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책장에 꽂혀있는 책이었다. 책 등에도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씌여있음에도 어디선가 들어본 제목에 그저 아무 생각없이 오쿠다 히데오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었음..ㅋㅋ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몇 년 전에 끊었다. 워낙 다작가인 작가의 작품을 연달아 읽다가 너무 비슷해서 이젠 안 읽기로 결정했지만 오랜만이라 읽어보기로.
<방황하는 칼날>은 2004년 출간되었는데 우리나라에는 2008년 다른 출판사와 다른 번역가로 출간되고 2014년 영화화된 것 같은데, 하빌리스 출판사에서 민경욱 번역가의 번역으로 2021년 다시 출간되었다. 하지만 읽는 동안 지금 이 시대와 전혀 그 간극을 느끼지 못했다. 그만큼 히가시노 게이고가 시의성 있는 작품을 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영화화가 당연하게 느껴질 만큼 첫 페이지부터 숨 쉴 틈 없이 진행된다. 사실 그동안의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들을 생각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너무나 강력한 사건이 발생해서 하마터면 우울해서 책을 내려놓을 뻔. 하지만 또 그 뒤를 이어 다른 사건이 이어질 듯한 느낌에 손을 놓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사건들은 "소년범"이라는 강력한 시의성을 포함하고 또한 우리는 누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을 지키려 하는가라는 문제를 던진다.
그러니 "방황하는 칼날"은 도대체 그 칼날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일 게다. 때문에 책 마지막의 장치까지 포함해서 <백야행>이나 <라플라스의 마녀>를 읽었을 때처럼 다시 한 번 작가의 대단함을 깨닫게 된다. 이제 한국에서 만든 영화도 한번 보고 싶다. 일본에서는 드라마도 만들었다는데 어떻게 또 다른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하다.
표지에 홀려 쪼르륵 샀지만 러시아 작가 소설은 번역이 대체로 아쉽다. 벨낀 이야기도 그렇고 백야도 그렇고 디자인에 비해 내용이 못 따라가는 듯. 그나마 뒤에 작품 해설이 아주아주 마음에 듦. 난해한 내용을 얼레벌레 어려운 말로 칭찬하기보다 적당히 정리하고 핵심만 짚어 준다는 점에 권하고 싶다.
📗 белые ночи
#백야#도스토예프스키 🇷🇺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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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다만 이것만은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이 말씀을 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그 사람을 사랑함에도, 아니,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도 말씀하셨다시피... 당신의 사랑이 그토록 고결하다고 느끼신다면, 궁극적으로 제 가슴에서 예전의 사랑을 몰아내 주실 수가 있다고 느끼신다면... 저를 불쌍히 여기고 싶으시다면, 저를 위로도 희망도 없는 운명 속에 홀로 팽개쳐 두고 싶지 않으시다면, 언제나 지금처럼 저를 사랑하고 싶으시다면, 그렇다면 저도 맹세합니다, 이 감사하는 마음... 저의 사랑이 마침내 당신의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게 될 거라는걸... 이제 제 손을 잡아주시겠어요?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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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밤이었다. 우리가 젊을 때에만 만날 수 있는 그런 밤이었다." 라는 🔥 미친 문장으로 시작하는 ᴡʜɪᴛᴇ ɴɪɢʜᴛs
🌝 백야.
미친 첫 문장에 비해 구어체로 이루어진 문장과 몽상가라는 다소 과장된 이야기가 조금 따분하다고 생각했지만 🥱 나스쩬까에게 하는 사랑 고백에 이어 나스쩬까가 답하는 사랑 고백의 전개. 🤭 크~ 소설은 그 장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운 절정을 느끼게 해준다. 단순하다고도 할 수 있는 장면이지만 아름답다고 표현한 건 그 고백들이 너무나 순수하고 솔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결국 세상 전부가 우중충하게 변해버릴 정도로 상심한 상태에서도 그녀를 축복해주는 결말은 또 어떠한가? 🤓 명작은 역시 명작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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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타그램#책#독서#카툰#bookstargram#bookreview#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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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이 푸른 그림자도 몇 시간 뒤 다시 떠오를 태양 아래 사라져 버리겠지. 오래 전 네가 내 마음에 남겼지만 결국 사라져버린 아릿한 멍 자국처럼.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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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즐겨 왔던 허세가 하나 있다. 바로 문화예술. 아는 것도 없고 잘 하는 것 하나 없으면서도 그림을 좋아하고, 음악을, 공연을, 책을 사랑해왔다. 그 중 그나마 자신 있는 게 책이라 갈증을 가장 많이 채워왔던 게 책이기도 하고. 한 달에 두 어 권은 꼭 문화예술과 관련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마치 핸드백을 사듯, 립스틱을 사듯- 그림을, 음악을, 예술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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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표지부터 그런 나의 욕구를 채워주었다. 일단 <혼자>라는 단어가, <북유럽>이라는 단어가, <천천히>라는 단어가 제각기 나의 가슴을 울려댔고, 푸른 표지가, 또 손으로 얽기 설기 그려놓은 그림이 마음을 퉁퉁 울렸다. 한달 넘게 혼자 1박2일 여행을 떠나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하는 내게 이 책은 숨통 같았고, 쉼표 같았고, 눈물 같았다. 그렇게 나는 책상에서라도 자유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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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에 멈춰 있는 듯 보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빙하는 끝없이 움직이고 있다. 다만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알아볼 수 없는 것이다. (…) 위대한 힘의 출발점 앞에 와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p.216)
-이 서정적인 도시가 대 화재로 인한 폐허에 세워졌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잿더미 위에 다시 피어난 아름다운 꽃.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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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이라는 장소가 그런 걸까, 저자가 그렇게 서정적인 사람일까? 별 것 아닌 풍경도 저자의 펜 끝에서 아름다움으로 피어났고, 그 아름다움은 고스란히 이 겨울 밤, 나에게 전해졌다. 차갑고 쓸쓸한 겨울 밤에 따뜻한 방에 앉아 이렇게 감미로운 책을 보고 있자니 생각나는 일도 많고, 생각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더 그림을 탐미하고, 음악에 빠지는 것일까. 문득 이렇게라도 음악과, 책과, 맥주와, 그림과, 문장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눈물 나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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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 도시는 수없이 많은 아침과 저녁을 맞이했다. 오늘이라는 시간은 이 도시에 찾아온 무수한 파편 중 한 조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순간에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러웠다. 그 아름다운 여름밤 속에 내가 있었다.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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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에 순간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참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런데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내가 얼마나 사랑이 가득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되더라. 그래, 내 삶 속에서의 오늘 하루는 무수한 파편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만나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그게 얼마나 감격스러운 순간인지는 내 마음에 달린 것임을 또 잊고 살아왔다. 또 바보같이 놓치고 살아왔다. 누군가 언젠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마음으로 얼마나 챙기고 있는지 모른다고, 그 세세한 게 뭔지 물어보면 구차해서 말하지 않을 거지만, 마음으로 가득히 챙기고 있다고. 그 무수한 파편들을 하나하나 보지 못했던 나의 어리석음이, 그 아름다운 시간 속에 내가 있었음을 몰랐던 어리석음이 안타깝고 속이 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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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라도, 나에게 주어진 이 순간순간을 가득히 사랑하며 살아야지. 혼자, 천천히 혹은 둘이, 셋이, 여럿이, 천천히 혹은 빠르게 살게 되더라도- 그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잊지 않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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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다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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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의 대척점, 그린란드의 극야(낮 시간에도 해가 뜨지 않는)!
아마 극야에 대한 첫 여행(이라 쓰고 탐험) 에세이.
엄마의 뱃속에서 세상으로 나와 첫 빛을 보게 된 저자의 아기의 경험(저자가 생각한)을 극야를 헤치고 첫 태양이 떠오르는(아주 잠깐) 모습을 보면서 빗댄 부분, 그리고 빛이 없는 어둠에서 실존(자기 인식, 세상-나 인식)에 대한 저자의 자기 고백은 가히 경이롭다.
독서모임 #책키북키
3월 2일 만남에서는 한강 소설가의 <흰>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모임장의 사정으로 후기가 매우 늦어졌네요ㅠㅠ
각설하고 바로 후기 들어가겠습니다!
우선 이 책은 에세이인 듯, 소설인 듯 장르가 모호한 책입니다. 책 표지에는 분명하게 소설이라고 적혀 있지만, 막상 펼쳐보면 짤따랗고 개별적인 이야기가 나열되어 있지요. 그러나 천천히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각개의 이야기들이 가지는 ‘흰’ 색이라는 공통적 특징으로 이어져 결국엔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일반적으로 ‘희다’라고 하면 깨끗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연상하기 쉽죠. 하지만 책에서의 흰 무엇들은 모두 어딘가 모호하고 위태합니다. 이미 사라져버린, 혹은 사라지고 있는, 사라질 것들, 그러니까 무구하지만 그만큼 연약한 무엇들을 작가는 담담하지만 따뜻하게 보듬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임에서 각자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하나씩 꼽아 보았습니다.
1) <강보> (p. 18-19)
갓 태어나 강보에 싸인 아기와 그 어머니가 마주하는 장면이다.
“방금 무엇이 시작됐는지 모르는” 아기와 “믿을 수 없는 고통을 방금까지 겪은” 여자. 삶과 죽음의 흐릿한 경계에서 그들은 아득하게, 그러나 끈질기게 연결되어 있다.
2) <은하수> (p. 77)
이야기 속 ‘그녀’의 ‘두통’이나 ‘칠흑’ 같은 검고 어두운 것들을 “한순간 눈을 씻어 어떤 것도 기억할 수 없게 하던 차고 깨끗한” 은하수를 보러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순간이었다.
3) <백야> (p. 96)
어둡지 않은 밤과 밝지 않은 낮, 완전한 흑이나 백이 아닌 그 경계는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묵은 고통은 아직 다 오므라들지 않았고 새로운 고통은 아직 다 벌어지지 않”은 아픔의 경계에서 우리는 얼마나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카페에서 찍은 사진 올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플라이북#독서모임#책키북키
히로에가 내년의 포부를 물었다.
"게임기를 넘어서는 컴퓨터 게임을 만들고 싶어."
도모히코가 그렇게 대답했다.
기리하라의 대답은 이랬다.
"낮에 바깥을 걸어 다니고 싶다."
그 대답에 히로에는 초등학생 같다면서 웃었다.
"기리하라 씨, 그 정도로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거야?"
"내 인생이 백야를 걷는 거나 다름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