행복했다고 하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연습하면 더 자주 더 잘 몰입할 수 있게 되며, 애쓰지 않아도 뇌가 집중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를 수 있도록 재구성 될 수 있다고 한다. 또 자기목적정 성격과 성실한 특징이 있는 사람이 몰입에 더 유리하며, 그러한 사람들은 허드렛 일이든 장기목표든 흥미를 가지고 과정을 즐긴다고 한다. 다만 몰입은 결과여야 하며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리고 마음챙김(mindfulness)명상도 몰입에 아주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소개한다. 그리고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몰입을 경험하게 되면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게 된다는 점...참 인상적이었다. 또 책 마지막 부분 미하이 칙세트미하이 저자 자신이 1944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총성이 울려퍼지던 곳에서 체스 게임을 하면서 몰입 경험을 통해 배운 큰 교훈을 소개한다.
" 세상에 증오가 가득하고 무지막지한 통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우리에게는 안전하고 질서 있는 장소를 만들어낼 힘이 내제되어 있다는 사실 말이다." <flow 몰입>의 부제가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인데,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내가 살아가면서 몰입의 순간을 가장 크게 느끼는 시간은 책 읽기도 아닌 달리고 수영하고 자전거를 타며 온몸 근육세포의 미세한 움직임을 통해 뻐근한 고통을 즐기는 때이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우울이 눈가에 주렁주렁 매달릴
때 운동화를 신고 런러스 하이가 올 때까지 아무 생각 없이 신나게 달리면 기분은 점점 좋아지고 부정적인 생각은 어느새 사라지고 만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몰입'이라 부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을 추구하고 성취감을 높이는 생활을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 삶이라 할 수 있다.
몰입할수록 일의 집중도가 높아지는 만큼 달리기도 몰입해서 달리면 좀 더 기록도 향상할 수 있으며 우리의 의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철인3종 경기를 즐기는 나로서는 저자가 말한 '몰입'에 대한 느낌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실재로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달릴 때 95km 지점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도저히 두 발로 뛰어갈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의식의 몰입, 즉 정신력으로 마지막 결승선에 도달했을 때의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황홀한 순간이었다.
철인3종 경기에서도 장장 226km(수영3.8km, 자전거180.2km, 달리기42.195km)를 연이어 달리면서 고통의 절벽에서 초인의 힘이 바로 '몰입'에서 나온다는 걸 알았다.
내 발이 단단한 아스팔트 지면과 부딪히는 소리와 먼바다에서 파도를 타고 바람결에 실려와 맨살에 부딪히는 소리가 끝없는 고통 속에서 희열을 느끼게 하고 깃발이 휘날리는 결승점으로 들어가는 순간 무아지경에 빠지고 만다.
마지막 비축된 내 몸 안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 마지막 전력 질주 후 털썩 주저앉아 아직 진정되지 않은 호흡을 가다듬을 때 느끼는 감정은 온 세상을 품에 안은 듯한 무공의 시간이 된다.
내가 경험한 '몰입'의 순간은 몸과 마음이 완전히 하나 되어 시간의 개념이 상실된 것 같이 수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몇 분 지나지 않은 아주 짧은 시간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물론 몸은 하나도 힘들지 않은 상태로 '몇 분 달리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골인이야'하면서 그토록 빨리 시간이 지나갔음에 나 자신도 놀라고 만다.
그 시간만큼은 힘들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은 가장 행복한 정지된 시간처럼 시간의 왜곡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가 책의 재미에 푹 빠져있거나 게임에 빠져 있을 때 공통적인 생각은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는 것이다.
반대로 심심하고 힘든 일을 겪고 있을 때 혹은 마라톤 경기에서 집중력이 저하되고 자의식이 상실된 몸이 버티지 못할 때 시간은 마치 억겁의 세월처럼 더디게만 흐른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는 지옥 같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빌면서 한숨만 푹푹 쉬게 되는 경험을 많이 해보았을 것이다.
걸음은 늦어지고 골인 점은 아직 보이지도 않은데 시계는 계속 들여다보면서 심리적으로 파괴된 왜곡의 시간을 우리는 몸으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서 '몰입'의 순간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고 하면 달리면서 뭔가 울컥한 '벅찬 감동의 순간'이라 말하고 싶다.
그것은 이전보다 높은 속도로 달렸을 때 일수도 있고 달리는 내내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었을 때 일수도, 앞선 주자를 한 명 한 명 추월하면서 마지막 경쟁자까지 추월하며 완주했을 때 일수도 있다.
사람마다 '몰입'의 순간이 다르겠지만 평소에 달리면서 느끼지 못했던 가슴속에 꿈틀거리는 벅찬 감동의 순간이 올 때 나는 달리기의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낀다.
지금껏 인생을 살면서 달리며 몰입했던 순간보다 더 행복한 기억은 거의 없다. 열정을 불태워서 목표한 바를 이루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꼭 달리기가 아니더라도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몰입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달리기에서의 배움은 과도한 욕심이 부상을 부르고 결국 그 부상은 나의 삶을 송두리째 갉아먹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달림을 통해서 그동안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풀꽃, 나무, 돌멩이, 벌레들과 친해졌고 온몸에 땀이 범벅이 되면서도 서늘한 바람 한 줌에 자유를 느낄 수 있는 달리기야말로 나에게 세상의 눈 뜸을 가르쳐 준 스승이나 다름없다.
미국의 시인 '마야 안젤루'는 인생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 가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달리기 위해 호흡하는 반복적인 행위들, 격한 숨을 쉬기 위해 가슴을 활짝 열어젖힌 행위를 보면서 인생을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달리며 숨 막히게 몰입한 순간, 그것이 꼭 거창한 아름다움일 필요는 없다.
산허리에서 지는 저녁노을과 갑자기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으며 온몸을 적시며 여유롭게 언덕을 오르며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다면 적어도 나에겐 잘 살았다는 증거 아닌가 싶다.
이 한 몸 뭘 해도 숨 쉬고 살아갈 순 있지만 영혼이 죽은 채로는 살아갈 가치가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성공적인 달리기를 좌우하는 가장 큰 기준은 꾸준함으로 알려져 있다. 매일 달리는 것은 별 것 아닌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력 향상에 꼭 필요한 지구력과 체력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p.186)
꾸준함을 이토록 잘 설명하는 문장이 또 어디 있을까. 이 책은 달리기와 몰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모든 것들의 꾸준함과 몰입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에 인용한 문장에 다른 어떤 단어를 넣어봐도 말이 된다. 그만큼 무엇을 꾸준하게 실천에 옮기는 것은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지구력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몰입에 대해, 또 꾸준함에 대해, 정신력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정말이지 이 책에는 수많은 명언들이 담겨있다. 명언이라서 명언이 아니라, 스스로를 완전히 믿는 문장의 당당함이 그 모든 문장들을 명언으로 만든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문득 자신감이 진짜 좋은 문장을 만든다는 생각까지 든다.
모르겠다. 언제쯤이면 내가 다시 아이를 낳기 전처럼 왕성하게 걷고 왕성하게 운동할 수 있을지.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세월일지도 모르고. 허나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많이 걷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걷는 게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자주 몰입하는 사람이 더 많이 행복하고 더 큰 성취를 얻는다. 그러니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들을 보다 더 몰입하고, 더 많이 행복 하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싶은 몰입을 하는 법을 배웠으니, 이제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더 많이 행복해질 일만 남은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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