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이미 전화기 속 세입자가 된 지 오래다. 이제 사람들은 셔터를 연사해 마음에 드는 순간만 골라낼 수도 있다. 그런 마당에 필름 카페라는 참 불편하고 무능하다. 너무 가까워도, 조금만 어두워도 피사체를 제대로 담지 못한다. 게다가 너무 무겁다. (...) 그럼에도 예측할 수 없는 그러나 너무나 강렬한 결과물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건 모든 게 완벽하고 안전한 방식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결핍의 산물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필름을 고르고, 뷰 파인더로 피사체를 바라보고, 묵직한 셔터를 누르고 리와인드 레버를 돌려 필름을 꺼내 시간을 묵혀두다가 나만의 빛이 태어나는 순간을 기다린다. (p.182)
며칠이나 늦게 정리하는, 지난 12월 27일, 2023년 마지막 독서 모임 이야기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번 독서 모임은 각자 책을 고르고, 자신이 읽었던 책을 추천하는 형식의 독모였습니다. 무슨 책을 소개할까 꽤 길게 고민했던 것 같아요.
애정하는 김진영 선생님의 책을 소개해야 할지, 한참 필사하며 읽던 김종원 작가님 책을 소개해야 할지- 그러다 우연히 마음에 닿은 것은 루시드폴의 『모두가 듣는다』였습니다. 사실 너무 좋아하는 출판사인 돌베개에서 너무 돌베개답지 않은 여리여리한 표지의 책이 올라와 있기에, 가만히 들여다보니 감성 끝판왕 루시드폴이더라고요. (이수지 작가님과 「물이 되는 꿈」을 작업하신 그 감성 끝판왕 맞습니다) 그래서 “그래, 연말에는 감성이지”하며 이 책을 냉큼 집어 들었습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연말 답답했던 마음이 눈 녹듯 녹는 기분이었습니다. (고민하던 김종원 작가님의 책도 여러 건 등장했고요.) 감정적인 문장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가슴이 몽글해졌고, 나도 이렇게 아름다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리라 결심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의 도서소개를 들으며 울컥하는 마음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특히 자신의 마음을 담담히 이야기하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소개는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좀 억지로 자꾸 웃었고, 독서 모임을 끝으로 이사를 한다는 한 분의 관계에 대한 문장은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들과 1년간 독서 모임을 할 수 있었음이 복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바빠져서, 2024년에는 도서모임을 참가할 수 있을지 아닐지 확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더 하는 것으로 욕심을 부려보고 있습니다.
어느새 새로운 한 해가 왔습니다. 달력이나 다이어리는 어느새 새것을 꺼내 들었고 새로운 기록을 위한 볼펜도 새로 들였지만, 이제는 무조건 새로운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님을 압니다. 우리의 삶도 휴대폰으로 들어간 카메라처럼 점점 편리해지고, 빨라지고, 급해지겠지만- 적어도 필름카메라가 남기는 '흔적'처럼- 마음에 무엇인가를 남기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모두가 듣는다』를 읽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2023년의 마지막에 『모두가 듣는다』를 읽고-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선물로받은 고정순 작가님의 일력은 2024년 나와 매일함께할 응원이 되겠지요?
김흥식 작가님과 고정순 작가님의 책을 여러 권째 읽는다. 이유는 단 하나다. 한 명이라도 더 읽고 소문을 내면 아동폭력이나 가정폭력이 좀 줄어들 수 있을까 하여. 다행히도 나는 화목한 가정에 태어나 안정적으로 성장했고, 우리 아이도 평온한 가정에서 성장 중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지 않나. 엄마가 되어보니 내 아이를 잘 키우는 것도 무척 중요하지만, 모든 아이가 잘 자라는 것이 결국 우리아이의 생활이 더욱 평온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모든 아이가 잘 자라야 세상이 평온하다. 그러니 부디 세상의 많은 부모가 내 아이를 사랑한다면, 주변의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지시면 좋겠다. 진짜 어른이 되어주시면 좋겠다.
『아빠의 술친구』는 앞서 소개했던 「그렇게 나무가 자란다.」나 「무인도에서 보내요」와는 달리 제목부터 어떤 내용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일러스트를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핑 돌았다. 고정순 작가님의 그림을 보며 늘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 책은 첫 장부터 나를 울렸다. 회색 위에 마구 그려진 손과 발. 그저 손과 발에 그치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주먹질과 발길질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무거움. 눈물이 고여 글씨를 전혀 읽을 수 없음에도 고정순 작가님의 그림은 어두운 세상의 아픔을 천천히 읊어주는 기분이었다. 나는 이 책도 아이에게는 보여줄 수 없을 것 같다.
조금 진정을 한 후 다시 펼쳐 『아빠의 술친구』를 읽는데 김흥식 작가님의 문장들에 또 한 번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일러스트를 볼 때와는 다른 감정이 들어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김흥식 작가님의 문장은 슬프지만 담담했고, 아프지만 나아진 미래를 그리고 있었기 때문. 무서운 아빠의 술친구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결국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한 아이에게 손뼉을 쳐주고 싶었다. 아빠와 같은 사람이 되지 않은 아이의 등을 토닥여주고 싶었다. 이런 김흥식 작가님의 의도대로 일러스트도 전체적으로 어두운 빛이지만, 감정이 섬세히 묘사되었고, 이겨낸 아이의 모습만 푸른 빛으로 표현되어 그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만들어주셨다.
『아빠의 술친구』는 사회의 어두운 면, 그리고 그 어두움 속에서도 담담히 자라는 희망을 모두 품은 이야기다. 그래서 더욱 현실감을 느낄 수 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물론 아동폭력과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이 모두 이렇게 당당히 일어설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당당히 이겨냈다고 해도, 그 아이들의 가슴에 상처가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들 아래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감히 상상도 못 하겠다. 그래서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이런 책을 읽고 생각하고 주변에 눈을 돌려주셨으면 좋겠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의 힘이 필요하다는 유명한 말처럼, 우리 아이뿐 아이라 마을의 모든 아이가 잘 클 수 있도록 말이다.
리뷰라고 기록했지만, 사실, 이 글은 나의 다짐이자 염원이다. 나의 아이만 소중히 대하지 않겠다는, 다른 아이들 모두 건강하고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좋은 어른이 되겠다는 다짐이다. 또 나처럼 느끼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염원이다. 나는 미약하여 혼자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그러나 바위를 뚫는 물방울처럼, 미약한 존재들 여럿이 모이면 큰 힘이 된다.
“나는 아빠와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이불 속에서 다짐하는 아이의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세상 모두가 그 속마음에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이 읽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소개하는 그림책이다. 물론 아이들도 읽고 몸에 '열매'를 품고 살아가는 친구를 알아채 주고, 그것을 엄마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래도 어른들이 이 그림책을 많이 읽으시고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세상에 귀를 기울여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렇게 나무가 자란다.>의 김흥식 작가님은 몇 달 전 소개한 <무인도에서 보내요>를 포함, <아빠의 술친구>, <감옥에 갇히면> 등 그늘에 가려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전달하는 분이기에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귀 기울이는 작가님이다. 이번 작품 역시 읽는 내내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났는데, 특히나 폭력의 피해자에서 가해자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 앙갚음 같은 폭력의 대상이 친구에게서 자신의 아이로 번져가는 모습이 너무 힘겹고 아팠다.
작가님은 폭력을 '나무를 심는 것'으로 표현하였는데 이 '열매'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말고 숨겨야 하며, 이 열매를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아빠랑 살 수 없다는 문장을 읽으며 지금 이순간에도 그런 협박으로 아이를 가스라이팅 하는 부모 같지 않은 부모가 수없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또 한 번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나무'를 뽑기 위해서는 결국 모든 어른이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주변을 돌아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도 했다. 어른들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이 책 속의 '나'처럼 또 다른 '가해자'를, 깨달아도 돌이킬 수 없는 '괴물'을 만들고야 말 것이다.
<엄마 왜 안 와>로 나를 울리셨던 고정순 작가님의 그림도 쉬이 넘길 수 없다. 김흥식 작가님과 같이 작업하신 다른 책들도 그랬지만, 한 장면 한 장면이 너무 가슴 아프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는데, 나무에 삼켜지기 직전의 아이 모습은 보자마자 왈칵 눈물이 났다. 타인에게서도 나무가 자라는지 알고 싶어서 여기저기 나무를 심었다는 장면의 흑백의 사람들과 손 장면은 한동안 숨을 쉬는 것도 잊어버리고 만 만큼 어둡고 슬퍼 보여서 온 마음이 묵직해졌다. 하얀 배경인데 이렇게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작가님의 표현력이 놀랍기도 했지만, 이렇게 마음이 어두운 사람이 무척이나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힘겨워졌다.
언제인가 가정폭력을 당한 아이를 담은 뉴스에서 읽은 댓글, “남의 가정에 껴들다가 봉변당한다”라는 말에 화가 나면서도 반박하지 못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공익신고자를 보호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사회에 노출된 아이들이 결국 다시 돌아가는 곳도 가정이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김흥식 작가님이나 고정순 작가님처럼 작게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시고, 이것을 세상으로 전파해줄 분들이 필요하다. 그래야 단 한 명이라도 더 이웃에 귀를 기울이고, 손을 내밀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마음에서 이 리뷰를 쓴다. 딱 한 명이라도 더 아동폭력에,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두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늘어나다 보면 큰 영향력을 가진 누군가가 '딱 한 명'이 돼주는 날이 오겠지. 그러면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이 가해자로부터 격리되어서도 살아갈 수 있는 긍정적인 방법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고, 세상의 여러 '한 명'이 한목소리로 지지해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부지런히 세상에 귀를 기울이고, 돌아봐야 하고.
부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읽으신 분들이 소문을 많이 내주시고, 주변에 귀도 기울여주고, 손도 내밀어주셨으면 좋겠다. 열매를 숨기고 사는 아이가 단 한 명도 없을 때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과 힘이 필요하다.
사람의 이기심은 어디까지 인가. 사람의 잔혹함은 어디까지 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에 대해 또 한번 생각하고, 아파하고, 힘겨워했다. 차마 아이에게 읽어줄 자신이 없어서 펼치고 접고를 반복하다가 조금 더 크면 읽어주는 것으로 하고 고이 꽂아두었다. 이 책의 홍보를 접한 분도 있을 테고, 내 글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는 분도 있겠지. 아무튼 이 책을 읽고자 하시는 분들께 미리 말한다. 부디 티슈는 챙긴 수 책을 열어라. 가슴이 먹먹해서 눈물이 날 테니 말이다.
나는 애완동물을 키우지는 않지만 애완동물도 생명이기에 존엄성을 가진다고 생각하고, 안락사 등 비인간적인 제도들에 대해 매우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티컵 강아지는 그냥 원래 작은 유전자를 가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글을 읽고, 또 다시 이 책을 읽은 후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람의 잔혹성은 어디까지이며, 세상이 얼마나 더 각박해지려나 생각했다. 그래서 더 슬펐고 더 아팠다.
너무나 담담한 문체와 흑백의 그림체, 그래서 더욱 절절히 감정이 전달되고 아픔이 전해진다. 아마 이 책을 쓰고 그리신 작가님들도 나처럼 아프고, 힘겹고, 우셨으리라.
이 그림책은 누구나 반드시 읽어야 한다. 물론 우리 아이처럼 어린아이보다는 강아지의 공장화 등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책임감과 존엄성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에 읽는다면 깨닫는 바가 많으리라 생각된다. 어른들도 한번쯤 읽으며 생각하고 반성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생각한다. 티컵 강아지를 원하지 않았어도, 나를 위해 강아지 중성화나 기타 등등 비인간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어도 분명 느끼는 바도 많을 것이다. 전체 내용이 다 먹먹했지만, 가장 먹먹했던 것은 “기뻐할 누군가를 위해” 하는 문장이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다는 것을 문득 다시 느끼고 화가 날 지경이었다.
절제된 문체와 절제된 그림, 그 안에는 깊은 슬픔과 아픔이 있다. 사람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또 한번 깨닫게 하는 깊고 슬픈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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