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전화기가 있다면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아마 어른들이라면 선뜻 대답하기보다 망설일 것 같아요. 로또 번호를 알려주는 전화기라면 대뜸 손을 들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 이야기에 대부분은 저요! 저요! 를 외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잔소리 먹는 전화는요? 아마 이건 어른들도 같이 저요! 를 외칠 것 같습니다. 부장님이나 이사님 등의 잔소리를 홀랑 먹어치워 준다면 말이에요. 여기 속마음을 듣는 전화기, 잔소리를 먹는 전화기 그 양쪽을 오가는 전화기가 한 대 있습니다. 받아보실래요?
우리 집 꼬마는 이 책을 보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내가 어질렀을 때는 이 전화기가 있으면 좋겠다!”였습니다. 맙소사! 자기가 어질렀을 때가 잔소리를 들을 때라는 것을 알기는 안다는 생각을 하려던 찰나, “근데 그건 내가 잘못한 거니까!” 하며 추가로 들을 잔소리를 방어하기까지 합니다.
이 책에서도 엄마의 잔소리가 싫은 “이다연”이 등장합니다. 다연이는 외로워서 조금 삐딱하게 행동할 뿐, 사실 이해도 빠르고 순한 아이입니다. 엄마도 그래요. 다연이를 너무 사랑하지만, 아빠를 잃고 홀로 책임져야 하는 가정이 버거울 뿐입니다. 그런 둘의 마음을 아는 할머니는 가슴이 아파 늘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고요. 그러다 우연히 다연이가 만든 마법의 전화기 때문에 엄마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되고, 서서히 자신의 마음도 터놓습니다. 먼저 물꼬를 튼 다연이 덕분에 둘의 사이에는 온화함이 감돌고, 전화기는 마법을 잃어버리지만, 다연이는 이미 마음속에 마법을 얻은 상태입니다. 엄마의 진짜 마음을 듣는 마법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와 나눈 이야기들이 참 다양했습니다. 엄마의 잔소리에 대해, 본인 마음에 대해, 다연이에 대해, 앞으로의 우리 집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참 신기했던 것은 아이에게 말해주지 않은 것들도 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고, 생각보다 깊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아이가 다연이를 두둔해주는 말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죽었는데 다연이도 슬프고 힘들 거 아냐. 그런데 다연이 엄마는 회사에 가서 힘든 자기 마음만 표현하잖아. 다연이는 누구에게 표현해.”라는 말을 들으며, 우리 아이의 생각이 이렇게 깊게 자라고 있었다 싶어서 대견하기도 하고, 코가 찡하기도 했답니다.
이 책은 스토리 자체도 탄탄하고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주기도 하지만, 일러스트도 일품입니다. 페이지마다 어찌나 재미있는 표정들이 다양한지, 이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마법 선생님이 등장하는 부분의 “학원에 왔으면 수업하고 가야지~”가 적힌 일러스트를 여러 가지 목소리로 흉내 내며 재미있어했습니다. 일러스트의 표정 외에도 감정의 크기에 따라 다르게 그려진 일러스트들은 아이에게도 무엇이 중요한지를 느끼게 하는 장치적인 효과도 있어 좋았습니다.
이 책이 마법을 부리는 걸까요?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더 잘 듣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나도 아이에게 잔소리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아이도 엄마를 덜 힘들게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우리 꼬마는 마법 전화기를 만들러 가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네요.
분명 더 아기였을 때 손 갈 일이 더 많았을 텐데, 왜 잔소리는 그때보다 더 많아졌을까요. 아마 그것은 아이를 키우며 점점 생겨난 나의 욕심이 아닐까요?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며 아이는 엄마들이 잔소리하는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고, 저는 잔소리하는 제 모습을 반성했습니다. 아이가 손뼉만 쳐도, 똥만 잘 싸도 칭찬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늘, 진심을 말하는 전화기를 가진 엄마가 되어야겠습니다. (아이의 깨달음도 좀 오래가길.)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다연이 엄마와 다연이, 할머니의 마음을 이야기해보아요.
2. 각자 다연이, 다연이 엄마의 변호사가 되어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해요.
3. 우리 집 잔소리는 언제 나오는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이야기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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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그림책과 동화책을 매우 좋아한다.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그 안에 가득한 따뜻한 정서를 대신에 할 책을 여전히 찾지 못했다. 이제는 아이가 있어 당당히 그림책을 사 모으지만, 학창시절과 아가씨 때도 난 부지런히 그림책과 동화책을 사곤 했다. 아마 나처럼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내가 말하는 그 따뜻한 정서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오래 입었지만 포근한 스웨터 같은 온기.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동화책은, 정말 스웨터의 정석인 “밤톨 스타일”이다. 이 책은 표지부터 정감넘친다. 살짝 촌스러운 머리의 주인공, 그리고 배경의 이발소. 우리의 주인공 황영찬은 황소이발관의 작은 손자다. 우직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이발을 하는 할아버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미용실을 가고 싶어 하는, 그러나 죄송해하는 큰 손자. 개구쟁이와 착한 손자 그 경계 어딘가에 있는 작은 손자. 그들의 이야기가 더 정감이 가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라서다. 이 책이 특히 좋았던 것은 감정을 매우 섬세히 표현하는데 아이들이 읽으며 타인의 감정을, 상황에 숨겨진 복선들을 아이들도 파악할 수 있다는 거다. 그림책을 살짝 지나온 과도기의 아이들이 읽기 전혀 어렵지 않은 문장과 내용, 그러면서도 시시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가 어른인 내가 봐도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동화책을 읽을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 아이들은 갈림길에 선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책을 좋아할 것이냐, 아니냐 하는. 그림책을 읽을 땐 엄마가 읽어줬는데 이제 글씨 좀 읽을 줄 안다고 안 읽어주니 힘들어서 등의 이유로 책과 멀어지는 아이도 있을 테고, 스스로 읽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차근차근 영역을 넓히는 아이도 있을 테고. 아이가 책이 싫어서 안 읽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읽기가 힘들어서 못 읽게 되는 것은 너무 슬픈 일 아닌가. 이 책은 그런 경계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책인듯하다. 문장이 어렵지 않고 호흡이 짧다. 아이가 스스로 읽기에도 버겁지 않고 엄마가 읽어주기에도 버겁지 않다. 아이와 한 장씩 나눠 읽거나, 따옴표는 아이에게 읽게 하거나 하는 등 “읽는 연습”을 시키기에 매우 좋은 책이다. 우리 집에서는 아이가 일인다역을 하며 대사 읽기를 좋아해서 재미있게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읽어주는 엄마도 재미있을 요소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드라마에 나오는 밤톨 머리”, “좋아요” 등 어른 문화도 녹아있어 유쾌했다. (작가님. 새로이 오빠 이야기하는 거 맞죠? 맞다고 해줘요.)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던 “밤톨 스타일”. 봄을 마중하는 이름의 출판사에서, 아이들의 “스스로 읽기”를 마중하는 책을 내준 것 같아 봄처럼 설레고 좋다. 우리 아이들이 인생의 “봄”이라는 계절을 지내고 있듯, 좋은 책들이 아이들 걸음걸음을 예쁘게 수놓아주면 좋겠다.
개나리 문고야, 앞으로도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들려줘! 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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