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호호책방
가끔은 얇은 책의 그림책 한 권이 두꺼운 책을 이길 때가 있다.
주말의 나른한 오후 책상 앞에 앉아 이 그림책을 읽는데
순간 가슴이 멍해지기도 하고 코 끝이 찡해진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고민들이 모여 작은 문구가 되고
한 권의 그림책이 되었다.
'호호책방'
"언젠가 바닷마을에 작은 책방을 연다면 '호호'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었습니다.
함께 호호 웃고 호호 불어주며 작은 응원과 위로를 건네는 곳,
'바닷마을 호호책방'에서 누구나 잠시 쉬어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머리말 처럼 그림책을 한 장 두 장 펼칠 때마다 위안이 된다.
가끔 우리가 겪었던 이야기라 그럴까?
바닷가 작은 마을에 여우 씨가 이사를 왔다.
그리고 작은 책방을 열었다.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이 그를 경계하고 조심스러워해서 친해질 수가 없었다.
여우 씨는 단지 바다를 보며 넓어지는 마음을 가지고 쓸쓸하고 힘 들 때 책을 읽고 싶어할 뿐이다.
꽃 비가 내리던 날 여우 씨네 작은 책방에 첫 손님이 찾아왔다.
외로움을 가진 아이가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고 여우 씨는 그 아이에게
'내가 먼저 안아 줘요'라는 책을 처방해 주었다.
새벽에 일을 나간 아빠가 늦은 밤 돌아왔을 때 아이는 아빠를 말 없이 꼭 안아 주었다.
아이가 돌아가고 한참 뒤, 여우 씨는 외로움이 담긴 아이의 이야기를 보석함에 넣었다.
멀리 미국에 가 있는 딸에게서 온 편지를 들고 할머니가 찾아왔다.
편지에는 곧 엄마를 만나러 가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때로는 그리움이 힘을 줄 때도 있어요"
여우 씨는 할머니에게 '다시 만날 날을 생각해요' 란 책을 처방해 주었다.
친구와 다투고 사과를 하지 못해 고민하는 아이가 찾아왔다.
여우 씨는 젤리 두 개와 '달콤한 사과가 필요해요'란 책을 처방해 주었다.
"난 맨날 마음이 조마조마해요, 또 잃어버릴까 봐, 오늘은 물건에 내 이름을 몽땅 썼어요. 틀려서 놀림 받을까 봐 발표도 잘 못해요"
불안이라는 감정을 가진 아이에게는 '나를 믿어요'란 책을 처방해 주었다.
여우 씨와 함께 하는 호호책방은 아이들 사이에 이제 유명해졌다.
한 번도 안 가 본 아이는 있어도
한 번도 안 가 본 아이는 없었다.
바람이 휘몰아치고 창문이 덜컥거리던 밤
여우 씨네 책방에 도둑이 들었다.
그리고 책 한 권이 사라졌다.
'밥이 되고 꿈이 되는 책' 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도둑을 잡으려 했지만, 여우씨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어느 날 사라졌던 책이 편지와 함께 돌아왔다.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은 찾아오는 사람도 없거든요......"
어느 날 아침 씽씽 슈퍼의 할아버지가 오래된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먼지 쌓인 간판도 떼고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우 씨는 씽씽 할아버지네 가게가 어떻게 변신할지 기다려졌다.
모두의 이야기가 모여졌다.
그리고 드디어 여우 씨는 책 한 권이 될 이야기를 완성했다.
그렇게 초록초록 봄이 가고 파랑파랑 여ㄷ름이 오고 있었다.
마음을 호호 불어주는 책방!
우리 주위에도 아마 그런 공간이 있을 것이다.
내가 그런 책방을 열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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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의 정체
책의 제목에서 느꼈던 상상은 완전히 빚나갔다.
진허수~
그리고 뭐야 책의 마지막 반전은!
창비어린이책을 가끔 읽는다.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이야기는 같은 친구 모두의 이야기였다.
교실에서 주연과 조연, 엑스트라는 따로 없다.
모두가 주인공이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중요하다.
잘 모르겠다고 묻어 두거나 무시하면 안 된다.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보면,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는 마음들이 있으니깐.
허수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반 친구들에게 정체모를 존재로 다가왔다
친할 사이도 없이 다시 전학을 가 버렸다.
현악 사중주의 현아와 나래의 이야기를 읽으며 예전의 책들과는 다른 결말을 느꼈다. 화해라는 선택 대신에 본인의 속 마음을 당당히 전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한 점이 독특하면서도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그럼 우리,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는 거지?"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
나래는 상처를 받으면서 억지로 현아와 친하게 지내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얘기한다. 남이 뭐라든 나를 위한 선택을 하고 싶었다고......
남에게 상처를 주고 "미안해" 사과로 항상 끝날 수는 없는 것이니깐!
할아버지의 바다에서는 잠시 눈물이 났다.
어린 시절 누구보다 자신과 함께 했던 할아버지가 이제는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그런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렸다고 해도 해수는 서운하다.
그러나 병실에 두고 온 휴대폰을 다시 찾으러 갔을 때 울고 있는 할아버지와 마주한 6학년 아이 해수
"할아버지는 똑같이 할아버지야"
자신을 좋아했던 예전의 할아버지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현재의 할아버지도!
한 달에 한 번 월간 낚시를 하는 범준~
아마도 범준의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했는 것 같다.
아빠를 만나러 간 날은
범준의 친한 친구 찬우가 본인이 짝사랑하는 은서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었다.
"원래 낚시터에는 초보자의 행운, 따라온 사람의 행운 그리고 실연자의 행운이라는 게 있거든,
고수도 그 셋은 못 이긴다고 했어"
그런 까닭일까^^ 범준은 아빠가 없는 사이 엄청난 크기의 무지개 송어를 낚는다.
그리고 다시 바다에 보내준다.
"모든 생명체는 서로에게 빚지며 살아가는 거니까. 나중에 인간도 땅으로 돌아가며 빚을 갚잖아"
하나 둘 셋!
우리는 3초 만에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윤채와 성우는 3년 동안 친하게 지낸 친구다.
서로가 좋아하는 이성 친구에게 사귀자고 고백을 하기로 한 날
성우는 달걀이 머랭으로 바뀌듯 우정이 사랑으로 마술처럼 변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랑하는 사람은 3초 만에 알아본다고 했던 성우
그들의 우정, 아닌 사랑은 3초가 아닌 3년이었다.
나는 꽃이다.
여덟 편의 이야기의 주인공이 다니는 학교 교실 창가에 시들어가던 꽃이다.
어느 날 죽은 줄 알았던 나를 친구들이 발견해 주었다.
"어머 깜비가 밤새 꽃을 피웠네"
"죽은 줄 알았는데 대단하다."
기쁘고 설레고 편안한 마음만 좋은 것은 아니다.
슬프고 아프고 불편한 마음도 소중하다.
그 마음이 생겨난 이유를 따라가 보면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소중한 마음을 배우게 된다.
세상에는 막 대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삶에서 잠시 스쳐 지나간 사람도 그리고 지금 현재 나의 곁을 지키는 모든 이들도 소중하다.
우리는 그 속에서 행복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불편해 지기도 하지만
늘 새롭게 일어서는 성장이라는 에너지를 얻게 된다.
여덟 편의 동화에서 느껴지는 아이들의 훈훈한 마음이 찬란하게 빛나길~
진심을 다하는 순간 찬란하게 빛나는 어린이의 오늘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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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빌라
풍경빌라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낭만의 가을을 맞이하고,
흰 눈이 소복히 쌓인 겨울을 견뎌내며
그렇게 달빛이 포근을 새 봄을 맞이한다.
그림책의 작가는 어느 날 밤길을 걷다가 환하게 빛나는 네모난 창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안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지?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차곡차곡 풍경빌라를 지어 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그림책은 작가의 그런 마음으로 시작된 그림책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주 오래 전 갓 결혼했을 때 지은 집을
벽돌을 쌓고 녹색 타일과 분홍색 기와로 꾸며 지은 풍경빌라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 집에 머무는 모두가 자기만의 풍경을 가꾸어 나가길 바랬다.
풍경빌라에는 모두 여섯 집이 있다.
고등학생 남동생과 누나가 단둘이 살고 있기도 하고,
이른 새벽 집을 나가 깜깜한 저녁 풍경빌라로 돌아오는 택배 일을 하는 아저씨도 살고 있다.
엄마와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가 사는 집은 아이의 물건이 방 가득이다.
201호에 혼자 살고 있는 할아버지는 방 가득 식물을 키우고 가끔씩 찾아오는 성인이 된 아들들과 식탁 가득 한 상 차려 즐거운 식사를 하기도 한다.
얼마 전 이사를 온 302호 아가씨는 아직 풀지 않은 짐들을 매일 조금씩 정리하고
늦은 밤 책을 읽으며 잠자리에 든다.
꼭대기 층에 살고 있는 풍경빌라 주인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웃을 위해 떡도 찌고, 풍경빌라의 고장난 곳을 살뜰히 고쳐준다.
풍경빌라의 다양한 삶은 계절이 여러 번 바뀌고 시간 속으로 접어들지만, 언제나 천천히 따뜻하게 흘러간다.
풍경빌라를 이쁘게 쌓은 작가의 글과 그림이 보는 내내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모두 자기만의 풍경을 이쁘게 가꾸어가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한 권의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탄생했다.
저마다 삶의 풍경을 매일 한 장씩 그려나가는 풍경빌라~
가오슝 한 달살기 하러 가는 사이 집에 배달되었던 그림책~
세상에 모두가 풍경빌라의 사람들처럼 조용히 행복을 맞이하고 나름의 방식대로 세상을 마주하길 나 또한 바라는 마음으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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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생각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 구두 사 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 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언제 들어도 아름다운 동요다.
이 그림책은 우리가 즐겨 부르는 국민 동요라고 할 수 있는
'오빠 생각'의 시를 쓰신 최순애 선생님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논밭이 펼쳐져 있는 너른 벌판,
노송과 능수버들이 울창한 숲,
논에서는 뜸부기가,
숲에서는 뻐꾸기가 우는 수원 화성 장안문과 화홍문 사이 마을에서
문학과 음악을 즐기는 소녀가 살았다.
소녀는 여덟 살 위의 서울 간 오빠를 그리워했다.
오빠가 간 서울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돌아오지 않는 오빠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오빠의 이름은 최신복!
소파 방정환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 운동을 활발하게 펴며 '개벽', '소년', '어린이' 등의 잡지에 세계 명작을 번안하고 연재했던 편집자였다.
최신복의 동생 최순애 선생님은 '오빠 생각' 이란 시를 12살에 발표했다.
서울로 간 오빠를 그리워하며 소식이 없는 오빠가 간 서울 쪽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던 소녀의 마음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 받는 어린이 시를 탄생하게 했다.
책 장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시골 소녀의 마음을 따라 읽는 여정은 그리움과 아름다움이다.
또한, 붓이 종이에 길을 만들면서 물감이 스며들어 그 색을 남긴 그림 속에서 독자들은 옛 추억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오빠가 서울 갔다 올 때, 비단 구도 사 가지고 올게"
오빠는 마부가 이끄는 말을 타고 수원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논에서는 뜸북새가 구슬프게 울었다.
오빠를 그리워하는 소녀의 마음이 우리 모두의 마음으로 남게 되었다.
'오빠 생각' 이란 국민 동요로 말이다.
캄캄한 밤하늘 길을 잃었던 순이는 오빠의 넓은 등에서 따뜻하고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는 모습을 보고 순이의 오빠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일본 유학길에서 돌아와 '화성소년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일제 치하에서도 어린이를 위한 활동을 했다.
단순하게 오빠 생각과 관련한 그림책이라는 느낌으로 읽었는데 반전이다.
2025년은 최순애 선생님의 '오빠 생각'이 탄생한 지 100주 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그리고 2025년 5월에는 수원 화성 인근에 '오빠 생각' 노래비가 세워진다고 한다.
간결하지만 아름답고 소박한 글과 그림 속에 스며든 이야기를 따라가 본 행복한 시간이었다.
마음에 찡한 감동을 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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