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찾는 김동우 작가님의 강연을 듣고 돌아오는 길 아이가 물었다. “엄마, 독립운동가분들은 목숨도 잃고, 집도, 가족도 잃으시면서도 어떻게 독립운동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 순간 마음이 먹먹해져서 망설이다가 유관순열사가 남겼다던 “그럼 누가 합니까”의 일화를 이야기해주었다. 독립운동가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부지런히 알려주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왜”와 “그들의 마음”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음을 깨닫게 한 날이었다.
그래서 『독립운동가 난민이 되다』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구입했다. 아이가 궁금해했던 두가지 모두를 잘 담고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만히 독자들을 바라보는 표지를 한참이나 바라보고서야 『독립운동가 난민이 되다』를 읽을 수 있었다. 권기옥, 안창호, 이회영, 김구, 홍범도, 최재형, 남자현, 김경천. 나름 유명한 독립운동가들이고, 이 분들에 관한 책을 이미 여러번 읽었지만 더 특별하게 느껴진 것은, 이 분들이 겪은 차별, 어려움 등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업적과 명성에 집중하여 책을 읽을 때에는 그저 위대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했다면, 그들의 마음과 감정을 느끼며 책을 읽으니 “나처럼 그저 행복하고 싶었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층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그들이 남긴 업적이 더 크고, 더 대단하고, 더 아프고, 더 힘든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아이 역시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듯했다. 소리내어 책을 읽다가 차별의 말, 상처의 말이 나올때면 아이는 멈춰섰고, 자신이 그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슬퍼했다. “왜 우리나라는 일본에 침략을 당해서 이런 말까지 들어야했을까”를 고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나라가 힘이 세지고 똑똑해져야 한다”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어쩌면 어른보다 현실감있게 역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독립운동가 난민이 되다』는 한 인물에 대해 두가지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첫번째는 동화 형식으로 그들의 생애와 업적, 감정 등을 다룬다. 그래서 그들이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었지만 나라를 위해 더 노력하고 힘을 내었음을 깨닫고 감사하게 된다. 두번째는 그들의 업적을 담담히 정리해준다. 분명 이 부분에 실린 것은 다른 책들에서도 다루고 있는 내용이지만, 앞쪽에서 감정선을 다룬 덕분인지 한층 더 집중하게 되고, 이해가 쉽다. 그래서 『독립운동가 난민이 되다』를 읽는 내내 우리를 이토록 편안하게 살게 해주심에 대해, 그 분들이 남기신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감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어느새 광복절은 79주년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독립운동가들도, 문화재도 너무 많다. 그 속도와는 다르게 광복절의 의미에 대해 잊어가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저 우리와 똑같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사람이었던 독립운동가들이, 더는 누리지 못한 평범한 삶은 무엇이라 이야기해야할까. 그 시간을 모두 갚을 수는 없지만 잊지는 말아야겠다. 많은 이들이 더 많은 것을 알고 기억해서 돌아와야 할 분들과 돌아와야 할 유물들이 제자리를 찾기를 바라며, 『독립운동가 난민이 되다』를 추천해본다.
남자현은 죽기 직전, 아들 '김성삼'과 손자 '김시련'에게 소중히 보관해온 행랑을 내밀었다. 거기에는 '249원 80전'이 들어있었다. 그녀는 이 돈을 조선이 독립했을 때 '독립축하금'으로 쓰라는 유언을 남겼다. 실제로 이 돈은 해방 후 1946년 3.1절 기념식에서 김구와 이승만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p.47)
학창시절부터 역사서를 좋아하긴 했으나, 여전히 역사는 어렵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학창시절에는 '문제를 잘 푸느라' 어려웠고, 지금은 온 마음을 다해 '감사하고 죄송해하며 읽느라' 어렵다. 어느 시대의 위인인들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주신 분들이 대다수니 감사하지 않겠냐마는, 죄송한 마음이 함께 드는 20세기의 역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더 공부하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 언제인가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김이경 저. 한겨레 2021 출판)”를 읽고 한동안 묵직함을 떨칠 수 없었는데, 오늘 소개할 이 책 역시 그런 묵직한 찬사를 할 수밖에 없는 책이다.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리뷰 https://blog.naver.com/renai_jin/222274419032)
한 드라마에서 보통의 여인들이 방안의 꽃으로 살다 간다면, 독립운동을 하는 이들은 불꽃으로 산다고 하였던가. 이 책은 그렇게 불꽃으로 살다간 25명을 이야기한다. 그야말로 책 제목처럼 새로운 세상을 꿈꾼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이야기다. “세상에 맞서 싸운 여자들”, “최초의 도전을 감행한 자들”, “시대와 불화한 열정과 분노”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진 이 책은 25명 어느 하나 경중을 따질 수 없이 묵직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강주룡, 남자현, 김점동, 나운규, 김승옥 등을 비롯하여 '감사하고 꼭 기억해야 할' 이름들을 또박또박 부르고 있다.
세상에 드러난 이들의 이야기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도 있었으나, 25명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저마다의 서사와 깨달음을 지니고 있었다. 담담한 문장으로 이어지는 글이나, 결코 담담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아무렇게나 잊혀도 무방한 이름은 없다며,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으로 꺼내온 작가님도 그들이 바꿔놓은 '어제'를 고마워하고 미안해한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역사서를 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알지 못했던 5개의 이름과 그래도 무엇을 한 사람이라고 한 줄 정도는 나열할 수 있는 20개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책을 읽는 내내 자세를 한번도 바꾸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자세를 바꿀 틈도 없이 심취하여 읽었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이 책은 25명의 삶을, 사상을, 업적을 촘촘하게 기록하고 있다. '메인의 역사'가 아니라 읽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 이 책에는 역사의 그늘에 숨겨진 조연이 아니라, 25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 책을 만나고 나면, 그들이 왜 주인공인지 너무나 여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나운규의 성난 얼굴은 견고한 성벽을 향해 던진 작은 달걀 하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운규는 그 후 한국 영화계가 낳은 '기린아'이자 '풍운아'가 됐다. (p.231)
나운규에 대해 작가가 기록한 이 말은, 어쩌면 이 책의 25명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견고한 성벽을 향해 작은 달걀을 던졌다. 달걀 파편이 자신에게 튀어도, 때로는 성벽이 무너져도 발을 떼지 않고 계속해서 달걀을 던졌다. 그래서 지금의 우리가 있다. 그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고, 그래서 정말 세상이 바뀌었다.
나도 한때는 그들과 내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변하기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오늘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받는다. 역사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동시에 비추는 거울임을. 그들의 신념으로 우리의 오늘이 조금 더 나았고, 우리의 신념은 아이들의 내일을 조금 더 낫게 만들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작가가 한글자 한글자 온 마음으로 적었을 25명의 이름에 나도 감사의 마음을 보태며, 이렇게 묵직한 지식을 선물해주신 작가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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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그 길이 얼마나 힘든 지 아느냐 거듭 다짐을 받은 뒤 거금 800원을 내 주었다. 독립 자금이었다. 그리고 펑텐(봉천)에서 장사를 하던 친척 정필화를 길잡이로 주선해주었다. 한나절만에 길채비를 끝내고, 그날 밤 묘희는 서울역에서 의주행 열차에 올랐다. 스무살 겁 없는 여인은 그렇게 나고 자란 조국을 떠났다. 도피도 안주도 아닌, 또다른 비바람을 맞기 위해 스스로 나선 길이었다. (p.61, 정정화)
먼저 이 책이 리뷰를 남기기 전에, 이러한 책을 읽게 해주심에 감사의 뜻을 남기고 싶다. 이런 책이 출간되지 않았더라면 세상은 그들의 얼굴을, 이야기를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물론 모르고 산다고 먹고 사는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나, 알면 다르게 보인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분명히 보이게 된다. 그래서 아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활동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나는 우리의 역사에, 또 독립운동에 관심이 있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이 책에 나오는 여성혁명가들 이름은 거의 대부분 낯설었다. 그래서 오히려 새로운 마음으로 읽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김마리아, 남자현, 강주룡 같은 분들의 이야기는 알던 이야기라 마음에 세기 듯 읽었고, 잘 모르던 분들의 이야기는 한 줄 한 줄 꼼꼼히 읽었다. 이 책이 특히나 매력적인 것은, 그들의 이야기가 김이경 특유의 문장력으로 살아 숨쉬듯 가깝게 느껴졌고, 윤석남의 그림은 나의 머릿속에 새로운 얼굴로, 새로운 이미지로 그들을 살아나게 만들었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먹는 데 있는 거시 아니고, 정신에 있다. 독립은 정신으로 이루어지느니라. (p.156, 남자현)
아마 이 말은 꽤 많은 이들이 알지도 모르겠다. 나도 알던 내용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토록 감정이 서걱서걱 묻어나는 그림을 나란히 두고 읽으니 가슴이 먹먹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도 좀 났다.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더라도 나를 희생해 독립운동을 했을 리라는 보장도 없고, 친일하지 않았으리란 장담도 없지만 온 마음이 이토록 둥둥거리는 건 아마 모두의 감정이리라. 우리의 나라가 어떤 아픔을 딛고 일어섰는지 아는 이들은 모두 느낄 감정일 테다.
이 책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우리 다음세대의 아이들이 배워야할 분들이 너무 많음을 인식시키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테니 말이다. 김구, 안중근 등 지금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독립운동가들도 너무나 중요하지만 이 책에서 살아 숨쉬는 이들도 결코 그들보다 덜 중요하지 않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래서 그들을 교과서로, 책으로, 위인전으로 꺼내 주어야 한다.
이 책을 유달리 오래 읽은 까닭은, 모르는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확장독서를 했고, 인터넷을 검색했다. 제대로 알고 싶었고, 김이경과 윤석남이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모두 듣고 싶었다. 이 책의 리뷰를 쓰고자 책을 다시 만졌을 때, 나는 다시 가슴이 뛰었다. 아마 이 책에 대한 이 감정은 꽤 오래 이어질 것 같다.
역사가 되었으나, 많은 이들에게 불리지 못하는 이름. 그들의 이름이 진짜 역사로 제대로 남기를 바래 보며, 싸우는 여자들이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제대로 기억되기를 바래 보며 부디 올해, 이 책만큼은 누구라도 꼭 한번만 읽어 달라고 고개를 숙이고 싶어 진다.
맞다. 온 마음으로 극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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