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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dkwlfg0s5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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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으면서 이미 죽은 사람들, 그것도 한참 전에,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전에 죽은 사람들이 쓴 이야기를 더 많이, 즐겨 읽는 게 종종 미안해진다. 누구에게 미안해진다는 이야긴가 하면, 살아있는 작가들, 같은 시간을 보내는 당대의 작가들 말이다. 구식 취향 탓도 크겠지만 오히려 옛날 이야기에서 더 많은 걸 보고, 배우고, 느껴왔다고 믿게 만든 경험도 크게 작용한 결과다. 좋아하는 작가다. 힘있는 이야기를 쑥쑥 내놓는(그 뒤에 보통 이상의 노력이 들어가 있겠지만)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한다. 그와는 별개의 문제일 텐데, 길을 잃고 말았다. 야만적인 앨리스 씨에서 화자는 여러 차례 "어디까지 왔는지"묻는다. 한심하게도 내가 내놓을 답은 앞에 적은 것처럼 "길을 잃었습니다" 정도다. 읽고 있는 사이에 내가 어디쯤에 있는지 모르게 되어 버렸다. 토끼 굴에 뛰어든 앨리스가 길고긴 낙하의 시간을 보낸 것처럼, 나는 또 한동안 방황해야 할 것만 같다. 인간의 악의를 이해하고 싶지 않다.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을 걸 알기에 노력하고 싶지도 않다. 오만했던 시절에는 인간을 계속 지켜보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면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믿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오만일뿐이다. 설사 단서를 발견할 수 있더라도 내 그릇은 그 단서에서 풀려나올 이야기를 모두 담지 못한다. 이야기의 일부만 담는 건 이해보다 오해를 낳기 쉬울테고, 모른다고 생각할 때보다 상황은 악화될 거다. 그래서 그만두었다. 인간의 악의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야만이란 문명과 아주 가깝다. 문명이 없이는 야만도 없다. 둘은 쌍둥이다. 한 날 한 시에 태어나 이유도 없이 서로를 다만 증오할뿐인 쌍둥이다. 아, 다만 증오뿐이라면 얼마나 다행이었을까. 그들은 증오를 사랑이라 믿는다. 둘 가운데 하나가 사라진다면 다른 하나도 존재할 수 없으므로 하나가 사라졌을 때 누구보다 슬퍼하는 건 서로를 무한히 증오하는 그들이기 때문이다. 사랑하기에 증오하고, 증오하기에 사랑하는. 이 혼란 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가 없었던 거라고, 이건 변명이 아니라 솔직한 고백이라고, 다만 이렇게 적을 수밖엔 달리 표현할 수 없다. #야만적인앨리스씨 #황정은 #살아있는소설가 #젊은작가 #야만 #문명 #가정폭력 #상처 #아픔 #죽음 #개가누워있다 ##어디쯤왔나 #개발 #성소수자 #이상한나라의앨리스 #증오 #사랑 #쌍둥이 #존재증명 #오만
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장편소설)

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장편소설)

황정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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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었어요
🫠
인생이 재미 없을 때
추천!
9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