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를 입은 비너스
이 소설의 내용이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을 알고 읽었지만, 읽고 난 후의 생각은 충격 그 이상이다.
이 책이 발표 당시부터 오랫동안 사회적·도덕적 금기의 상징이었으며, 여러 국가에서 금서로 지정되거나 판매가 금지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이로 인해 책의 작가 또한 정통 문학계에서 외면 당했고, 훌륭한 역사 소설과 단편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변태적인 소설가'라는 낙인이 찍혀 평생 경제적 궁핍과 사회적 고립 속에서 살아야 했다는 것은 실로 안타까움이다.
책의 저자 자허마조흐는 실제로 '패니 폰 피스토어'라는 여남작과 6개월간 노예가 되겠다는 계약서를 썼다.
하인으로 변장해 그녀를 모시고, 그녀가 모피를 입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조건으로 말이다.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1886년, 정신의학자 리하르트 폰 크라프트에빙이 이 소설과 작가의 이름에서 따와 '마조히즘(Masochism)'이라는 성도착증 용어를 명명했을 정도다.
현대에 이르기까지도 미국의 일부 주의 보수적인 학군이나 도서관에서 '부적절한 콘텐츠'로 분류되어 논쟁이 되고 있는 소설이다.
'모피를 입은 비너스'는 현대인들에게 ‘마조히즘’이라는 심리학 용어의 기원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단순히 성적 취향의 기록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문학이 지닌 중층적인 상징성을 놓치는 일이다.
이 소설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권력의 이동, 예술적 이상향에 대한 집착, 그리고 인간 내면에 도사린 원초적 불안을 정교하게 그려낸 심리 소설이다.
책을 읽다 보면 독자들은 완전히 책 속에 빠져들게 된다.
소설은 주인공 세베린이 꿈속에서 만난 ‘비너스’와 대화를 나누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여기서 작가가 형상화한 비너스는 따뜻한 사랑의 여신이 아니라, 차갑고 잔혹한 대리석상의 이미지로 등장한다.
세베린이 갈망하는 여인 반다 역시 이 고전적인 조각상의 현신이다.
그는 반다에게 자신을 노예로 삼아 달라고 간청하며, 그녀가 가장 잔인한 폭군이 되어주길 원한다.
여기서 더 흥미로운 지점은 ‘모피’라는 소재의 상징성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짐승의 야성이 남아있는 모피는 비너스의 신성함과 인간의 동물적 본능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세베린은 반다의 채찍 아래서 고통 받으며 역설적으로 살아있는 희망을 느낀다.
이는 근대 사회의 도덕적 규범 아래 억눌린 인간의 파괴적 본능이 어떤 방식으로
분출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책을 읽다 보면 주인공이 사랑했던 여인 반다가 그를 노예로 삼아 점점 난폭해져 가는 이야기로 전개되지만, 실상 이 소설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쪽은 세베린 본인이다.
그는 반다에게 ‘잔인한 여왕’이 되어 달라고 교육하고 강요한다.
반다는 처음에는 그의 요구에 당혹해하며 거부하지만, 점차 세베린이 설계한 연극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세베린은 고통을 통해 쾌락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구속하지만, 그 구속의 규칙을 만든 것은 본인 자신이다.
결국 반다는 세베린의 욕망을 투사하는 ‘거울’에 불과하며, 소설의 끝에서 반다가 진정한 잔혹함을 발휘하며 떠날 때 세베린의 환상은 비로소 파멸을 맞이한다.
자허마조흐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사랑이 가진 비대칭성을 해부했다.
세베린과 반다가 맺는 ‘노예 계약서’는 현대의 계약 기반 사회에서 인간관계가 얼마나 인위적이고 연극적일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
또한, 이 소설은 티치아노의 회화나 고전 조각에 대한 탐구를 통해 미술 인문학적 가치도 충분히 지니고 있다. 세베린이 완다를 끊임없이 예술 작품과 동일시하는 과정은, 우리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상 속에 가두어 ‘박제’하려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소설의 결말에서 세베린은 "남자는 노예가 아니면 지배자가 되어야 하며, 그 중간은 없다"는 다소 냉소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하지만 독자는 알고 있다.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고통 그 자체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온전히 장악당함으로써 존재의 불확실성에서 도피하고 싶었던 나약한 자아였다는 것을.
이 소설은 1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도발적이다.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기괴한 형태로 변주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감정 속에 얼마나 많은 권력 의지가 숨어 있는지 투명하게 비추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때 금기서라는 복잡한 타이틀과 '마조히즘'이란 성적 병리현상을 넘어서, 인간 심리의 가장 어두운 심연을 직시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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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아마 많은 분이 가사만으로도 노래를 따라불렀으리라 생각한다. 최순애 시인의 『오빠 생각』에 박태준 작곡가님이 구슬픈 장단을 붙여, 뜻도 모를 꼬마들의 눈물을 꽤 훔쳤을 동요, 『오빠 생각』. 이 시는 어느새 탄생 100주년이 되어, 노래비도 생긴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았는지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에 등장하는 “오빠”가 누구인지 생각해본 일 있나.
『오빠 생각』의 주인공인 오빠는 소파 방정환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 운동을 펼치고, “개벽”, “소년”, “어인이”등의 잡지에 세계명작을 번안하고 연재하던 편집가 최신복이다. 오빠를 기다리던 소녀 순이는 최순애 시인으로, “오빠 생각”의 작사가이자, 『고향의 봄』을 쓰신 이원수 작사가님의 부인이기도 하니, 그야말로 온 집안이 어린이를 위해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이 멋진 이야기를 그림책에서 다시 태어나게 해준 작품이 있어 소개해보고자 한다.
그 작품은 바로, 샘터의 신간 『오빠 생각』.
가랑비에 옷 젖듯, 그림에 젖어 들게 하는 김현정 작가님, 그리고 수많은 아동문학상을 수상하신 박상재 작가님의 숨결로 다시 태어난 『오빠 생각』은 최순애 시인의 『오빠 생각』을 모티브로 하여, 그녀가 살아온 아름다운 장소, 가족의 사랑을 멋진 이야기다. 마치 서당에서 사용했을 듯한 제본의 책 모양부터 눈부시게 아름다운 표지까지, 시작부터 독자들의 마음을 온통 앗아간다..
『오빠 생각』노래 자체도 너무 아름답지만, 그림책 『오빠 생각』은 그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 준다. 김현정 작가님의 그림은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정말 꽃이 흩날리고 구름이 흘러가기라도 하는 듯 아름다워서 한참을 넋을 놓고 감상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그림체는 무엇이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나도 모르게 그림책에 풍덩 빠져 같이 거닐고 싶어진다.
더불어 『오빠 생각』의 내용도 어찌나 알찬지. 순이를 통하여 듣는 아름다운 장소들, 오빠에 대한 그리움, 가족의 사랑은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애정, 가족에 대한 사랑을 더욱 깊게 만들어 준다. 북쪽 하늘에서 날아오는 기러기를 보며 눈물이 고이는 순이의 이야기에서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나이와 상관없이 그리움이 얼마나 사무치는 감정인지를 배운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요보다 동요를 많이 듣기는 하지만, 『오빠 생각』를 읽고 나서 동요를 들으니 그 가사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더라. 특히 어려운 시절에 쓰인 노래들을 찬찬히 불러보니 그 시절의 동요들은 노래 그 이상이 아니었을까 싶어지기도 하고.
『오빠 생각』은 그런 책이다. 익숙한 노래로부터 다양한 감정과 사랑, 감동을 하게 하는 책.
처음 주홍글자를 읽었던 날이 여전히 선하다.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주홍글자(많은 분이 주홍글씨로 알고 계시지만, 이는 오역과 더불어 영화나 노래 등으로 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를 읽고 분노에 휩싸였다. 종교인의 부도덕함, 남편이라는 작자의 음흉한 술수, 마녀사냥하는 사람들까지. 어린 나의 눈에도 그것은 비겁하고, 부끄러운 행동으로 보였다. 주홍글자를 두 번째 읽을 때는 신입사원으로서 거의 모든 것이 힘들고 부당하다 느꼈던 상태였기에 분노보다는 절망감을 느꼈고, 이번 기회에 세 번째 주홍글자를 만나며 슬픔이 나를 뒤덮음을 느낄 수 있었다. 훌륭한 작품은 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의 상황에 따라 다른 감정을 준다. 어쩌면 그 맛에 책을 읽는 것이겠지.
당신은 누가 제일 나쁜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간통을 저지른 헤스터? 그를 그런 상황에 내몰고도 자신의 목적대로 모두를 이용하는 칠링워스? 자신의 성직자 자리를 위해 모든 것을 묵인하고 혼자 아파한 것을 속죄로 착각하는 딤스데일? 욕을 하는 사람들? 그렇다면 가장 피해자는? 간통을 저지른 모든 죄를 덮어쓴 헤스터? 그의 딸로 태어나 삐뚤어진 성격으로 자라버린 펄? 아내에 대한 원망으로 악마가 된 칠링워스? 죽음으로 속죄하는 딤스데일? 바로 이 포인트가 슬픈 이유다. 이 책에는 잘한 사람도 없고, 잘못하지 않은 사람도 없다. 불쌍하지 않은 사람조차 없다. 학생 때는 그저 잘못한 것에 집중하여 이 책을 읽었고, 갓 어른이 되었을 때는 잘한 사람이 없음에 절망을 느꼈다면, 지금은 모두가 불쌍해서 슬프다. 정작 낙인찍힌 채 살아가는 것은 헤스터 하나였으나, 나머지 사람들도 눈에 보이지 않는 낙인 속에 갇혀 사는 거다.
한빛비즈의 문학툰을 만나며 '빨강머리앤'은 완전한 기대감으로 시작했고, '레 미제라블'은 우려는 있었으나 역시 기대가 우세했다. 그러나 '주홍글자'는 우려의 마음으로 첫 장을 열었던 것이 내 솔직한 마음이다. 책장을 덮은 지금은 만화로도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원전을 읽었을 때의 여러 감정을 만화를 통해서도 섬세히 느끼고, 어떤 장면에서는 글보다 더 짠한 마음을 느끼게 돕기까지 해주었다. 혹시 문학툰 중 단 한 권만 읽으실 예정이라면(그러기 쉽지 않으시겠지만), 부디 주홍글자를 읽으시길. 그림의 힘을 가장 크게 느끼실 수 있으실 터. 한빛비즈의 문학툰이 세계명작시리즈를 이루기를, 한국 고전들도 문학툰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게 된 것은 주홍글자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
지금은 식민지 시대도 아니고, 종교가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시대 역시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주홍글자'가 수없이 존재한다. 문득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적어버린 주홍글자는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 역시 짊어지고 사는 주홍글자는 없는지도. 만화책으로 이런 감상을 하는 것이 우스우실지 모르나, 그 우스움은 이 책을 만나고 나면 사라지실 거다. 나처럼 씁쓸한 마음에 괜히 책을 쓸어보게 되실 만큼 완벽한 그래픽 노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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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디스토피아 세계명작 가운데 하나. 멋진신세계를 처음 읽고 1984를 읽고 우리들을 읽는 계획이다.
책을 읽으면서 표정에 변화를 주는편은 아닌데 경악과 동공확장, 벌어진 입, 찌푸려진 미간 등이 이 책을 알려주는 좋은 단어가 될거라 본다. 멋진신세계가 신박한 놀라움이었다면 이건 괴로움의 끝을 본 놀라움이랄까.
살아있다는 것과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차이.
우리는 말한다. 인간답게 살지 않을거면 왜 사냐고. 책은 그런말을 꺼내는 사람들을 입도 벙긋못하게 성성한 현실을 보여준다. 윈스턴이 고문받는 장면에선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다. 카페에서 보고있었는데 마스크끼고 있어서 다행..
우리는 육체와 정신 둘 사이에 선택을 하는 순간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정신이 뭔가 더 고귀해보인다. 그렇지만 몸이 힘들면 정신은 뒤따라오지 못한다. 정신력으로 버틴다는데 육체의 고통은 정신이 이겨낼 수 없다.가 나의 지론이다. 그래서 고통으로 인간의 정신을 생각을 신념을, 특히나 멋대로 튀어나오는 생각마저 고치는 장면에선 어떻게 생각마저 고통으로 바꿀 수 있는거냐고 그럴고통이면 얼마나 미친듯한 고통일까 저것이 가능하냐 가능하다면 저것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악의 최악이리라.
내 생각은 내것이면서도 내 의지로 되는게 아닌데 그것마저 교화시킨다는 이 악랄함의 지옥은 참..
읽고난다음 미친거아니냐는 말을 참 많이 꺼냈다.
사회구조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고전소설을 읽을때 이 시대상의 부분이 아직도 느껴질때 한숨이 나온다.
결국 대형을 사랑하게 된 윈스턴. 디스토피아 소설들은 굉장한 몰입감으로 날 지옥의 구렁텅이에 집어던진다. 근데 그 구렁텅이가 마냥 괴롭지만은 아는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