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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희

북오션

하얀 신작로 저 너머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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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신아출판사(SINA)

신작로에 선 조선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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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여성문학회

소명출판

신작로를 가로지르고 선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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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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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로를 배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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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운

고요아침

봄과 신작로 - 오세영의 중.단편만화 문학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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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서울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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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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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274870
Review content 1
📌<도서협찬 > 📚복숭아 꽃잎이 흩날리는 그 시절! 📚우리 모두의 첫사랑 이야기! 📚김재희 저자 <신작로>!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인연!<신작로> 는 산골 복숭아 마을에서 시작된 소녀 소년의 사랑과 우정 이야기가 발전되면서, 흩어지는 청춘의 아슬아슬한 순간을 다양한 시선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새로 지은 길 신작로를 사랑하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나아가는 소년의 모습에는 서툴지만 진심이 담겨 있다. 이 작품은 복고 감성의 향기 속에서 흐르는 첫사랑의 설렘과 성장의 아픔, 그리고 재회의 떨림을 그린 작품으로, 누구나 가슴 속에 간직해 온 '첫사랑' 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이 작품은 1980~90년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사랑과 성장, 그리고 세월의 흐름 속에서 다시 마주하게 되는 첫사랑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시대와 세대의 변화를 관통하는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도시와 시골, 자유와 억압,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1980~90년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복숭아꽃, 리코더 소리, 여름비 등 세대의 추억과 감성을 깨우는 작품이다. 첫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이야기 위에 시대의 질감을 덧입혀, 개인의 서정과 사회적 배경을 담아냈다. 성장의 아픔과 청춘의 불안, 그리고 다시 사랑하고 싶은 인간의 본성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잃어버린 첫사랑을 다시 기억하게 하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간을 그리워하게 하는 작품으로, 사라져가는 세대의 정서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작품이다. 🌺1980~90년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도자마을의 소년과 전학생 소녀의 이야기 중심으로 전개가 된다. 복숭아꽃 흩날리던 길 위에서 시작된 첫사랑, 그리고 세월이 흘러 다시 마주하는 인연에 대해 다루는 이 작품은 첫사랑의 기억, 청춘의 아련함, 그리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하지 않는 감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책 표지처럼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고, 당시의 풍경과 분위기를 세밀하게 그려내어 향수를 일으킨다. 첫사랑이라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저자가 원래 추리소설가인데, 로맨스로 장르를 확장시켜 작가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청춘의 설렘과 이별, 그리고 만남에 관한 청춘소설로, 첫사랑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고,잊힌 길 위에서 다시 만나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으로, 부모 세대의 첫사랑 이야기를 세대 간 연결시켜주는 작품이다. 또한,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기억과 풍경, 사람과 길이 얽힌 삶의 서사를 그려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첫사랑의 기억을 중심으로 전개가 되는 이 작품은 깊은 감정을 느끼게 하고, 추억을 불러일으켜 몰입도가 있는 작품이다. 🌺길 위에서 다시 만나는 삶과 사랑의 이야기! 첫사랑의 기억을 불러오는 레트로 로맨스 소설로, 첫사랑의 기억, 청춘의 아련함 그리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시 마주하는 인연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자신의 청춘과 첫사랑을 떠오르게 하여, 향수와 감정적 울림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첫사랑의 감정과 인연의 힘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나에게도 저런 기억이 있었지 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 혹은 아직 닿지 못한 어떤 감정의 흔적을 마주하게 한다. 마지막까지 읽은 후에도 마음 속에 기억하고 있는 복숭아꽃 핀 길을 떠오르게 하는 작품으로 우리가 한때 걸어온 청춘의 길을 떠오르게 하는 향수 같은 작품이다. 사건 대신 감정을 추적하고 단서 대신 기억의 파편을 따라가고, 인간의 마음이 가진 미스터리를 그린 작품! 저자의 첫번째 로맨스 소설! 복숭아꽃이 핀 추억의 길을 걸어가면 첫사랑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꼭 한번 읽어보길! 읽다보면, 복숭아가 된 청춘의 내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본 도서는 몽실북클럽에서 진행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북오션 출판사에서 도서를 협찬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신작로 #김재희작가 #청춘로맨스 #레트로로맨스소설 #로맨스소설 #한국소설 #로맨스 #레트로감성 #감성소설 #서평단 #도서협찬 #몽실북클럽 #신작소설 #신작 #소설리뷰 #소설추천 #도서리뷰 #도서추천 #북오션 #연말리뷰
신작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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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희|북오션
3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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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fahr

@kafahr
석탄은 묻어 있다 추억에 꿈에 어두운 지붕 위에 죽음에 삶의 가장 깊은 곳에 석탄은 묻어 있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몸부림 더 큰 사랑을 꿈꾸는 마음 위에 석탄은 묻어 있다 갔다 오마 하고 언제나처럼 한마디 무뚝뚝한 말을 남긴 채 그이는 가서 돌아오지 않고 몇 푼 안 되는 보상금이 되어 탄광에서 죽어 온 남편의 피 묻은 작업복과 마을의 키 큰 사철나무 잎에도 석탄은 묻어 있다 간다 울지 마라 시래기가 걸린 응달진 벽 마을로 가는 신작로 바람을 맞으며 떠나는 이웃들의 무겁고 정처없는 발길에 뻣뻣한 손바닥에 눈물 어린 눈에 펄럭이는 치마에 바람에 석탄은 묻어 있다 봄이 오면 푸르러질 저 보리밭 보리밭의 흰 눈에도 어린 자식들의 피 섞인 기침에도 뺨에 얼룩진 눈물에도 석탄은 묻어 있다 가마 어디든 못 가랴 저 캄캄한 석탄더미 너머 가도 가도 척박한 이 땅 가다가 쓰러져 석탄이 되더라도 이것들 얼굴에 더 이상은 석탄을 묻힐 수 없다 울지 마라 간다 가다가 쓰러져 석탄이 되더라도 이것들 어린 꿈에 더는 석탄을 묻힐 수 없다 - ‘석탄’,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이제 내 말은 나의 슬픔도 그대의 설움도 잠재우지 않는다 바람이 바람을 잠재우지 않고 슬픔이 슬픔을 잠재우지 않는다 슬픔을 위한 말, 슬픔을 꾸미는 말, 모든 어둠의 下手人인 슬픔에 봉사하는 말, 그대와 나의 가장 깊은 곳에 회오리치던 슬픔의 찌꺼기인 눈물도 나의 것이 아니다 이제 내 말은 슬픔을 알아버렸다 가슴 쥐어뜯는 사랑도 이별도 알아버렸다 내 말은 허공을 떠돌지 않고 내 말은 죽지 꺾인 물새처럼 바다로 가서 혼자 울지 않는다 이제 내 말은 더 이상 슬퍼하지 않는다 - ‘이제 내 말은’, 정희성 누가 나를 부르는가 한밤에 나가 눈을 헤치고 언 땅을 파본다 부드러운 흙 몇 점 호미끝에 묻어나고 원추리 한 뿌리가 달빛에 드러났다 누가 볼까 흙을 덮고 별 몰래 눈을 덮고 속으로만 혼자 기뻐 눈 속에 이마를 묻고 울다가 밤새 봄이 오는 꿈만 꾸다가 잠이 깼다 아내가 슬픈 눈으로 보며 이마에 찬 손을 얹고 있다 - ‘꿈’, 정희성 돌을 던진다 막소주 냄새를 풍기며 김씨가 찾아와 바둑을 두면 산다는 것이 이처럼 나를 노엽게 한다 한 칸을 뛰어봐도 벌려봐도 그렇다 오늘따라 이렇게 판은 넓어 뛰어도 뛰어도 닿을 곳은 없고 어디 일자리가 없느냐고 찾아온 김씨를 붙들고 바둑을 두는 날은 한 집을 가지고 다투다가 말없이 서로가 눈시울만 붉히다가 돌을 던진다 취해서 돌아가는 김씨의 실한 잔등을 보면 괜시리 괜시리 노여워진다 - ‘김씨’, 정희성 너를 부르마 불러서 그리우면 사랑이라 하마 아무 데도 보이지 않아도 내 가장 가까운 곳 나와 함께 숨 쉬는 空氣여 시궁창에도 버림받은 하늘에도 쓰러진 너를 일으켜서 나는 숨을 쉬고 싶다 내 여기 살아야 하므로 이 땅이 나를 버려도 空氣여, 새삼스레 나는 네 이름을 부른다 내가 그 이름을 부르기 전에도 그 이름을 부른 뒤에도 그 이름을 잘못 불러도 변함없는 너를 自由여 - ‘너를 부르마’, 정희성 실패한 자의 전기를 읽는다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실패를 위해 누군가 부정하겠지만 너는 부정을 위해서 시를 쓴다 부질없는 줄 알면서 시를 쓰고 부질없는 줄 알면서 강이 흐른다 수술을 거부한 너에게 의사는 죽음을 경고했지만 너는 믿지 않는다 믿지 않는 게 실수겠지만 너는 예언하지 않는다 예언하지 않아도 죽음은 다가오고 예언하지 않아도 강이 흐른다 네 죽음은 하나의 실수에 그치겠지만 밖에는 실패하려고 더 큰 강이 흐른다 - ‘병상에서’, 정희성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 ‘숲’,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창비시선 16)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창비시선 16)

정희성
창비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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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fahr

@kafahr
그들은 우리 쪽에 서 있다 우리와 함께 분노하고 발구르며 노래하고 저들을 향해 함께 돌팔매질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돌아가는 곳은 우리네의 산동네가 아니다 산비알에 위태롭게 붙은 누게집이 아니다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찌그러진 알루미늄 밥상 위의 퉁퉁 불은 라면과 누랑물든 단무지가 아니다 병든 아내와 집 나간 딸애의 편지가 아니다 온갖 안락과 행복이 김처럼 서린 식탁에서 그들은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우리들의 불행과 가난을 탄식하지만 포도주 향기 그윽한 벽난로 위에 우리의 찌든 삶은 한 폭의 벽화가 되어 걸린다 그들의 아들딸이 박힌 위국의 풍경 옆에 초라한 한 폭 벽화가 되어 걸린다 그들은 우리 쪽에 서 있지만 함께 분노하고 발구르며 노래하지만 함께 노래하며 돌팔매질하지만 - ‘벽화’,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가난한 사랑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이름은 그럴 듯해서 미니 슈퍼마켓 라면봉지와 화장지가 쌓인 진열대 위에는 먼지가 뽀얗다. 돈궤에서 천 원짜리 두어 장 들고 나가면 사내 저물도록 소식이 없고 아낙은 대낮부터 고스톱판을 벌인다. 가게 앞 빈터에는 진종일 손님 대신 싸구려외치는 어물차에 잡화차 그래도 정월이래서 돌산에서는 마당쇠 쇠가락소리 흥겹구나. 어두워져 아낙 판 치우고 나가보면 그때서야 언덕길 비틀대는 내 사내 한숨 같은 울음 같은 어깨 위로 쟁반 같은 놋쟁반 같은 달이 뜬다. 싸움질 사랑질로 얼룩진 산동네를 놀리면서 비웃으면서 대보름달이 뜬다. - ‘망월’, 신경림 지금쯤 물거리 한 짐 해놓고 냇가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볼 시간•••••• 시골에서 내몰리고 서울에서도 떠밀려 벌판에 버려진 사람들에겐 옛날밖에 없다 지금쯤 아이들 신작로에 몰려 갈갬질치며 고추잠자리 잡을 시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목소리로 외쳐대고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몸짓으로 발버둥치다 지친 다리 끄는 오르막에서 바라보면 너덜대는 지붕 위에 갈구렁달이 걸렸구나 시들고 찌든 우리들의 얼굴이 걸렸구나 - ‘갈구렁달’, 신경림 지난해와 또 지지난해와도 같은 얼굴들 오년 전 십년 전과도 같은 얼굴 같은 목소리 밖에는 모진 바람이 불고 창에 와 얼어붙는 영하 십오도의 추위 언 손들을 마주잡고 수수깡처럼 야윈 어깨들을 얼싸안고 우리는 이기리라 맹세하지만 똑같은 노래 똑같은 아우성으로 외롭지도 두렵지도 않다고 다짐하지만 온몸에 달라붙을 찬바람이 두렵구나 손을 펴본다 달빛에 파랗게 언 손을 다시 주먹을 쥐어본다 마른 나뭇잎처럼 핏기 없는 두 주먹을 - ‘추운 날’, 신경림
가난한 사랑노래

가난한 사랑노래

신경림
실천문학사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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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fahr

@kafahr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사회자가 외쳤다 여기 일생 동안 이웃을 위해 산 분이 계시다 이웃의 슬픔은 이분의 슬픔이었고 이분의 슬픔은 이글거리는 빛이었다 사회자는 하늘을 걸고 맹세했다 이분은 자신을 위해 푸성귀 하나 심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도 자신을 위해 흘리지 않았다 사회자는 흐느꼈다 보라, 이분은 당신들을 위해 청춘을 버렸다 당신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 그분은 일어서서 흐느끼는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때 누군가 그분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인가 그분은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유령인가, 목소리가 물었다 저 미치광이를 끌어내, 사회자가 소리쳤다 사내들은 달려갔고 분노한 여인들은 날뛰었다 그분은 성난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분의 답변은 군중들의 아우성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 ‘홀린 사람’, 기형도 사내가 달걀을 하나 건넨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1시쯤에 열차는 대전에서 진눈깨비를 만날 것이다. 스팀 장치가 엉망인 까닭에 마스크를 낀 승객 몇몇이 젖은 담배 필터 같은 기침 몇 개를 뱉아내고 쉽게 잠이 오지 않는 축축한 의식 속으로 실내등의 어두운 불빛들은 잠깐씩 꺼지곤 하였다. 서울에서 아주 떠나는 기분 이해합니까? 고향으로 가시는 길인가보죠. 이번엔, 진짜, 낙향입니다. 달걀 껍질을 벗기다가 손끝을 다친 듯 사내는 잠시 말이 없다. 조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죠. 서울 생활이란 내 삶에 있어서 하찮은 문장 위에 찍힌 방점과도 같은 것이었어요. 조치원도 꽤 큰 도회지 아닙니까? 서울은 내 둥우리가 아니었습니다. 그곳에서 지방 사람들이 더욱 난폭한 것은 당연하죠. 어두운 차창 밖에는 공중에 뜬 생선 가시처럼 놀란 듯 새하얗게 서 있는 겨울 나무들. 한때 새들을 날려보냈던 기억의 가지들을 위하여 어느 계절까지 힘겹게 손을 들고 있는가. 간이역에서 속도를 늦추는 열차의 작은 진동에도 소스라쳐 깨어나는 사람들. 소지품마냥 펼쳐 보이는 의심 많은 눈빛이 다시 감기고 좀더 편안한 생을 차지하기 위하여 사투리처럼 몸을 뒤척이는 남자들. 발 밑에는 몹쓸 꿈들이 빵봉지 몇 개로 뒹굴곤 하였다. 그러나 서울은 좋은 곳입니다. 사람들에게 분노를 가르쳐주니까요. 덕분에 저는 도둑질 말고는 다 해보았답니다. 조치원까지 사내는 말이 없다.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의 마지막 귀향은 이것이 몇 번째일까, 나는 고개를 흔든다. 나의 졸음은 질 나쁜 성냥처럼 금방 꺼져버린다. 설령 사내를 며칠 후 서울 어느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한들 어떠랴. 누구나 겨울을 위하여 한 개쯤의 외투는 갖고 있는 것. 사내는 작은 가방을 들고 일어선다. 견고한 지퍼의 모습으로 그의 입은 가지런한 이빨을 단 한 번 열어보인다. 플랫폼 쪽으로 걸어가던 사내가 마주 걸어오던 몇몇 청년들과 부딪친다. 어떤 결의를 애써 감출 때 그렇듯이 청년들은 톱밥같이 쓸쓸해 보인다. 조치원이라 쓴 네온 간판 밑을 사내가 통과하고 있다. 나는 그때 크고 검은 한 마리 새를 본다. 틀림없이 사내는 땅 위를 천천히 날고 있다. 시간은 0시. 눈이 내린다. - ‘조치원’, 기형도 1 흩어진 그림자들, 모두 한곳으로 모이는 그 어두운 정오의 숲속으로 이따금 나는 한 개 짧은 그림자가 되어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쉽게 조용해지는 나의 빈 손바닥 위에 가을은 둥글고 단단한 공기를 쥐어줄 뿐 그리고 나는 잠깐 동안 그것을 만져볼 뿐이다 나무들은 언제나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작은 이파리들은 떨구지만 나의 희망은 이미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너무 어두워지면 모든 추억들은 갑자기 거칠어진다 내 뒤에 있는 캄캄하고 필연적인 힘들에 쫓기며 나는 내 침묵의 심지를 조금 낮춘다 공중의 나뭇잎 수효만큼 검은 옷을 입은 햇빛들 속에서 나는 곰곰이 내 어두움을 생각한다, 어디선가 길다란 연기들이 날아와 희미한 언덕을 만든다, 빠짐없이 되살아나는 내 젊은 날의 저녁들 때문이다 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 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 이미 대지의 맛에 익숙해진 나뭇잎들은 내 초라한 위기의 발목 근처로 어지럽게 떨어진다 오오, 그리운 생각들이란 얼마나 죽음의 편에 서 있는가 그러나 내 사랑하는 시월의 숲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 2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의 촛불은 이미 없어지고 하얗고 딱딱한 옷을 입은 빈 병만 우두커니 나를 쳐다본다 - ‘10월’, 기형도 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기억이 오면 도망치려네 사내들은 있는 힘 다해 취했네 나의 눈빛 지푸라기처럼 쏟아졌네 어떤 고함 소리도 내 마음 치지 못했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었네 나 그 술집에서 흐느꼈네 그날 마구 취한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사내들은 남은 힘 붙들고 비틀거렸네 나 못 생긴 입술 가졌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 ‘그 집 앞’,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빈집’, 기형도 읍내에서 그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철공소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그는 양철 홈통을 반듯하게 펴는 대장장이의 망치질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 자전거 짐틀 위에는 두껍고 딱딱해 보이는 성경책만 한 송판들이 실려 있었다 교인들은 교회당 꽃밭을 마구 밟고 다녔다, 일주일 전에 목사님은 폐렴으로 둘째 아이를 잃었다, 장마 통에 교인들은 반으로 줄었다, 더구나 그는 큰 소리로 기도하거나 손뼉을 치며 찬송하는 법도 없어 교인들은 주일마다 쑤군거렸다, 학생회 소년들과 목사관 뒷터에 푸성귀를 심다가 저녁 예배에 늦은 적도 있었다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집사들 사이에서 맹렬한 분노를 자아냈다, 폐렴으로 아이를 잃자 마을 전체가 은밀히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주에 그는 우리 마을을 떠나야 한다 어두운 천막교회 천장에 늘어진 작은 전구처럼 하늘에는 어느덧 하나둘 맑은 별들이 켜지고 대장장이도 주섬주섬 공구를 챙겨 들었다 한참 동안 무엇인가 생각하던 목사님은 그제서야 동네를 향해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저녁 공기 속에서 그의 친숙한 얼굴은 어딘지 조금 쓸쓸해 보였다 - ‘우리 동네 목사님’, 기형도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열풍(熱風)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시착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들일까 밤마다 숱한 나무젓가락들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 패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 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 하룻밤새 없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들어온 것들의 인사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 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몇 번인가 아이를 지울 때 그랬듯이 습관적으로 주르르 눈물을 흘릴 뿐 끌어안은 무릎 사이에서 추억은 내용물 없이 떠오르고 소읍은 무서우리만치 고요하다, 누구일까 세숫대야 속에 삶은 달걀처럼 잠긴 얼굴은 봄날이 가면 그뿐 숙취는 몇 장 지전(紙錢) 속에서 구겨지는데 몇 개의 언덕을 넘어야 저 흙먼지들은 굳은 땅속으로 하나둘 섞여들는지 - ‘봄날은 간다’, 기형도 구겨진 불빛을 펴며 막차는 떠났다. 적막으로 무성해진 가슴 한켠 공지(空地)에서 캄캄하게 울고 있는 몇 점 불씨 가만히 그 스위치를 끄고 있는 한 사내의 쓸쓸한 손놀림. - ‘388번 종점’, 기형도 당신이 세수하신 물에선 항상 짠 냄새가 나요 가끔은 몇 개씩 조개껍질이 둥둥 떠 있어요 고양이 털이 가늘게 부드러워 새벽에 흘린 코피가 아직까지 젖어 있고 집은 멀기만 한데 신발 끈이 자꾸만 풀어져요. 당신을 잊고 있는 밤이면, 어머니 우주비행사가 잃어버린 장갑 한 짝이 우리 집 꽃밭에 소리 없이 별똥처럼 내려앉을 것입니다. - ‘귀가’, 기형도 지난 겨울은 빈털털이였다. 풀리지 않으리란 것을, 설사 풀어도 이제는 쓸모없다는 것을 무섭게 깨닫고 있었다. 나는 외투 깊숙이 의문 부호 몇 개를 구겨넣고 바람의 철망을 찢으며 걸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이 세상에서 애초부터 우리가 빼앗을 것은 무형의 바람뿐이었다. 불빛 가득 찬 황량한 도시에서 우리의 삶이 한결같이 주린 얼굴로 서로 만나는 세상. 오, 서러운 모습으로 감히 누가 확연히 일어설 수 있는가. 나는 밤 깊어 얼어붙는 도시 앞에 서서 버릴 것 없어 부끄러웠다. 잠을 뿌리치며 일어선 빌딩의 환한 각에 꺾이며 몇 타래 눈발이 쏟아져 길을 막던 밤, 누구도 삶 가운데 이해(理解)의 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지난 겨울은 빈털털이였다. 숨어 있는 것 하나 없는 어둠 발뿌리에 몸부림치며 빛을 뿌려 넣는 수천의 헤드라이트! 그 날[刃]에 찍히며 나 또한 한 점 어둠이 되어 익숙한 자세로 쓰러질 뿐이다. 그래, 그렇게 쓰러지는 법을 배우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온몸에 시퍼런 절망의 채찍을 퍼붓던 겨울 속에서 나는! - ‘겨울, 우리들의 도시’, 기형도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기형도 30주기 시전집)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기형도 30주기 시전집)

기형도
문학과지성사
5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