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선고를 받고 고문을 받아 망가질 대로 망가진 몸으로 명량해전을 준비하던 이순신은 구례, 곡성, 순천, 벌교, 보성 등지를 지나며 120여 명의 병력을 모아 장흥 회령포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이순신은 전라 우수사 김억추 등 관내 장수들과 함께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함께 죽음을 맹세했다. (p.35)
이 책은 내가 읽는 20번째 이순신이다. 이쯤 되면 나도 이순신에 관한 책 좀 읽었다고 주름을 잡아볼까 거드름을 피우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매번 이순신 장군을 만날 때마다 나는 그의 숭고함에 또 작은 사람이 돼버린다. 읽으면 읽을수록 발견하는 그의 강직함에 그저 고개가 숙어질 뿐이다. 그리고 나의 20번째 이순신이 이 책이길 참 잘했다 싶은 것은, 이토록 찬찬히 살핀 이순신의 흔적을 보며, 이순신의 바다를 제대로 봐오지 못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도 이순신 장군을 전혀 모를 때보다, 조금은 깊어진 눈으로 그의 바다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과거와 현재의 지도, 과거의 지명과 현재의 지명을 병기하며 바다에 숨어있던 이야기들까지 꺼내 기록한 점이다. 이순신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지식은 당연하고, 이순신을 잘 조사하기 위해 토담집까지 마련했다는 '현장주의자'답게 현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 꽤 많이 들어있다. 나도 꽤 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아직도 내가 만나야 할 이순신이, 만나온 이순신보다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그가 현장을 답사하며 알게 된 것들을 기록한 에필로그로 (에필로그라고 기록했지만, 사실 이것만으로도 한 권의 책을 만드셔도 될 듯하다. 많은 양의 조사량과 정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20권이나 읽으면서도 몰랐던 내용을 알게 되기도 했고, 다음 여행의 코스를 계획하기도 했다.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하여, 본문 내용이 부족하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본문 역시 어찌나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는지, 읽는 내내 집중하여 빠져들었다. 임진왜란의 배경부터 이순신이 전란에 대비하는 과정, 임진왜란 7년의 기록, 이순신의 백의종군까지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이 기록되어 있을 뿐 아니라, 현장의 지리적 측면이나 환경까지가 잘 조사되어 있어 오래된 싸움이 마치 내 앞에서 살아 움직이듯 생생했다. 이 책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면, 학생이나 일반인 모두에게 엄청난 학습자료가 되지 않을까 내내 생각했다.
이순신이 목숨을 잃은 노량 해전지와 장도 해전지, 순천 왜성 공방전이 있던 광양만 일대는 원형이 거의 사라진 곳이다. (...) 역사나 문화유산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이제라도 반성하고 대책을 마련할 때가 되었다. (p.281)
이 책을 읽으며 작가가 이순신 장군을 얼마나 존경하는지, 현재 이순신 관련 문화재나 유적, 그리고 환경적 변화에 대해 얼마나 안타까움을 가지는지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나 역시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몇몇 지역에 들렀을 때, 그 이름을 딴 음식이나 관광상품만이 즐비할 뿐 제대로 된 안내판이 없는 곳도 있어 안타까웠던 마음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마음이 한층 짙어졌다.
물론 작가의 말대로 복원사업이 제대로 된 방향성을 타기에 당장은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알아야 할 것들이 (이순신 장군을 포함한 다른 방면도) 제대로 복원되고 발굴되어, 역사의 뒤로 가려진 이야기들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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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신은 시간을 정해놓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쉬지 않고 활을 쏘았고, 피땀을 흘려가며 몸을 단련했습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순신은 이미 근방에서 활 솜씨로나 힘으로나 당해 낼 사람이 없을 정도로 건장한 체격을 갖게 되었습니다. (p.29) / 오직 연습만이 유일한 지름길이었습니다. 수천 번의 실패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순신은 낙담하지 않았습니다.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정말로 힘든 순간에도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한 번 더!” 그렇게 순신은 무슨 일이든 될 때까지 절대로 포기할 줄 모르는 청년이 되었습니다. (p.45)
개인적으로 이순신 장군을 몹시나 존경한다. 처음에는 존경심이라기보다는 그저 국민 누구라도 가질 정도의 애정이었으나, 이제 20권의 이순신 관련 서적을 읽다 보니 “노력형 인간의 표본”이라는 생각이 들어 인간으로서의 존경을 느낀다. 편안히 밥을 먹고 살아도 가지지 못하는 근성을 전장의 죽음 앞에서도 가진다는 게 결코 일반적이지 않음을 알기에 책마다 한결같은 그의 강직함을 나도 더 자세히 알고, 더불어 아이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도 이미 몇 권의 이순신 책을 읽었으나, “이순신은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을까”가 특히나 좋았는데, 이 책은 이순신의 일생을 내가 읽었던 책들과 가장 가깝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어린이 책이라고 하여 특별히 각색하거나 편집한 것이 아니라, 이해하기 쉽게 풀이만 한 느낌이랄까.
이순신의 여러 장점 중에서 특히나 “강직하고 꾸준한 성정”을 가르쳐 주고 싶었던 나는 몇 권의 이순신 책을 사주었는데, 한 도서에서는 이순신이 날 때부터 기골이 성대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임금의 부름으로 짠~하고 충무공이 되는 것처럼 표현되기도 했던 것. 물론 아이들 대상으로 한 책들에 이야기가 생략될 수는 있으나, 실제로는 꾸준히 노력한 위인들을 왜 “짠!”하고 태어나, 태어날 때부터 가진 기질로 당연한 절차를 밟아 영웅이 되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일까.
물론 이 책에서도 이순신이 어릴 때부터 총명하고 공부나 운동에 소질이 있었다고 표현되기는 하나, 그것을 제대로 갈고 닦기 위해 포기할 줄 모르는 성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많은 부분에 이순신의 우직함이나 노력, 강직함을 표현하는 문장이 삽입되어 있어, 어렸을 때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장점을 갈고 닦아, 충무공 이순신의 자리에 올랐음을 아이도 자연히 이해하게 되었다. 어른인 내가 읽기에도 이순신에 대한 정보를 많이 담고 있어, 재미도 있었고, 학습적인 효과도 좋았다. 이미 이순신에 대해 많이 읽어왔지만, 쉬운 말로 한 번 더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글 밥이 적은 분량은 아니나, 초등학교 저학년생들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군데군데 삽입된 일러스트가 매우 정교하여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도 하고, 문장 자체도 쉽다. 실제 난중일기가 삽입되어 있어, 후에 확대 독서를 하기에도 너무 좋을 듯하다.
어릴 때는 쉽게 만들어진 책이 물론 좋지만, 원내용을 잃지 않으면서 쉬운 책들을 아이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 책은 그런 나의 기호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아이가 위인전 속의 이순신 장군을 만났다면, 다음은 이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이순신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고, 난중일기를 읽게 되는 발판으로 삼으면 더없이 훌륭할 듯하다.
아직은 어린 우리 아이와 함께 읽다 보니 오래 걸리기는 했으나, 충무공의 탄신일 즈음부터 읽은 이 책은 우리에게 큰 의미로 남을 듯하다.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글 밥이 많아, 엄마와 아이 한 장씩 나누어 읽었어요.
(글씨가 많은 책을 시작할 때 한 장씩 나누거나, 대사와 지문으로 나누어 읽으면 부담이 적어요!)
2. 여수와 통영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찾아보았어요.
3. 위인전과 역사책에서 이순신 장군을 찾아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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