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했던것 보다 잔인,,?했던 부분도 있고 대체적으로 재밋었어요.
특급출신 호텔리어가 시골 게스트하우스 직원이 되어 만난 첫 장기 투숙객 손님이 어릴적 첫사랑이다?
근데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을 해결하자고?
재밌겠는데? 역시 이 회사 특이해.. 하며 빌린 책이에요.
한 챕터씩 넘어갈수록 오히려 제주에 가고싶어지는데 출판사 PD님도 코로나시기임에도 제주행을 결심하셨다하니 이것 또한 작품에, 작가님 의도에 잘 설득 당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안전가옥 시리즈는 평범하지 않아서 좋아요. 현실에 지쳐있을때 책 읽는 몇 시간 동안은 벗어날 수 있게 해주거든요.
오늘도 감사했습니다.
왜 왜 왜 동아리
삼해시 푸른초등학교에는 뭐든지 파헤치는 '왜왜왜 동아리'가 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바꾸어나가는 세상 이야기다.
정확히는 환경 이야기인데 재미있게 풀어낸 환경 이야기다.
주인공인 록희의 아빠는 삼해시의 시장이다.
그렇지만 록희는 아빠와 떨어져 할머니와 살고 있다.
록희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빠는 삼해시의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그리고 지금 록희는 5학년이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시장 딸이 있다.
"야, 우리 아빠가 시장이거든"
하면서 어디서나 뻐기며 으스대는 딸과
아빠가 시장이라는 사실을 누가 알까 봐 쉬쉬하며 조용히 사는 딸
록희의 반 친구들은 록희의 아빠가 삼해시의 시장인 줄 아무도 모른다.
록희는 학교에서 반에서 그냥 평범하고 조용한 5학년 학생이다.
록히는 단짝 친구 수찬과 함께 자율 동아리를 만들 생각을 하고 실천에 옮긴다.
매주 금요일 오후 학교에서 하는 동아리 시간에 참석하고 싶은 동아리가 없어서
스스로 동아리를 만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스스로 혼자서 놀 수 있는 동아리.......
그렇게 시작된 동아리에 4명의 학생이 모였다.
이록희, 박수찬, 조진모, 한기주......
동아리 이름은 '왜왜왜 동아리'
동아리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산불이 나서 마을이 없어진 곳에서
한기주의 강아지 다정이를 찾는 것이었다.
다정이를 찾아 나선 마을에서 기후 온난화로 인한 산불 피해를 알게 된다.
그리고 길을 잃고 동물 보호소에 있는 이웃집 할머니집의 개 복실이를 학교로 데려온다.
동아리의 맴버인 진모에게는 누나가 있다.
진모누나는 매주 금요일 마다 교복을 입고 집을 나가서는 학교 대신 시청으로 간다.
왜왜왜 동아리의 두 번째 프로젝트는 '조진모 누나 파헤치기'다
그렇게 해서 그들이 간 곳은 진모네 집
진모네 집은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고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진모네 집은 곧 서울로 이사를 가게 될 것 같다.
고래 게스트하우스에 손님이 뚝 끊겨서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사를 가기로 부모님이 결정을 하셨다.
왜왜왜 동아리가 조진모 누나 파헤치기를 하는 과정에 록희는
삼해시의 시장인 아빠가 하는 일들이 마을의 환경을 파헤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늘만 살면 되는 어른들?
내일도 살아야 하는 우리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행동하지 않으면 희망도 없다!'
조진모 누나는 매주 금요일 교복을 입고 피켓을 들고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경석 시장님, 우리의 미래를 걸고 도박하지 마세요!'
바닷가에 세워지는 석탄 발전소!
석탄을 태워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
석탄을 태우면 온실 가스가 계속 나오고, 온실가스가 쌓이면 지구 온도가 점점 더 올라가고, 그러면 가뭄이 와서 산에 나무와 풀은 말라 간다.......
록희는 아빠와 정면 승부를 감행한다.
과연 아이들이 꿈 꾸는 세상은 올 수 있을까?
따분하기 쉬운 환경 이야기를 아이들의 일상 생활 속 내용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이야기가 점점 재미있어진다.
어른들의 시각으로 보는 세상과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은 참 많이 다르다.
가끔은 어른들이 미처 보지 못한 세상을 아이들은 쉽게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삼해시 푸른초등학교 '왜왜왜 동아리' 활동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자꾸만 발생하는 산불, 도시로 떠나는 사람들.
바다, 꿈, 집, 가족......
소중한 게 많은 아이들은 결국 시청으로 달려간다.
환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다.
재미있게 풀어낸 이야기를 아이들이 많이 읽으면 좋겠다.
이번 여름 폭염을 지나면서 내년 여름이 걱정된다.
그러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곧 가을이 왔다.
사람들은 지난 여름의 더위를 벌써 잊은 듯 하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는데도 말이다.
아이들이 어른 보다 훨씬 나을 때가 있다.
현재가 아닌 우리 아이들이 꿈 꾸는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시간이다.
#왜왜왜동아리#진형민동화#진형민#초등학생#중학생#동화책#환경책#독서#독서모임#책스타그램#북스타그램
#도서리뷰,#책들의부엌,#2022,#김지혜,#팩토리나인,#전자책
책을 읽으며 비슷한 경험을 했었던 기억이 떠 올랐다.
2009년 슬럼프라 느낄때 무작정 떠났던 제주 올레길
2코스 끝날때쯤 있었던 "둥지 게스트하우스"
3일간의 짧은 여정속에 머물며 만났던
츤데레 주인장과 스쳐가는 인연이지만 그 곳에서 만났던 여러명의 객들...
어딘가에서 모르는 사람과 지내는 경험도 재미가 있습니다.
각자의 인생에 #소양리북스키친 같은 곳 경험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슬리퍼가 우리의 따뜻한 감정을 더 해 명품으로 탄생했다. (p.76)
처음에는 그저 거실 서재를 조금 더 정돈된 모습으로 바꾸고자 시작한 '책장 바꾸기'를 엄청나게 키워 아이 방, 거실, 서재방 전체라는 엄청난 일을 벌인 내가 9일 만에 정리정돈이나 입에 음식을 쑤셔 넣기 외에 선택한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남의 문장'에 매우 목말라 있는 상태이기는 했으나,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이 책은 술술 읽혔으리라고 자부한다. 이 책은 정말 솔직하고 담백하여 짠맛이 나는 한편, 재미있고 유쾌해서 단맛도 난다. 진짜 우리네 모두가 살아가는 이야기임과 동시에, 우리 모두 살고 싶은 '열정 가득'한 하루하루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이야기인 것이다. 열정이라면 어디서든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도 이 책을 보면서 우와 를 외쳤으니 말 다 했지 뭐. 단짠단짠의 이야기들에 홈스테이를 운영하는 팁까지 잔뜩 들어있으니, 홈스테이를 운영할 꿈을 꾸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인 셈이다.
'boat people' 베트남 전쟁이 낳은 비극, 희생양이 되기 싫어 살아남기 위해 바다로 탈출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온 친척과 가족이 함께 미국으로 왔고, 쏘니 어머니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면 쏘니와 쏘니 오빠를 키우셨다고 한다.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가 내게 했던 말은 그녀와 대화가 끝났음에도 쉽게 잊히지 않았다. “우리 엄마는 매일 일했어요. 단 하루도 쉬지 못했어요. 단 하루도.” (p.50)
나는 집순이 성향이 강하고, 나의 공간에 대한 집착이 있는 편이라 누군가를 우리 집에 들여 생활한다는 것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과 책을 공유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내가 홈 쉐어링을 하는 것은 터무니없을 듯. 그러나 작가의 말대로 방구석에서 세계를 만난다는 것은 너무 부러운 일이었다. 다른 나라라고 해도 여행지만을 돌아다녀 본 나로서는 더더욱 신기한 일.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간접적으로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다른 나라의 문화를 만난 것 같다.
무엇에 홀린 듯 순식간에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가만히 우리 엄마를 떠올려본다. 우리 엄마의 진짜 꿈은 무엇이었을까. 우리 엄마도 이렇게 열정을 쏟고 싶은 일이 여전히 있지 않을까. 엄마라는 단어 말고 본인의 이름으로 하고 싶은 일이 엄마에게도 수없이 많지 않았을까 하고. 그리고 그 생각은 또 나에게로 번져온다. 나도 내 이름으로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은데 하고 말이다. 멈춰버린 것들과 쉬고 있는 것들, 그리고 여전히 꼬물거리며 하는 것들을 죽 나열해보며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이렇게 열정 넘치는 사람으로 살아야지, 딸에게 늘 생기있게, 열정 넘치게 무엇인가 하던 엄마로 기억되어야지 결심했다.
이 책은 분명 '홈스테이 운영기'지만 내게는 꿀 같은 휴식이었고, 또 내일도 힘내보자, 다짐하게 하는 응원 같았다.
#웰컴투서울홈스테이#윤여름#홈스테이#게스트하우스#에어비앤비#푸른향기#푸른향기출판사#여행에세이#에세이#외국인홈스테이#책#독서감상문#리뷰#협찬도서#책스타그램#북스타그램#독서그램#북스타그램📚#리뷰어#독서#책마곰#독후감#강추도서#추천도서#신간서적
한강 작가님이 직접 부른 음반이 수록되어 있다고 해서 바로 검색했다. 절판되어서 중고로 구했다.
단양 여행 첫 날 전부 읽었다. 게스트하우스 2층 침대에서 부은 발을 천장으로 뻗어놓고, 가만가만 부르는 한강의 노래를 들으면서.
한강 작가님의 가만가만한 음성을 참 좋아한다. 정말 asmr이 따로 없다는 말을 자주 주변 사람들과 주고 받는다. 3년 전 소년이 온다 북토크 때 녹음했던 짧은 낭독 음성 파일은 지금도 종종 듣는다.
나 말고 또 한강 작가님을 사랑하는 친구에게 한 곡을 보내주었더니 지나가다 들어도 너무 한강이라고, 어쩜 이러냐고. 고맙고 산문집 꼭 빌려달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소유의 문법>보다는 <손수건>이 인상적이었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어 선택한 책이지만, 의외로 몰랐던 작가의 작품에 더 눈이 가게 되었고, 내 취향에 맞는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는 호사를 누렸다.
<가벼운 점심_장은진>
흑회색의 거친 질감 때문인지 처음 윤주가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아기가 몹시 외로워 보인다고 느꼈다. (중략) 사람은 시작부터가 외롭구나. 절대 고독과 암흑 속에서 살아가는 거구나. 그러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고 윤주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래야 만날 수 있어, 라고 말해 주었다. (중략) 녀석은 거친 바다와 우주를 제 영역으로 만들어 가며 나와의 거리를 조금씩 좁히고 있는 것이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겨나는 것이고, 그렇게 생겨났던 것이다.
그날, 아버지 말대로 베란다에서 벚꽃을 보려고 했던 거라면 아버지는 해마다 한밤중 남몰래 먼 데서 벚꽃을 훔쳐보는 것으로 봄을 견뎌 어고 있었으리라.
공항의 높고 거대한 유리창을 통해 바깥의 계절이 보였다. 나는 한참을 우두커니 서서 아버지의 것이 된 그것을 쳐다봤다. 그날도 아버지는 오늘과 똑같은 표정으로 여기의 봄을 떠났을 것이다. 비장하거나 단단하지 않고, 그렇다고 무수한 내 상상 속 어떤 표정도 아닌 아까 그 표정으로.
<동경 너머 하와이_박상영>
나는 그의 칩거를 나의 글쓰기와 비슷한 것으로 인식했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는 일종의 자아도취 상태, 정도로.
<기괴의 탄생_김금희>
언젠가 퇴근하면서 그런 지적하는 것 안 어려우세요? 저는 더구나 막내라 참게 되는데, 하자 리애 씨는 참으면 안 되죠, 라고 했다. 참으면 미워하게 돼, 그러기 전에 말을 하는 거예요.
이런 기분에 벚꽃이며 라일락이며 철쭉이 다 무언가, 그렇게 해살해살 피어나서 꽃가루나 날리며 자기 본능에 열심인 것들에 시비가 일었다.
어떤 종류의 기억은 사람을 영영 망가뜨릴 수밖에 없기에.
리애 싸는 이혼한 뒤 짐을 싸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며 출국일을 기다렸는데, 스태프를 붙들고 몇 시간을 아무 말이나 떠들어댔다고 말했다.
"왜 그랬어요?"
내가 그렇게 묻자 리애 씨는 좀 씁쓸하게 웃었다. (중략) "두렵잖아요."
지구별 여행자/류시화
이 책은 류시화가 시인이 인도를 여행하면서 만난 평범한 사람들이 전해주는 인도인들의 행복 이야기들입니다.
류시화 시인은 책에서 우리가 잊고 사는 행복의 가장 기초적인 질문들을 통해 일상의 깨달음이 무엇인지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지구별 여행자'는 단순히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기와는 사뭇 다른 내용들의 이야기입니다. 여행에서 느끼는 풍경과 그 지역의 맛집 등 감상의 여행기가 아니라 인생과 삶에 대한 순례이기도 하고 자기성찰과 반성의 여행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인도 사람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를 통해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원숭이가 경기를 방해할 때마다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바로 그 자리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라'
비단 골프 경기만이 아니라 우리는 너무 정해진 규칙과 틀에 박힌 지루한 삶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우리 삶은 새로움의 연속이고 변화의 물결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자신의 계획대로 다 완수할 수 없습니다.
우리 삶에서 원숭이가 튀어나와 골프공을 엉뚱한 곳에 떨어뜨려 놓는 것처럼 자기가 원치 않는 일들이 발생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럴 땐 환경에 순응하면서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입니다.
“당신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이것이오.
좌절하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원숭이가 골프공을 떨어뜨린 바로 그 자리에서부터 여행을 계속하라는 것이오.”
인도를 여행하면서 지저분하고 낡은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한 저자는 열악한 환경을 참지 못하고 불평을 터트립니다. 그러자 입심 좋은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이렇게 충고합니다.
'숙박비를 깎는다고 해서 방이 새것이 되는 건 아니잖소.
당신이 지금 이 방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방값을 깍는다 해도 완벽하게 만족하진 못할 것이오'
'한 가지가 불만족스러우면 모는 것이 불만족스러운 법이오. 당신이 어느 것 한 가지에 만족할 수 있다면 당신은 모든 것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오'
이 일이 있고 난 다음 저자는 난 잠을 자기 위해서가 아니라 배움을 얻기 위해 그곳에 간 것이었다. 그리고 이 지구라는 여인숙 역시, 나는 불평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배움을 얻기 위해 여행 온 것이다'라고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어떻게 삶의 허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지 여행을 통해서 배울 수 있습니다. 여행은 세상의 폐허 위에서도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보여줍니다.
멋진 풍경 속으로 걸어가든 흙과 자갈밭 길을 걸어가든 우리는 눈과 귀가 아닌 마음속 진실을 가슴에 담아두어야 합니다.
'그대여 더 이상 부처가 아닌 체 행동하지 말라' 그렇습니다. 우리는 본래부터 부처였던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저자는 이 한마디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행복을 찾으러 머나먼 곳으로 떠나려 합니다.
모든 이의 마음속에 행복이 가득한 데 애써 찾아야 하는 존재로만 인식하고 있습니다. 내 안에 부처가 있고 내 안에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말이죠
이제 우리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가 다 빠진 늙은 화두가 말했다.
'이 없이 태어나서 이가 다 빠지면 죽는다. 그 사이에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빨만 마주치다 갈 뿐이다'
이 책에 실린 37편의 에피소드들은 하나같이 우리에게 깨달음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기란 결코 쉬운 것이 아닙니다.
죽을 때까지 수행만 하는 수도승이나 철학자, 사상가들조차 깨달음을 얻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엔 사회로부터 격리되거나 멀어져만 가죠. 우리가 깨달음을 굳이 느껴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 나는 내가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깨달음이라 생각합니다.
따뜻한 남쪽나라 통영에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제목이 그리 끌리진 않았다.
피트니스라는 말과 친하지 않아서다.
그래도 코난 북스의 <아무튼 시리즈>의 다른 책들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 책도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심각한 건강 상태 때문에 마지못해 피트니스를 시작한다.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피트니스 PT를 받으며 저자에게 많은 변화가 생긴 듯하다.
우선은 체중의 변화다. 정확한 무게를 밝히진 않지만, 저자는 20여 년 전의 몸무게로 돌아갔다고 이야기한다.
스스로 몸이 가벼워짐을 느끼고, 따로 언급은 안 했지만, 활동성도 눈에 띄게 좋아진 모습이다.
그 밖에 피트니스 클럽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열악한 노동조건 아래에서 일하는 피트니스 클럽의 트레이너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가에서 전단을 나눠주는 일을 해야 하고, 현수막도 치고 걷어야 한다.
같은 클럽이나 다른 클럽의 트레이너들과도 끝나지 않는 경쟁을 하면서 회원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트레이너들의 경우 젊은 친구들이 많은데, 회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반말을 툭툭 내뱉으며 하대를 한다.
그런데도 급여 등의 근무 조건이 좋지 않다. 여기서도 ‘열정페이’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트레이너들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열악한 근무 조건을 당연히 겪어야 할 고통쯤으로 취급해버린다.
그 결과 트레이너가 자주 바뀌게 된다.
회원마다 자신과 잘 맞는 트레이너가 있는 법이다. 저자도 ‘나이스’라는 별명으로 책에서 언급하는 트레이너의 관심과 지도 아래 운동 습관 들이기에 성공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트레이너가 관두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나이스’는 말을 아꼈지만, 앞서 말한 부분들이 아마도 원인이 아닐까 싶다.
난 무슨 일을 배울 때 사람에게 직접 배우는 것이 제일 효과가 좋다.
마술을 배울 때도 영상이나 책을 통해서 배우는 것보다 어떤 사람과 직접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하며 배우는 게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스마트폰의 앱을 통해서,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손쉽게 운동법을 배울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걸 꾸준히 이어나가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다.
‘나이스’ 트레이너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다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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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게스트하우스
아무튼, 망원동
아무튼, 잡지
아무튼, 쇼핑
아무튼, 외국어
이제까지 읽었던 아무튼 시리즈의 책이다.
운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이 시리즈의 책이 다 좋았던 건지 모르지만,
다 좋았다. 글도 잘 읽어지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게스트하우스 여행을 처음 경험한 건 32살의 여름 때였다.
낯선 공간에 마찬가지로 낯선 이들이 모여서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친구가 되었다.
밤이 새는지도 모르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거의 웃었고, 때론 울기도 했다.
내게 게스트하우스가 특별한 공간이었던 이유는
이전까지의 ‘나’와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생이 왠지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이 되어가던 그때,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던 친구들 때문에 또
한번 설레임을 느꼈었다. 그 설레임을 잊지 못해 다른 지역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다녔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시작된 여행은 후에 카우치서핑으로 이어졌고, 1년 정도 직접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당시 내게 필요했던 건 ‘경험의 확장’이었다. 원래 살아가는 범위 안이 아니라 밖으로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고, 그게 내겐 게스트하우스 여행이었다.
때로는 이런저런 유명한 장소를 다니는 것보다 조금은 허름한 게스트하우스 안에 박혀서 책을 읽거나, 커피 한잔 마시면서 빗소리 들으며 하루를 멍하니 보내는 것이 더 낫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는 해가 지날수록 게스트하우스 여행은 그 느낌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여행자들이 묵는 느낌이었다면, 요즘은 만남의 장 역할을 하는 느낌이 강하다.
파티를 여는 게스트하우스가 늘어가고, 몇몇 곳은 아예 부킹을 보장하는 곳도 있다.
그런 게스트하우스의 블로그나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등에는 파티하는 장면이 찍힌 사진이 가득하다.
거기에 여행가면 그렇게 함께 어울려서 술마시면서 즐겁게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을 촬영해서 올려놨다.
여행과 숙박의 방식에 정답은 없다.
다만, 나는 이런 식으로 여행하는 걸 별로 즐기지 않는다.
소규모 게스트하우스에 혼자서 여행 온 여행자끼리 조용히 어울리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가장 좋다.
예전에는 이런 일이 어렵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렇게 여행하는 사람도 드물고, 그런 사람들이 머물 공간도 점점 없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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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게스트하우스>는 게스트하우스 여행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가득하고,
아직 경험 전이라면 호기심을 자아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랜만에 그리운 옛 기억을 꺼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떠돌이 한 시절 소규모 공동체 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강릉의 작은 게스트하우스가 곧 영업을 끝낸다고 해서 찾아갔었다. 주변에는 거대한 리조트와 호텔이 들어서있었고, 그 1층짜리 작은 게하 옆에도 3~4층 이상 되는 큰 규모의 게스트하우스가 서있었다. 아무때고 찾아가도 조용했던 숙소 앞 해변은 이제 10분당 1000원 이라는 비싼 주차요금을 받는 요원이 상시 머물고 있었다.
늘 그대로일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현재가 중요한거겠지.
저자의 말처럼
좋은 공간과 좋은 사람을 찾아가는 것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떠나보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2012년 여름 강원도 강릉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함께 묵었던 처음 본 친구가 읽던 책의 제목이었다.
여행을 끝내고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 가서 책을 샀다.
저자 소개란에도 그렇고, 당연히 나는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쉽게 읽을 생각을 했다.
나중에 느낀 거지만, 쿤데라의 소설은 소설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런 느낌을 받은 건 내가 가지고 있던 소설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좁았을 수도 있고, 쿤데라의 소설이 대개의 소설과는 확실히 달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철학책’
그의 책은 철학책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소설책보다 몰입하기가 어려웠고, 책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한참 멈추기를 반복했다.
이 책 정체성도 비슷했다.
읽다가 멈추고 읽다가 또 멈추고, 거의 몇 달에 걸쳐 조금씩 읽다가 오늘 다 읽었다.
책의 스토리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하지만 읽은 후 지금의 내 생각을 책과 연결지어 글로 풀어내는 건 복잡해진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나로서 존재하는가?
타인의 시선과 사랑이 없으면 나는 뜨겁게 살아가기 힘든걸까?
‘혼자’ 라는 단어는 함께라는 단어보다 조금 외로워 보인다.
‘혼자’ 먹는 밥
‘혼자’ 보는 영화
‘혼자’ 가는 여행
보다는
함께 먹는 밥
함께 보는 영화
함께 가는 여행
이 좋아 보일지도 모르겠다.
32살의 여름 전까지는 나도 모든 삶의 요소에서 ‘함께’ 라는 것이 ‘혼자’보다 우선했다.
결혼을 두달 앞두고 혼자 강원도 강릉으로 무작정 떠났다.
지금은 그 주변이 모두 새 건물이 올라가서 이전의 모습과 다르지만, 그때만 해도 조용한 해변의 작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며칠을 머무르게 된다. 혼자 해변을 걷고, 산책하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영화도 본다.
처음엔 무척 심심하고 못 견딜 것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 오랜만에 맛보는 자유로운 느낌이 좋았다.
분명 혼자이기 때문에 느끼는 여러 외로움은 있었다.
나의 경우에는 그 외로움 때문에 숙소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과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매일매일 처음 만나는 여행자들이지만, 같은 공간에 머물기 때문에 조금만 마음을 열면 쉽게 ‘여행지에서의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 뒤로도 몇년간은 혼자서 심심하면 떠나곤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난 혼자였지만, 오히려 혼자라서 그들과 쉽게 깊이 대화를 나눌 기회도 많았다. 여러 삶을 목격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진작 혼자서 이곳저곳 다녀보지 않았을까 왜 세계 일주를 해보려 하지 않았을까 지난날이 아쉬워지기도 했다.
이 책은 혼자여야 하는 이유를 여러 미술관에 걸려있는 그림과 역사에 저자의 상상력을 더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내용 몇가지를 짧게 정리해보면,
-자본주의 중심의 현대사회는 개인이 ‘혼자’ 가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대중매체를 동원해서 끊임없이 소음과 잡음을 집어넣는다.
(예: 티비, 스마트폰, 온갖 종류의 광고)
-혼자서 고독해지면 얻게 되는 것들이 있다.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고, 독서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고, 삶의 속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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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많이 탄다.
밤에 잠을 잘 때 곁에 누가 없으면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최근엔 많이 나아졌다)
글의 처음에 말한 것처럼 혼자 하는 여행도 곧잘 즐겼던 나인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안정’을 추구하면서 어떤 의미에서는 나를 가둬둔 것 같기도 하다.
‘함께’ 라는 말이 주는 안정감이 좋다.
하지만 ‘함께’ 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이제 하지 않으려 한다.
혼자서 하기에 적합한 것이 있고,
함께 해야 좋은 것이 있다.
제주도는 약간 외국 같다. 한국에 살고 있다는 전제하에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인데 참 이상하게도 그 마음 먹기가 쉽지가 않다. 최소 3박은 해야지! 부터 시작해서 연휴엔 사람 엄청 많을 거야, 지금 가면 엄청 더울 거야 추울 거야까지, 가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기도 하다. 그렇게 맘먹고 가는 곳인 만큼 휴가지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제주도. 길가에 귤나무와 야자수가 줄지어 서 있는 이국적인 풍경과 바다와 숲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 그런데 한식도 먹을 수 있고 한국어까지 통한다. 이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아마 이게 외국이 아닌 제주를 택하는 사람들의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좀만 고개를 돌려보면 제주도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꼭 주변에 한둘씩 있다. 한 번 여행 다녀오면 그렇게 된다. 제주로 이주를 꿈꾸는 친구도, 준비 중인 친구도, 이주한 지인도 있다. 어릴 때 가족 여행 몇 번, 수학여행 두 번, 한겨울 눈보라 휘몰아칠 때 한 번 가본 게 다인 나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사랑에까지 빠지진 않았다. (하지만 캐나다와 사랑에 빠져 더 멀리 와버리고야 말았다) 제주도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나도 스무살엔 잠깐 ‘제주 한 달 살기 해볼까..’라는 생각을 가졌을 만큼 한국인에겐 제주도가 꿈의 지역인 것은 확실하다. 결국 그곳도 사람 사는 곳임을 알기에, 인간은 어딜 가든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알기에 쉽기 도전하지는 못한다. 그걸 알면서도 과감하게 제주로 이주해 개인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의 진솔한 인터뷰를 책을 통해 읽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브로드컬리의 ‘3년 이하’시리즈를 읽다 보면 은연중 느끼는 게 있다. 다들 자신의 이상을 좇아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는 듯하지만, 알고 보면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여기서도 제주에 이주하여 가게를 오픈한 이유를 물으면 다들 하나같이 “도시 생활이 힘들었다”, “회사 생활이 힘들었다”, “제주가 너무 좋았다”, “이 이상의 이유가 필요한가?” 등 말 그대로 대책 없이 회사를 때려치우고 호로록 도피해서 후루룩 사업을 시작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수년간의 카페 전문가가 카페를 차리고, 푸드 전문가가 푸드트럭을 차리고, 게스트하우스 경력자가 민박을 차리고, 설계사가 서점이라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전부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이 그렇다. 어느 정도 자신의 경력과 기술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시작하는 거다. 그래서 회사에서 3년은 일해보고 사업을 하라는 말이 있나 보다. 일을 해봐서 힘들 것도 예상하고, 예상이 되는 만큼 노력을 하고, 아닌 경우에는 접을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물론 말만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책에서 인터뷰한 사장님들의 이야기만 듣자면 그렇다.
책을 읽다 보면 왠지 내가 제주도에 있는 듯한 기분에 젖는다. 버스 안에서 푹 빠져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어떤 사람이 영어로 통화를 해서 깜짝 놀랐다. 순간 ‘제주도에 외국인 정말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아, 여기 캐나다지. 내가 외국인이구나. 하며 깨닫고 혼자 얼마나 큭큭 웃었는지 모른다. 캐나다든 제주도든 막막한 현실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그래서 더 감정적으로 이입이 되었다.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행복만 따라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삶에서 작은 행복을 더 감사하며 살 수 있게 된다. 내 현재가 평화롭길 바라는 만큼 그들의 일과 일상이 평온하길.
3년 시리즈 최근에 하나 더 나왔다던데 빨리 이북으로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 책을 한국에서만 읽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작가님들 편집자님들 출판사님들 서점님들!
“나이를 먹다 보면 자의든 타의든, 모험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올 거다. 그 전에 좀 더 무리를 하자. 준비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설령 실패하게 되더라도, 모험을 통해 마주한 경험과 깨달음이 보상이 되리라 생각한다.”
지난번 「아무튼, 게스트하우스」에서 아무튼 시리즈 맹신자를 벗어나는 듯 했지만, 또다시 손을 뻗고야 말았다. 일주일에 최소 네 번은 습관처럼 들어가는 서점 사이트에서 또 습관처럼 아무튼을 검색했고 새로운 책이 나온 것을 발견한 것이다. 「아무튼, 술」 심지어 전부터 관심있던 「우아하고 호쾌로운 여자 축구」의 저자가 낸 책이었다. (읽고 나면 축구한다고 나대게 될까 봐 아직 읽지는 못했다) 아~ 나는 왜 지금 캐나다에 있는 거야! 읽고 싶은 책은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데! 하며 eBook 출간 알림 신청 버튼을 연타했고, 얼마나 지났지? 아마 신청 후 몇 주쯤 지난 어제, 서점 사이트로부터 메일이 왔다. 물론 「아무튼, 술」의 eBook 출간 알림이었다. 이 책을 필두로 장바구니에 쌓여있던 36권의 책들 중 추리고 또 추려서 또 책을 구매했다. 수중에 아직 열리지 않은 판도라의 책들만 쌓여가는데 또 산다. 대신 나는 ‘귀엽지만 쓸데없는’ 물건들은 사지 않으니까 괜찮다. 소비에는 반드시 핑계가 따른다.
하필 나는 왜 잠들기 전에 이 책을 읽었을까? 오늘은 (바야흐로 2019년 5월 17일 캘거리의 비 오는 금요일) 캐나다에 와서 처음으로 술 약속이 있는 날이다. 또래 ㅅㅎ씨네 부부와 피맥하기로 일주일 전부터 약속을 했기에 이번 주 내내 금주 중인 터였다. 매일 혼자 마시다가 오랜만에 벗과 마시는 날이니 더 맛있게 즐기고 싶었다. 그런데 5일간의 절주 끝에 하루를 남겨두고 이 책을 펼친 것이다. 아놔 책은 또 왜 이리 재밌어? 왜 이렇게 맛깔스러워? 책 길이도 짧아서 순식간에 읽어낼 수 있었지만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나의 시원한 벨지안문(블루문) 한 박스가 들어있는 냉장고에 눈이 갔다. 아, 안돼 이러다 후회할 일을 저지를 것 같아 급하게 카르타 전원을 끄고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러 들어갔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나나와 사과를 들고 바로 다시 읽기 시작했다. 진짜 진짜 진짜 재밌다. 책이라는 게 이렇게까지 재밌어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재밌다. 읽는 내내 계속 빵 터져 혼자 낄낄 웃다가 약간 센치해졌다가 조금 의기소침해지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술에 의한 에피소드들도 재밌지만, 그냥 이 책을 집필한 작가분 자체가 말 그대로 호쾌하고 재밌는 사람인 것 같다. 시인이나 작사가를 했어도 됐을 정도로 라임 맞추기의 달인이다. 아, 랩퍼를 하셔도 되겠다.
낄낄 깔깔 웃다 보면 조금 센치해진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생각난다. 작가님의 소중한 학창시절 친구들처럼 내게도 고등학교 시절 함께 기숙사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친구들이 유일한 술친구다. 비슷비슷한 술 취향, 주량, 관심사에 서로에 대해 적당히 잘 알고 있는 혼수걸스. 다섯이나 되니 서로 생일만 챙겨도 한두 달에 한 번씩은 꼭 만나 맥주 한 잔은 했었다. 가끔 같이 여행가면 밤에 먼저 잠드는 순서도 항상 똑같고 언제나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남은 술과 음료를 거덜 내고 정리하는 둘도 똑같다. 불과 몇 달 전 내 브라이덜 샤워에서도 동일했다. 10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친구들과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건 참 복 받은 일이다. 그리고 독토바도 생각난다. 서로를 알게 된 지 1년 안팎이지만 이렇게까지 소중해질 수 있나 싶다. 이게 사랑과 우정의 경계선인가? 회사라는 틀 안에서 조그마한 숨구멍을 만들고자 결성한 독서 토론 모임이었는데, 이제 책만 읽으면 그립다. 아무튼 시리즈를 접한 것 자체도 독토바 모임에서 다룬 「아무튼, 양말」부터 시작된 것이었는데 계속 함께였으면 이 책도 같이 읽었겠다는 생각을 하니 괜스레 기분이 센치해진다. 분명 또 내가 다섯 가지 넘는 질문 문항을 만들어 그에 대한 대답을 고민해오라고 시켰겠지? 시켰겠지가 아니라 사실 이미 적어놨다. 나 혼자라도 대답해야지. (센치)
처음 딱 열 페이지 정도 읽고 기분이 막 이상했다. 우와 주제가 너무 신박해! 최고야! 나도 이런 주제로 글 써보고 싶어! 하다가 작가의 필력에 주눅 들었다. 그래.. 자고로 글은 이렇게 재능있는 사람이 써야지.. 진짜 재밌다... 나에겐 왜 이런 재능이 없을까.. 하며 의기소침해져서 글쓰기에 비슷하게 관심 있는 친구에게 메시지로 한숨을 보내기까지 했다. 그 정도로 정말 재밌다. 마치 살인에 관심이 하나도 없더라도 잘 짜여진 추리소설이 재미있는 것처럼, 그저 자잘한 에피소드들과 그 에피소드를 꾸미는 문장 문장들이 재미있어 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모두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언제 또 마주칠지 모를 사람들 때문에 언제 또 마주칠지 모를 냉채족발과 반주를 놓치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다고도 생각했다.”
아무튼 시리즈에게 배신당할 줄이야. 정말 충격적이다. 아무튼 시리즈는 언제나 제목에서 예상되는 내용과는 다른 독특한 내용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꽤 다양한 시리즈 중 다섯 번째로 접한 이 책도 기대가 되었다. 약사가 집필한 게스트하우스 이야기라니! 내 기준으로, 외국에서는 보통 호스텔이라고 불리는 것이 한국에서는 게스트하우스(이하 게하)라 많이 칭한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왠지 약사라는 직업을 가진 한 인물이 한국 어딘가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생긴 에피소드를 공유하는 이야기겠거니 하고 또 언제나처럼 잘못 짚었다.
사실 처음부터 좀 고개가 갸웃했다. 문장의 모양새라고 해야 할까 말투라고 해야 할까 뭔가 느낌이 티스토리 블로그 글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 네이버 블로그보다는 조금 더 공을 들였지만 약간 올드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뭔가 ‘아.. 자기만족을 위한 일기 출판 서적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한 돈 많은 남자가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뿌듯함을 활자로 기록한 내용처럼 보였다. [배낭여행의 낭만 = 호스텔 도미토리 장기숙박] 뽕에 가득 찬 내용.
어떻게 보면 나도 여행을 꽤 많이 다녀본 사람 축에 속한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왜 나는 호스텔이나 도미토리에 많이 묵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여성 전용 도미토리가 있는 호스텔이나 한인민박에서는 자주 묵었었는데.. 딱 한 번 혼숙 도미토리에서 숙박한 적도 있다. 아마 이탈리아 피렌체였던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분명 전날 밤엔 없었던 웬 아저씨가 바로 눈앞에 잠들어있어 심장이 지구 밖으로 떠나갔다 온 듯한 충격과 공포를 경험했었다. 그래서인가보다. 우선 ① 내가 딱히 숙소에서 사람을 사귀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인간이다. ② 내 신체와 목숨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과 목숨을 맞바꿔 위험에 노출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항상 여성 전용이 아니라면 돈을 더 내서라도 개인실을 사용했던 것이다.
책 내용 안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몇 가지 빡침 포인트가 있다.
남작가가 삼십 대 후반에 상하이로 출장을 갈 일이 생겨 유스호스텔을 예약했다. 그러자 걱정이 되어 괜찮겠냐고 묻는 아내에게 되려 가성비를 운운하며 큰소리를 치는 남작가. 남자들은 왜 걱정하는지 이해도 못 하겠지. 기껏 걱정해줬더니 성질이나 부리다니 내가 그 아내분이었으면 남편 놈 싸다구를 날렸을 거다.
게스트하우스에 숙박하면 무조건 주변 사람들과 친해져야만 하는가? 남작가보다 먼저 도미토리에 묵고 있던 중국 청년이 조금 쌀쌀맞았다는 이유만으로 청년의 본명까지 거론하며 뒷담화를 한다. 아저씨 나잇값 좀.. 그리고 남작가가 너무 코를 시끄럽게 골아대서 중국 청년이 깨웠는데 그 상황에 대해 ‘나는 한번 깨어나면 좀처럼 다시 잠들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라고 기록했다. 제정신이신지? 코도 심하게 굴고 한번 깨면 좀처럼 다시 잠들지 못하는 수준의 수면장애를 겪고 계신다면 다신 도미토리에 묵지 마시죠. 어이가 없다 진짜. 거기에 덧붙여 본인의 코골이를 미화시키며 ‘미운 마누라의 단잠을 방해하는 용도’라는 발언까지.
‘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라는 책과 영상으로 유명해진 두 작가님들을 실제로 만났나 본데, 자꾸 그분들을 여성 듀오라고 말하는 것도 거슬렸고, 여성의 성기를 이용한 영어 욕설을 마치 본인만의 힙한 마법의 문장인 양 언급하는 것도 기분 더러웠다.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이유는 그저 돈 주고 산 책이라 아까워서. 그리고 아무튼 시리즈를 좋아해서 이 책을 구매해버린 나 선택에 조금이나마 덜 후회할만한 내용이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에서였다.
최근 재미있게 보는 유일한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스페인 하숙’이다. 정말 재밌어서 매주 금요일이 기다려진다. 보는 내내 어쩜 나는 진작 더 체력도 좋고 시간도 많을 때 순례길을 걷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며 마음속 버킷리스트에 굵게 새겨넣는다. 하지만 티비에서 보는 것처럼 모든 게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안다. 아니 잘은 모르지만 대충 예상은 된다. 힘들고 더럽고 냄새나는 일련의 고통을 이겨내야만 할 것이다. 아마 내가 ‘아무튼, 게스트하우스’라는 제목에서 바라던 내용은 현실적인 여행지 숙소의 모습이었나보다. 괜히 읽었다. 정말 괜히 읽었다.
이 책을 읽기전 ‘아, 이책도 그냥 여행 에세이 같은거겠지’해서 아무튼,게스트하우스와 비슷한줄 알았다. 그러나 조금은 달랐다. 사랑하는 도시 방콕에서의 나날들을 상세히 기록하면서도 같이 있는 사람(작가님의 애인)과의 티키타카가 웃긴부분이 더러 있었다. 그러면서도 애정도 느껴지고 이런저런 에피소드로 방콕이 나에게 주는 평화로움, 감동의 순간과 때로는 실망까지 솔직히 담겨있어 좋았다. 그러나 너무 뻔한 이야기들이라서 중간까지 읽고 책장을 덮게된 안타까운...
한때 서울에 폭 빠져 지내던 적이 있다. 당시 거주하던 곳과 가까웠던 점도 있지만 본가가 서울이 아니기에 가까이 있을 때 서울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싶었다. 여행을 할 때면 배가 고픈지도 모르고 돌아다닌다. 내 눈앞에, 내 프레임 안에 비치는 새로움에 감탄하며. 내게는 새로움인데 친구와 함께 다녀온 이태원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공사장에 이런 거 많은데, 이런 거 찍는 거 좋아하는구나/ 이런 건 잘 볼 수 있을 건데...^^' 내게는 새로움이었는데 친구에게는 아니었나 보다.
이 말을 듣고 수원을 향해가는 1호선 지하철에 두 다리를 튼튼히 지탱해놓고 생각에 잠겼었다.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새로움은 타인에게 익숙함으로 다가갔겠구나 했다. 언제부턴가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지 않은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긴 후부터는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서울이 답답했다. 높고 탁하고 막히고. 지금 살고 있는 곳도 내 삶을 얹기 전까지는 문화시설도 없고 너무 한적한 데다 건물들도 오래된 심심한 곳으로 생각했는데 자전거 한 대에 몸을 싣고 이곳저곳 구석구석 다녀보니 이곳의 매력에 푹 빠졌나 보다.
오히려 서울에 약간의 거부 반응이 생겨버렸으니 말이다. 원래 서울 근처에 가면 서울에 오래 머무는 편인데 이젠 서울에서의 약속을 행하고는 그 자리를 빨리 회피해버렸던 것 같다. 그곳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내 모습에 당황스러우면서도 일단 다시 거주하는 곳으로 재빨리 돌아왔다. 그런지 벌써 일 년이 흘렀다. 친구들은 보고 싶어서 시간을 내려 해도 서울이라는 공간에 가기 망설여져 시간 조정도 하다 말아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서울 백 년 가게라는 제목으로 서울의 오래된 곳을 소개해주는 책을 발견했다. 바로 서평단을 신청했고 운 좋게도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서울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을 서울에 다시 올라가서 즐길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바꿀 수 있었다. 서울 백 년 가게 덕분에 숙소까지 정했으니 예전에 줄곧 갔던 서촌에서 편히 일정을 시작할 수 있을 거다.
서울 백 년 가게라는 제목이기에 백 년이 지난 공간이 서울에 아직 남아있구나 하며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두 100년이란 시간을 지닌 가게로 구성되진 않았고 이를 바라보는 가게들도 담겨있었다. 그들의 전통과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함께 100년을 응원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거다. 만약 100년 가게만 조사했다면 그 수도 적었겠지만 다양한 가게들을 접하지 못했을 것이기에 한겨레 분들과 서울시의 미래유산 작업을 진행하신 분들, 작가님께 감사했다.
무엇보다 이인우 작가님께서 '책 속에 오류가 있다면 모두 필자의 책임이며, 미덕이 있다면 모두 백 년 가게를 낳고, 키우고, 이어가고 있는 분들의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 덕에 따스함을 안고 시작한 이야기는 초반부에서 내게 꽂혔다. 물론 뒤 내용에서도 클림트, 용금옥, 을밀대, 황해, 신사복 청기와, 홍익문고, 열차집, 비원 떡집, 동부 고려 제과, 미네르바, 올댓 재즈, 동흥관, 브람스, 세실극장 등이 있지만 (이번 서울 방문 시 다녀오고 싶은 곳을 나열해둔 거다...^^) 그중 보안여관이 이 책을 통해 얻은 보물처럼 가장 소중했다.
보안여관과 관련된 내용 중 '도시를 보면, 개발과 재생의 전략이 소멸과 생성의 방향을 좌우한다. (중략) 결과가 그 도시의 일상과 삶의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화 선택은 결국 인간이 자기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행위인 셈이다.'라는 글이 있다. 도시 재생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이 일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어 서촌을 내 집처럼 방문하던 적이 있었다. 그곳에 거주하시는 분들, 장사하시는 분들의 생각도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고 3일 후에 또 방문하여 금세 바뀌어있는 서촌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본 적도 있다.
서울에서 내가 지닌 추억이 가장 많은 곳이다. 그때는 젠트리피케이션도 서울시 몇 공간에서만 이루어지고 젠트리피케이션 자체가 흔하지 않았기에 다행이었지만 이제는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한때 일어났고 다른 지역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건 한 티비 프로에서 스쳐지나듯 나온 젠트리피케이션 정의였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내 생각으론 말도 안 되는 정의였다. 이 개념을 접하고 도시재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던 중 이 글을 읽었기에 더 와닿았었다. 우리가 선택한 것으로 삶의 방식이 바뀐다는 점. 어쩌면 같은 개념인 도시재생을 다르게 해석하고 행동에 옮긴 서울과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곳의 차이가 아닐까 싶었다. 이곳에 살면서 내 삶의 방식도 완전히 변했으니 말이다.
갤러리, 서점, 주점, 게스트하우스, 화원이 함께 있는 20세기와 21세기의 유물이 공존하는 보안여관은 종로구 효자로에 위치해있다는 말에 혹한 후부터 계속 마음이 갔다. 안에 위치한 시설들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 공간의 이야기가 좋았다. 문화적 토대 위에서 바라보고, 거주하고, 먹고, 읽고, 걷기를 제안하는 문화예술 공간이자 글로벌 네트워크를 엮어가는 문화 예술 플랫폼이라는 보안 1942. 이곳을 만들어낸 최성우 선생님의 마인드가 보안 1942로의 발걸음을 서두르게 했다.
1936년 서정주, 함형수 등이 장기 투숙하며 김달진, 김동리, 오장환 등과 함께 동인지 <시인부락>을 펴낸 곳이 어딘지 아는가. 보안여관이었다고 한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곳은 도시재생이라는 말에 그저 무너져 높은 건물로 대체되어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그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무엇보다 최성우 선생님께서는 보안여관이 그에 의해 발견된 게 아니라, 최성우가 보안여관에 사로잡혔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 대목에서 보안 1942 숙소를 알아보게 되었다.
보안 1942뿐 아니라 유명했던 용금옥을 지나가며 여긴 맛있나 보다 하며 지나갔던 나의 무식함에 아쉬워하며 읽었던 그곳의 이야기, 손님이 살리고 서점 주인이 함께 버티는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 서점의 이야기가 보안여관처럼 다가왔었다. 물론 다른 곳도 위에서 언급한 바처럼 방문하려고 리스트를 작성해둔 상태다.
이 추운 겨울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핫초코처럼 따스한 이야기의 진정한 대모님은 뉴욕 게스트하우스의 캐시디 여사가 아닐까? 내 인생에도 캐시디 여사처럼 내게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서로 믿고 일을 하며 진정으로 서로에게 필요한 시기에 화끈하고 간결하게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어도 참 좋겠다(아마 과묵한 성격이 아니기에 평생 이뤄질 수 없는 소원이겠지). 누구나 이 소설을 읽으며 내내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대체 아일랜드 서부 해안에 위치한 스토니브리지는 어디며, 스톤하우스는 정말 실존하는 것일까, 그리고 너무나도 가보고 싶다라고. 등장인물들처럼 굉장한 사건·사고와 인생의 스토리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도 나만의 이 작고 초라할 수도 있는 고민거리와 걱정을 내려놓고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하며 치유하고 싶다고.
‘그 겨울의 일주일’은 스토리텔링도 스토리텔링이지만 번역도 한몫을 했다. A week in winter도 좋지만, 그 겨울의 일주일이라는 제목부터 (굉장히 한국어의 자부심을 느끼며) 따스해진다. 독서하고 토론하는 바보들 (이하 독토바) 모임의 첫 도서로 내가 추천을 했다. 그냥 첫 도서로 뭘 하지~ 뭔가 흔한 도서는 아니었으면 좋겠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면 좋겠는데~ 하며 YES24에서 국가별로 소설을 분류해 보다가 서유럽 문학.. 뭐 이런 카테고리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것 같다(정확히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제목도 겨울에 걸맞게 따듯하고 표지도 야옹스러운 것이 귀여워 추천하고 결정했는데, 이북으로 구매하고 보니 600페이지가 넘는.. ‘7년의 밤’만큼 긴 이 소설을 오픈하자마자 굉장히 부담감이 밀려왔다. 너무 긴데? 그리고 너무 잔잔한데? 이거 다들 지루해하는 것 아냐?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다들 나보다 더 빨리 완독했다.
열 명의 주인공과 이야기가 스톤하우스라는 한 곳을 배경으로 엮어지는 옴니버스식 소설이다.
치키: 강인한 마인드를 가진 이 시대의 진정한 여성.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스토니브리지에서 미국 뉴욕으로 사랑을 좇아 떠나지만, 신기루처럼 사라진 사랑을 과감히 버리고 새 삶을 살아나가는 당찬 사람. 캐시디 여사만큼이나 닮고 싶은 캐릭터다.
리거: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고 뒤늦게 철이 들어 자리를 잡은 전형적인 아들내미. 싱글맘이 고생고생해서 키워놨더니 사고 쳐서 소년원이나 들락거리고, 그래도 엄마와 외삼촌 덕에 새 삶을 살게 되어 다행이지만 현실이었으면 백 퍼센트 다시 나쁜 길로 빠졌을 것만 같은 놈이다.
올라: 이 중에서 제일 그나마 평범해서 더 이입됐던 젊은이. 믿었던 친구가 변해가고, 세상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고, 사람들은 이 삶을 어찌 존속하며 살아가나 고민되던 찰나 좋은 기회로 즐거운 스톤하우스에 입성한다. 소설은 끝났지만 계속 행복했으면 하는 캐릭터. 내가 올라가 되어 그 뒷이야기를 채워가고 싶다.
위니: 아들을 끔찍하게 여기는 연하 남친의 엄마 릴리안과 어쩌다 휴가를 보내게 되는 위니의 절망적일뻔한 일주일의 이야기다. 와. 이건 정말 텔레비전에 사연으로 나와도 좋을 사건 아닌가. 나였으면 마마보이임을 깨닫자마자 사랑이 파사삭 식었을 텐데, 눈치 없는 남자친구 때문에 남친엄마랑 여행을 떠난 것도 모자라,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하고, 그마저 아주 잘 모면해 인정까지 받는다. 하지만 그 연장선이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만일 티비프로 사연으로 나온다면 저는 과감히 X라고 말하겠습니다.
존: 여기엔 정상적인 남자는 없는 듯하다. 보육원에서 자라 배우로 크게 성공한 할아버지 배우 존 코리 살리나스의 이야기는 유명세로 외로움을 느끼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위로가 될만한 이야기다. 물론 무명생활로 찌들 때부터 곁에 있어 준 아내와 딸을 배신하고 바람피우고 다닌 그 행적은 박수쳐줄 마음이 없지만.
헨리와 니콜라: 이 두 의사 부부의 크루즈 경험담은 정말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몸과 마음이 아픈 부모를 모시고 크루즈여행을 하기 위해 규칙을 어긴 모리스 가족의 비밀을 지켜준 결과는 참담했다. 비밀을 지켜주지 않았어도 결과는 같았겠지만, 그걸 알지만 마음이 아파 인생에 회의감을 느끼는 내용이 절절하게 와닿았다. 스톤하우스에서 그 아픔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부부의 다짐이 아름다웠고 나도 모르게 미소지으며 응원하고 있었다.
안데르스: 여기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교훈은 무엇이었을까? 굳이 따져본다. 물려받을 가족 사업이 있는 후계자도 행복하지는 않다? 결국 사람은 자신이 즐거운 일을 해야 한다? (그또한 자본금이라는 보험이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무엇이든 간에 조금씩은 효과는 있었다. 부자들을 무조건 나쁜 시선으로만 바라보지는 말아야지. 그리고 진짜 평생 할 평생직업은 약간 욕심을 내서 결정해도 좋을 것 같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다.
윌 부부: 아유 얄미운 노부부. 얄밉지만 참 투명한 사람들. 경품에 집착하고, 1위가 아닌 2위에 만족하지 못하고, 결국 1위가 힘들어하는 사실을 구태여 확인한 후에야 진정으로 2위임을 즐기는 구질구질한 모습에 조금 짜증이 났다. 하지만 어찌 보면 솔직한 것이니까. 얄밉지만 사실 조금은 이해도 되니까 더 얄미운 것일 수도.
넬 하우: 이 소설에서 제일 짜증 났던 캐릭터. 은퇴를 앞둔 아주~아주 짜증 나게 무례한 이기주의자 교장이 은퇴선물로 스톤하우스에 방문하게 되는 이야기다. 넬 하우 교장선생이 얼마나 괴로운 과거를 지녔는지는 궁금하지 않고, 스톤하우스에서 얼마나 무례하게 굴었는지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비서 아이린에게 한 짓이 너무 화가 난다. 이건 성향 차이를 넘어서서 그냥 무례하고 사회성이 떨어진다. 결국 병신력 보존의 법칙은 여기에도 적용된다. 어딜 가나 병신은 꼭 있다는 것.
프리다: 이 모든 이야기가 소설이었음을 새삼 깨닫기 해주는,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가진 도서관 사서 프리다의 이야기. 프리다의 예감은 언제나 틀리지 않고, 알아도 절대로 바꿀 수 없다. 유부남인 것을 은연중에 알고 있음에도 헤어나오지 못하다가 결국 사건이 터져 잔뜩 상처받은 프리다가 스톤하우스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며, 치키와 대화하며 새로 태어난다. 이쯤 되면 캐시디 여사나 치키를 넘어서 작가의 고민 상담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어쩜 이런 생각을 해내지? 대단한 노련미다.
나도 한때는 새로운 사람과의 새로운 만남을 좋아하고 즐겼다. 지금은 회사에 치여, 삶에 치여, 과한 의식에 치여 새로운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철벽인이 되었지만, 맞다. 나도 한때는 스스로를 People-person이라고 소개하던 때도 있었다. 고등학교 유학생 시절에는 학교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을리는 없지만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다방면으로 활발했)고, 3주 머물렀던 곳에서 모두와 금방 친해져 마치 3년 있던 사람 같다는 얘기도 들었으며, 그냥 진짜 사람을 쉽게 믿고 쉽게 좋아하고 쉽게 친해졌다. 지금은 그 시절의 나 자신이 신기하기만 하다. 와, 사람을 좋아해? 지금은 사람이면 다 싫은데. 어떻게 사람을 좋아해??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조금 떠오를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또 즐겼는지. 내게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해주니까. 나를 새로운 방면으로 이끌어주니까. 나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봐주니까. 과거의 내가 어땠든지 간에 언제나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기분을 들게 해주니까 그랬던 것이다. 이 책은 과거의 나를 이해할 기회를 줬고, 또다시 새로움에 도전할 용기를 줬다. 현실에는 없는 환상적인 이야기와 전개로 꾸며진, 어찌 보면 판타지보다 더욱 판타지 같은 소설이지만, 내겐 자기개발서보다 더 교육적인 이야기였다. 2019년 큰 도전을 앞둔 나의 2018년의 겨울을 함께하게 되어 너무 기쁘고, 이 책을 찾아낸 나 자신에게 무한한 영광을 돌리고 싶다. 무난무난하고 #동화 같은 소설이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모두 여행을 떠나 세상구경을 하라고 당부했다. 날마다 시 한 편을 읽고 생각해보라고, 처음 가보는 곳은 그 역사를 공부하고 그곳이 어떻게 현재처럼 되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