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리 집 뒷마당에 판다가, 그것도 빨간 우산을 쓴 판다가 앉아있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 어른들은 경찰이나 동물협회 등에 신고할 것이다. 그가 우리에게 가할 위험에 대비하여, 그에게 위협을 가할 무엇인가를 준비하며 말이다. 그러나 애디와 마이클, 칼은 그저 인사와 자기소개를 나눈다. 이게 스틸워터와 아이들의 첫 만남이다.
우연히 바람에 날아간 우산 덕분에 아이들과 처음 만나게 된 스틸워터는 아이들에게 주옥같은 이야기를 해주며 저마다의 시간을 가진다. 애디에게는 도둑에게 줄 것이 외투밖에 없던 라이삼촌의 이야기를, 마이클에게는 모든 일에는 행운과 불운이 깃들어있음을, 칼에게는 마음으로 진정한 용서를 하는 법을 이야기해준다.
우리 아이는 애디가 되기도 하고, 마이클이나 칼이 되기도 하며 스틸워터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렇게 또 하나의 고운 지혜를 마음에 담는다. 그저 찬찬히 그림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얻는 것이 많다. 존 무스의 그림책은 늘 그렇게 감동과 교훈, 웃음을 고루 남긴다.
문득 스틸워터가 동물이어야 했던 것은 어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가 만약 사람이었다면 우리는 그를 '꼰대'라 부르며 귀 기울여주지 않았을지도. 만약 우리였다면 하나뿐인 외투를 도둑에게 나누어줄 수 있었을까? 또 농부처럼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덤덤히 '글쎄요'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또 스님처럼 너그러이 상대의 허물도 내려놓을 수 있었을까? “그만하면 충분하다”라고 말하는 스틸워터의 말에 오늘의 나를 또 반성하게 된다. 나도 그림책처럼 아이에게 좋은 본이 되는 엄마가 되어야지, 하고 다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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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무스의 책을 좋아한다. 익살이 가득한 그림과 철학적인 내용.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감상할 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주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내 마음에 닿은 한 권으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아이도 존 무스의 그림을 정확히 알아보고, 모든 판다를 쿠와 스틸워터라고 부른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안녕, 쿠'는 내 생각에는 그의 가장 '예쁜'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쿠가 들려주는 계절의 노래, '하이쿠'로만 이루어진 책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유래한 하이쿠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인간을 노래하는 짧은 시인데, 우리의 음유시인 쿠가 사계절을 노래한다. 존 무스의 아름다운 그림과 어우러진 그의 시를 감상하다 보면 우리 집이 무릉도원이 되는 느낌이다. 나 역시 문장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말을 만들 수 있는지 놀라워진다.
아이들에게 어렵지 않냐고? 시화집이라는 느낌에 다소 어렵다는 색안경을 낄 수 있겠으나, 우리의 존 무스는 그런 책을 만들지 않는다. 아이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쉽고 아름다운 글과 따뜻하고 익살스러운 일러스트로 깔깔 웃으며 하이쿠를 감상할 수 있다. 우산으로 가로등을 빙빙 도는 '트렌치코트' 버전 쿠, 혼자만 헐벗은 채(?) 목도리만 두른 쿠의 모습 자체가 웃음이 난다. 우리 꼬마는 네모 눈이 된 쿠와 아이들의 모습에서 깔깔 소리 내며 웃기도 했다.
벌레의 죽음을 슬퍼하는 쿠에서, 고요한 세상에서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쿠의 뒷모습에서 사는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하는 깊은 그림책. 오늘도 존 무스를 통해 아이는 아름다운 그림과 문장을 만나고, 나는 인생과 사색을 만나는 멋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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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아이는 무엇을 배웠을까. 또 나는 무엇을 배웠을까. 아이에게 무엇을 배웠나 물어보면 종알종알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어른에게 무엇을 배웠나 물으면 대답도 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더는 학교 등의 교육기관에 가지 않으면 배우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우리가 배우고, 써먹는 많은 것들은 학교가 아닌 곳에서 배웠다. 가령 콩나물무침이나 신발 끈 묶는 법 같은 거 말이다. 그 연장선으로 생각하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아이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며 살고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의 스틸워터는 오늘도 우리에게 가르침을 던진다. 하루하루를 살며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는지, 느끼는지. 그리고 그 순간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몰리에게서 발레를 배우던 스틸워터는 하루 만에 공연을 하리라는 몰리에게 꾸준함이 꿈에 가까워질 수 있음을 알려준다. 스틸워터의 이야기에 몰리는 조급해하지 않고 연습을 하리라 다짐한다. 정의의 용사만 하고 싶은 리오에게는 일부러 과자를 욕심내어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해준다.
아이는 스틸워터와 아이들의 모습에서 세상을 사는 법을 하나하나 배운다. 어디 그뿐인가. 책을 읽어주던 나 역시 스틸워터가 문제라고 말한 '좋은 걸 전부 차지하고 나면 더 행복해질 거라고 믿는 거'가 나의 문제였음을 깨닫는다. 또 한 번 내려놓자고,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줄 때 몰리처럼 조급해지지 말자고 다짐한다. 불가사리를 구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래도 이건 해냈잖아'라고 말해줄 수 있는 마음을 배운다.
내용뿐 아니다. 일러스트 역시 우리에게 많은 것을 던진다. 여유로이 자전거를 타는 스틸워터의 얼굴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다리를 들어 올리는 몰리의 모습에서, 누군가 길을 잃었다면 우리가 구해줄 수 있다는 리오의 모습에서, 부지런히 불가사리를 바다로 되돌려주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별을 보고 좋아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하루하루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게 된다. 일상이 얼마나 멋진 순간들인지 깨닫게 된다.
아이와 그림책을 읽으며 나도 매일 자란다. 나도 하루하루 조금 더 엄마로 자란다. 이토록 아름다운 그림책을 아이와 읽을 수 있어서, 오늘도 스틸워터에게 또 아이들에게 뭔가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한 저녁이었다. 작가의 말을 읽으며, 넓은 마음과 자비심이 통하는 세상을 깨닫게 해주어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내 안에도 '작은' 스틸워터가 하나쯤 크게 된 것 같다.
나밖에 모르고 너그럽지 못하던 내가, 아이를 만나고 그림책을 부지런히 읽으며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 그림책이 주는 가장 멋진 가르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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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면 포도 농사를 짓는 외가에서, 겨울방학이면 놀이공원을 실컷 갈 수 있는 서울 이모네에서 바글바글 모여앉아 놀던 추억이 여전합니다. 가루의 양을 맞추지 못해 엉망 같은 맛의 미숫가루도, 사촌오빠가 손을 꼭 잡아주던 첫 롤러코스터도 아주 생생하죠. 이 그림책을 읽다가 미숫가루를 타 먹을 정도였다면, 아마 많은 분이 어떤 결의 그리움인지 예상하실 거예요. 그래서 이 책은 더욱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입니다.
지금 대부분의 아이는 책도 장난감도 미디어도 꽤 풍족하게 누리다 보니 사람과의 추억이 저희만큼 큰 비율을 차지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배울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에, 늘 제대로 된 관계를 알려주려 노력합니다. '혼자서는 살 수 없어'라는 제목의 이 책도 그런 맥락에서 읽어주었는데 우리 아이는 이 책을 읽자마자 할머니 집에 가자고 하더라고요. 걸어서 10분 거리의 친정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를 꽉 안더니 “나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이 얼마나 따뜻한지 설명이 된 것 같죠…?
따뜻함이 녹는 것이라면 뚝뚝 흘러넘칠 것 같은 표지를 넘기면 우리의 주인공 스틸워터와 쿠의 익살 가득한 모습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아이는 이미 속표지부터 즐거워했어요. 아빠인지 엄마인지를 상상하며 여려 동작들을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웃음이 번집니다. (며칠째 속표지댄스를 추는 중입니다.)
너무 커다란 스틸워터와 너무 작은 쿠 모습만으로도 웃음이 번지는 일러스트. 이들에게 아이들이 더해지며 엄마 미소를 짓게 하는 장면들이 끝없이 연출됩니다. 우리 아이에게도 스틸워터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사랑스럽습니다. 내용을 읽지 않아도 일러스트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듣고 할 수 있는데, 우리 아이는 특히나 휘태커 아주머니를 다 같이 만나러 간 장면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휘태커 아주머니의 표정이 그림을 넘길수록 점점 밝아진다는 것을 발견한 것도 아이고요. 아이의 말을 듣고 일러스트를 다시 보니, 정말 모든 이들의 표정이 점점 밝아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순간순간의 행복, 서로 연결된 마음들이 모이면 행복해진다는 주제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따뜻함 때문에 이 책을 많은 이들이 만나면 좋겠어요. (묵직한 감동을 준 “세가지질문”의 존 무스작가님 책이에요.)
교육적인 면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물건의 소중함, 관계의 소중함, 배려 등 아주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특히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야. 그게 네가 할 일이야”라는 스틸워터의 말은 옮겨적어 아이의 칠판에 붙여주었습니다. 아이가 용기를 낼 순간마다 머리에 떠올리길 바라며.
말을 배우고, 단어를 확대해가는 아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싶은 표현도 가득합니다. 모르는 두 사람을 소개하는 표현이나 제안하는 말, 다른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부드럽게 풀어줄 수 있는 말 등 스틸워터의 말은 하나도 빠짐없이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스틸워터처럼 말을 구사할 수 있는 아이라면, 그 인생에는 정말 사랑이 가득할 것 같습니다.
쿠가 기분에 따라 툭툭 내뱉듯 던지는 하이쿠도 그렇습니다. 꼭 시 형태가 아니라도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다면 아이의 하루는 조금 더 행복하고 조금 덜 슬플 것 같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순간이, 함께 하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는 쉽게 깨닫지 못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것들을 놓쳐버리기 전에 알 수 있다면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아이가 조금 더 행복하고, 조금 덜 슬플 수 있도록 '혼자'가 아님을 알게 하는 책, “혼자서는 살 수 없어”였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스틸워터와 루의 춤을 따라 해요. (엄마와 같이)
2. 쿠처럼 기분에 맞추어 시를 써보아요.
3. 추억과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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