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63 애초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샛길로 빠져서 미지의 숲을 거닐다 때로는 기꺼이 길을 잃는 일이라
p.300 책 속에 그토록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이 등장하는 까닭은 인간이라는 텍스트가 얼마나 복잡하며 해결 불가능한 문제와 총체적인 모순으로 빚어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지.
p.301-302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비로소 이해하는 것은 그가 행하거나 그가 둘러싼 모든 사태가 끝장나기 시작할 때지. 그러니 우리는 불이해 혹은 오해를 이해인 양 착각하면서 살아가는 게 고작이야. 이해란 자기만족에 불과할 수 있고, 나의 이해와 타인의 이해는 서로 달라서 둘의 이해가 충돌하게 마련이니까.
인생의 이별 학교는 우리에게 가르친다. 모든 것은 언젠가 다 지나간다는 것을.
삶의 유한성을 시시로 절감하며 지금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결국 많이 감사하고 자주 용서하는 일이라는 것을.
잘되지 않더라도 의식적으로 옆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깊고 넓은 사랑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어느 날 찾아올 진짜 마지막 이별을 순하게 맞이하는 길이라고 말이다. (p.101)
이해인 수녀님의 책은 꽤 오래 읽어온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시를 쓰는 아이로 성장한 것도, 이해인 수녀님의 책을 읽은 까닭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수녀님이 어느새 수녀원에 입회하신 지 60년이라니. 초등학생이었던 독자가 어느새 초등학생의 엄마가 되어있으면서도, 수녀님의 긴 세월은 참으로 놀랍기도 하고, 문장에 묻어나는 깊이와 짙음에서 그렇지, 하는 끄덕임이 들기도 한다.
이해인 수녀님의 책은 언제나 나에게 짙은 감상을 남겨주었지만, 이번 여름휴가 동안 읽은 『소중한 보물들』은 유달리 더, 나의 삶을 돌아보고 나의 생활을 곱씹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인생의 전환점이라 불리는 마흔이 되어 그런 걸까. 수녀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에 깊이 남아 아프기도 하고, 위안이 되기도 했다.
『소중한 보물들』은 수녀님의 묵상과 생각들을 엮은 단상 집이다. 글방의 따사로움, 생명의 신비로움, 수도의 향기로움, 생활의 부드러움, 추억의 아름다움 등을 주제로 길고 짧은 이야기들이 모여있는데 여느 문장 하나, 여느 사진 하나 대충 쓰인 것이 없음을 느끼며 읽었다. 한마디 한마디가 꼭꼭 눌러쓴 편지처럼 마음에 길게 남아서, 영원한 이별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땐 한참을 쉬어 읽어야 했다. 많이 아파 온 가족을 조바심으로 떨게 하는 이가 떠올라서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도 가족들이 모든 것에 시작이라는 말에 힘을 얻었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가족이니까, 이 마음이 다 전해져 힘을 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중간중간 기도하고, 생각하고, 나를 돌아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가톨릭 신자라 더욱 종교적인 마음을 담아 읽었지만, 『소중한 보물들』은 같은 종교가 아니더라도 위안과 깊은 깨달음을 나누어 가질 수 있을 책이다. 인생의 여러 굽이를 겪어온 선배의 경험담 같기도 하고, 늘 선한 마음으로 살아온 이의 배려 같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행복을 깨닫게 하고, 모든 것에 감사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소중한 보물들』을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꽃향기를 맡으면 꽃사람이 된다는 수녀님의 마음처럼, 지금 놓치고 있던 행복을 깨닫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불행을 습관적으로 내뱉으면 불행한 사람이 되고야 마는 슬픈 진리를 깨달으면 좋겠다.
여전히 나는,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이 무엇인지 미처 알지는 못하지만, 『소중한 보물들』을 읽는 내내 나를 그렇게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보답하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내 주변 사람들이 좀 미운 짓을 하더라도- 한 번 더 이해해보려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날마다 새롭게 결심하고 새롭게 사랑하고 새롭게 선한 마음을 갖고 새롭게 고운 말을 연습하는 것은 우리 생의 의무이고 책임입니다.
🖋 성당에서 책읽기를 하고 있는데 이번달 추천 도서였다.
책 읽으며 마음을 다스려서 좋았고 대림절에 이해인 수녀님의 특강을 직접 듣고 만나 뵙게 되어 좋았다.
그날 아이의 입시때문에 마음이 너무 힘들었는데 큰 위안을 받고 돌아갔다.
수녀님께 위안 받아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렸더니, 본인도 교우들 덕에 위안 많이 받았다고 답변해 주셨다.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피곤하실까봐 얼른 자리를 떳다.
오래 오래 건강하셨으면...
#수색성당#이해인수녀님#대림특강
문아람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의 내면이 너무 좋았던 책. 나는 이토록 음악에 진심이고 정성스러웠는지 반성하게되었다.
겸손과 다정함, 음악을 통한 사랑이 가득했다. 나도 이렇게 머물다 간 자리가 따사롭고 향기로울 수 있을까? 그녀의 이야기를 보면 이해인 수녀님같은 진한 향기가 남는다.
당신은 어떤 식탁이 가장 '완벽한' 식사라고 생각하나요? 좋은 식자재와 완벽한 상차림, 고급스러운 식기? 그렇다면 가장 '행복한' 식사는요? 물론 완벽한 식사가 행복할 수도 있고, 행복한 식사가 완벽할 수도 있겠지만 두 식탁이 완전히 '같은' 식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또, 완벽한 것과 행복한 것 중 무엇이 '최고의 식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최고의 식사'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표지의 웃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인지,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식사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며, 점점 벅찬 마음이 되어갔습니다. 그림만 바라보면 한 가정의 평범한 식사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저 엄마·아빠가 없이, 아이들이 직접 차리는 것이 조금 다를 뿐, 어느 집에서나 있을 수 있는 식사 말입니다. 그러나 그 안의 이야기, 아이들의 마음을 읽다 보면 코가 시큰해집니다. 빈 냄비를 휘젓는 동안 누나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빈 냄비를 기다리는 동안 잠이 든 아이들은 누나의 마음과 같았을까요? 이웃 아주머니가 가져다준 식자재로 차려진 식사와 동생들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은 누나의 마음으로 차린 식사 중 어느 것이 더 '최고'의 식사이며 '완벽한' 식사일까요?
이야기 자체도 그랬지만 이해인 수녀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결국 눈물이 흘렀습니다. 따뜻한 그림과 달리 너무 서글픈 문장들을 읽으며 내가 생각해본 것들을 수녀님이 하나하나 짚어주고 계심을 느끼며, 이미 희망보다 정말을 먼저 떠올리는 어른이 돼버린 내 모습이 슬프기도 했고, 이렇게 빈 냄비를 끓이는 아이들은 세계 어느 곳에나 존재하고 있음에 속이 상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아직 7살인 우리 꼬마는 빈 냄비에 양념하는 누나의 마음을 얼마나 이해했을지, 동생들을 향한 배려의 마음을 얼마나 받아들였을지 알지 못하지만, 누나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행동에서 참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자라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분명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동화책이지만, 이 책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 짙은 감동을 전해주리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아이일 때보다 자라며 더욱, 물질이 주는 만족감이 심리적 만족감보다 크지 않음을 깨달아가는 어른들이 더 많은 것을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단순한 이야기의 책이지만, 결코 이 책이 주는 감동까지 단순하지 않음을 어떻게 강조해야 이 책을 더 많은 사람이 읽고, 모든 아이의 최고의 식사를 위해 기도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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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나는 동시집을 자주 읽는다. 아이가 3개월쯤 되던 때부터 읽어주었던 <의성어, 의태어 동시집>을 시작으로 이해인, 나태주, 김용택, 최승호 등 유명한 시인들의 시도 종종 읽는다. 그러다 만난 “바위굴 속에서 쿨쿨”은 제1회 비룡소 동시 문학상 수상작으로 40여 편의 동시를 만날 수 있는 동시집이다. 여러 가지 동시집 중, 굳이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아이와 읽고 당장 오늘부터 “써먹을 수 있는” 동시집이기 때문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우리가 매일 만나는 계절과 풍경을 노래하고 있기에 오늘 읽고, 아이에게 어떤 풍경인지 이야기해주기 좋다. 엄마도 모르는 세상을 노래한 동시라면 엄마에게도 이질감이 들 텐데, 이 시들은 길을 걸으며 그냥 툭툭 던져주기에도 낯간지러움이 없다. 그러면서도 귀여운 상상력이 포함된 것들도 있어 아이와 이야기할 거리가 많다.
아이와 동시를 공부해보니, 좋은 점이 참 많았다.
첫째, 아이의 세상은 시가 된다. 고인 빗물에 비치는 햇살, 바람에 흔들리는 민들레 홀씨마저 그냥 보지 않고 아름다운 눈으로 볼 수 있다. 아이가 세상을 아름다운 눈으로 보고 표현하면, 엄마에게도 세상은 빛나는 풍경이 된다. 분명 어린 시절의 나도, 시로 쓸 소재들을 찾는 맑은 눈이었을 텐데 어른이 될수록 아름다운 것에 점점 둔감해졌다. 그 잊고 살던 아름다움들을 아이로 인해 되찾은 기분이다.
두 번째. 아이의 어휘력이 향상된다. 아무래도 동시에는 의성어, 의태어나 형용사가 많다. 그림책에도 자주 등장하지 않는 표현들을 일상생활에는 사용할까. 동시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어휘를 많이 배우게 된다. 운율도 배우다 보니 아이의 언어가 노래 같아진다.
세 번째. 자기 생각을 언어나 그림으로 꺼낸다. 동시집은 글 밥이 적다 보니 거의 한 페이지에 하나씩 일러스트가 들어가기 마련인데, 대부분은 주제와 일치하는 일러스트다. 그 그림들을 만나다 보니 아이도 자기 생각을 언어나 그림으로 쉽게 표현하더라. 그래서 마음에 혼자 쌓아두기보다는 표현하고, 풀어내어 엄마에게 들려준다. 나중에 나이를 먹어도, 그렇게 속마음을 잘 이야기하는 아이로 키워주고 싶기에 이런 동시들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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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하느님이> 박의상
어느 날
하느님이 물으셨다
꽃아 너는 피고 싶으냐
예
한번피면
져야 하는데도?
예
그래도요
지면 다시 못 피는데도?
<나를 키우는 말> 이해인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해서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 저도 한 번 개화하는 아름다운 꽃을 🌸 선택할 겁니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봄꽃들, 1년 내내 기다림과 인내를 가지더라도 화려함을 꿈꿔봅니다. 인간의 존재가 무한하다 하면 100년 살아 있는 생이 제일 아름다운 걸까요?
행복하다는말, 고맙다는 말, 아름답다고 하는 말 모두 나에게 말하면서 영향을 미칩니다. 매일 마음이 말을 겁니다.
너 아름답네. 너 정말 행복하구나~~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우리 그냥
오래오래
고맙다는 말만 하고 살자.
-'고맙다는 말' 중에서
온 집안이 가톨릭 신자인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이해인 수녀님 문장을 자연스럽게 접해왔다. 언제인가는 수녀님이신 고모가 조카가 글을 쓴다는 말을 하셨는지 이해인 수녀님께서는 “늘 글을 쓰는 고운 마음으로 자라라”는 취지의 메모를 남겨 보내주셨더랬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이해인 수녀님의 글에서 늘 따뜻한 봄 햇살 같은 느낌이 났다. 꽃이 피는 봄 언덕에 이는 아지랑이처럼 생명이 돋는 그런 따뜻함 말이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그늘질 때마다 수녀님의 문장을 읽곤 했다. 수녀님의 문장은 늘 내게 민들레 홀씨가 꽃을 피우듯 온기를 채워주셨다.
이번 책을 펼쳐 들고 속표지에서부터 코가 찡했다. “오늘을 처음인 듯, 마지막인 듯 살아가는 간절한 마음이 갈수록 더 필요하다.” 평생 자신을 수련하는 종교인으로 살아오셨고, 어느새 희수를 맞은 수녀님께서 간절한 마음이 갈수록 더 필요하다니. 수녀님의 절반을 살고도 꽤 많이 살아왔다고 생각하던 나는 얼마나 철부지인가.
책을 한 장 한 장 아껴 읽었다. 읽을 책을 몇 권이나 쌓아놓고도 이 책을 유달리 아껴 읽은 것은, 그저 쉬이 읽고 덮고 싶지 않아서였다. 수녀님의 문장들이 내 마음에 가득히 피어나도록 천천히 읽고 싶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온 마음이 따뜻했다. 시기적으로 답답한 마음, 개인적으로 복잡한 마음 등을 마치 그래 다 알아, 하고 토닥여주는 느낌이었다. 아마 다른 독자들도 이 책을 읽으며 코로나 등으로 느끼는 시기적인 마음,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을 고민까지- 위로받는 느낌이 들 문장으로 가득했다.
나는 가톨릭 신자지만 스님들의 책도 즐겨 읽는 편이다. 종교의 벽을 넘어온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지는 느낌이랄까. 아마 이 책도 독자들에게 그런 마음을 줄 것이다. 가톨릭 신자들이라면 한 층 더 종교적으로, 신자가 아니라면 그저 곱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 책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이해인 수녀님 초보'들도 무리 없을 것 같은데 시와 산문이 고루 섞어야 있어서 시 울렁증이 있는 분들에게도 좋은 문장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고, 시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심층적으로 읽을 것들이 있어 더 좋을 듯하다.
이 책의 뒤표지에 '늦은 봄날 무심히 지는 꽃잎 한 장의 무게로'라는 말이 적혀있다. 나는 이 말이 참 시리게 아팠다. 흐드러진 벚꽃 잎이, 툭툭 떨어지는 목련 잎이 얼마나 슬픈가. 그 정도의 무게로 살아간다고 하시는 말이 시렸다. 한편으로는 그러면서도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생각했다.
문득 종교인들은 가진 것이 없어 가벼우면서도, 짊어진 것들이 아주 무거운 분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 역시 가볍고 아름다운 문장이면서도, 세상을 묵직이 안은 것이 아닐까 싶고.
어느새 봄이다. 겨울의 묵은 것을 툭툭 털고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것들로 나를 채워야 하는 시기. 내 마음을 녹여내 새로운 나를 피워내야 하는 시기. 이 시기에 정말 맞춤처럼 딱 맞는 책이다. 묵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해인 수녀님 덕분에 조금 일찍 봄을 만났고, 조금 일찍 묵은 눈을 녹여낸다. 이번 책도 감사한 마음으로 한 줄 한 줄 읽었다. 부디 수녀님의 고운 문장을 만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온 마음의 묵은 것들을 털어야지.
안녕, 새 봄아. 안녕, 새 마음아. 반가워, 새로운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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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선물로 받은 이해인 수녀님의 책.
책을 읽으며 책 속 내용들이 너무 낯익어 생각해보니 내가 구독하는 경향신문에 격주로 게재되었던 <이해인 수녀의 시편지>들을 모은 책이었네.
스님이 쓰신 글이든 신부님, 수녀님이 쓰신 글이든 종교인이 쓴 글들을 접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의 평화와 위로를 받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아! 오늘도 착하게 살아야지 '라는 조그마한 다짐
^.^
이 책은 상, 하권으로 분책되어 있고 각자 연결되어 있는 세개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소설: 1888ㆍ파제노 혹은 낭만주의, 두번째 소설: 1903ㆍ에슈 혹은 무정부주의, 세번째 소설: 1918ㆍ후게나우 혹은 즉물주의] 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3부작 소설의 각 제목들은 매우 의미심장한데 문명이 몰락하는 과정의 각 단계를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상권에 두개, 하권에 세번째 소설이 실려 있다.
구입한 상, 하권의 발행일이 달라 연결되는 페이지 숫자도 맞지 않았고 인쇄 글자의 폰트 크기나 글자간 밀도가 같지 않았다. 아마도 하권의 남아있던 재고가 나에게 온 것 같다.
어쨋든 내가 구입한 책의 기준으로도 1,000페이지에 가까운 상당한 분량이며, 내가 갖고있지 않은 최근 발행한 하권을 기준으로 한다면 1,000페이지를 훌쩍 넘길 것이다. 완독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쓰여졌지만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첫 대면하는 작가의 지적이고 치밀한 문체, 문장에 내면이 충만해졌기 때문이다.
밀란 쿤데라의 호평으로 선택한 책이었고, 특이한 구성과 세밀한 심리/상황 묘사 등이 인상적이었으며 문체 등 부분적으로는 사견이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어떤 단면이 연상되기도 했다.(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러하다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스스로에게 다소 아쉬운 것은 일부 인물들의 생각이나 행위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한 반응'이 적지 않았는데 그것이 시대의 한계인지, 지역적인 특성이나 젠더에 대한 몰이해인지, 어쨋거나 아직도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인상 깊은 문구)
-그들은 그것을 승리처럼 느꼈지만, 그 승리에 패배가 따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것을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포옹 속에서 인식에의 눈을 감아 버렸다.
-엘리자베트는 그의 손이 꼬옥 쥐어 오는 것을 느꼈다. 그건 마치 그녀를 충분히 확고하게 붙잡아 놓을 수 없는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암시 같았다. 어쩌면 그것은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그에게 요아힘과 루제나는 그들 본질의 작은 조각만을 지니고, 그들이 살고 있는 시대에, 지금의 나이에 도달한 존재로 여겨졌다. 커다란 조각이 있는 곳은 어딘가 다른 곳, 어떤 다른 별이나 다른 시대, 혹은 단순히 어린 시절일지도 몰랐다.
-신은 미래를 가림으로써 인간을 축복하고, 과거를 볼 수 없게 함으로써 저주한다.
-어린 시절을 넘어 어른으로 성장한 그가 고독하고 버림받은 채 언젠가 죽음에 맞서야 함을 예감할 때, 모든 인간이 받는 저 이상한 압박감, 신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이상한 압박감이 찾아들면 인간은 손에 손을 잡고 어두운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갈 동료를 찾는다.
-오직 목적이 있는 사람만이 위험을 두려워한다. 그가 목적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죽음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자유롭고, 자유로 구원받은 사람은 죽음을 감수했던 사람이다....(중략) 그렇다. 죽음 앞에 선 인간에겐 모든 것이 허용된다. 모든 것이 자유롭다.
-자유와 살인은 얼마나 가까운가, 마치 탄생과 죽음처럼! 자유 속에 던져진 사람은 사형대로 다가가며 어머니를 부르는 살인자처럼 고독하다.
-낯선 이방인은 결코 고통스러워하지 않아. 그는 해방된 사람이니까. 얽매여 있는 사람만이 고통을 받지.
-어둠 속에서 미소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밤은 자유의 시간이며 웃음은 자유롭지 못한 자의 복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인식하고 있었다. 불멸성과 절대성을 현세에서 찾으려는, 그 쫓기는 사람들이 발견하는 것은 언제나 그들이 찾는 것에 대한 상징이나 대용물에 불과함을. 그들은 자기들이 찾는 것을 이름 부를 수 없을 것이었다.
-코른이 그녀를 배반한다면 그녀는 그를 죽이는 대신 황산을 부을 것이다. 그렇다. 그런 식의 분배가 질투에 적당한 것으로 여겨졌다. 소유했던 자는 대상을 없애려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이용했던 자는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레츠키 소위의 팔은 절단되었다. 팔꿈치 윗부분이었다. 쿨렌베크는 일을 하면 철저하게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야레츠키의 나머지 부분은 병원의 정원에 앉아 있었다.
-왼쪽 팔을 잃은 후부터 오른쪽 팔이 늘어져 있는 무게가 느껴집니다... 그것도 잘라 버렸으면 싶습니다
-모든 사유는 공간적인 것에서 발생한다는, 사유 과정은 말할 수 없이 뒤엉클어지고 다차원적인 논리적 공간의 혼지(混知)를 묘사한다는 이러한 이론은 대단히 커다란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
몇년전,
장영희님의 에세이에서 이해인 수녀님의 "봄과 같은 사람"이 발췌된 것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디.
되고싶은 사람이라면 어른이 된 후에도 어린아이들처럼 직업을 말하거나, 로또당첨이나 건물주 등을 진심담긴 농담처럼 말하는 현실에
"봄과 같은 사람"이라니!!! 봄과 같은 사람을 생각이나 해본적이 있을까?
봄과 같은 사람이란 어떠한 사람일까 생각해 본다. 그는 아마도 늘 희망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따뜻한 사람, 친절한 사람, 명랑한 사람, 온유한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고마워 할 줄 아는 사람, 창조적인 사람, 긍정적인 사람일 게다.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고 불평하기 전에 우선 그 안에 해야할 바를 최선의 성실로 수행하는 사람,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새롭히며 나아가는 사람이다.
봄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봄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했디.
봄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결심했다.
새로운 직장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낼 때에도 나는 봄과 같은 사람이 되기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써냈다.
그런데 얼마전 김민철님의 하루의 취향 읽으면서 팔레르모 대성당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작가님의 글에 다시 떠올랐다.
그동안의 생활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잊고 살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발췌문이 아니라 원문으로 보고싶었다. 그 시가 담긴 책을 만지고 싶었다.
이래저래 수고를 한 후에 시가 수록된 책이 합정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1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지금 그 책이 내 손에 있다.ㅎㅎ 온라인구매가 아니라 오프라인! 방문구매!!! 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다.
그리고 역시, 여전히 나는 봄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다시 생각했다.
p.9
내일 내 마음은 또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는 이 취향 덕분에 나 다울 수 있었으니까. 근사하지 않아도, 우아하지 않아도, 대단하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바로 그 취향이 오늘, 가장 나다운 하루를 살게 했으니까.
p.76
단순히 옷을 하나 고르는 것도 취향의 영역이다.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취향의 영역이다. 옷을 고를 때 내 마음을 의식하는 것처럼, 나머지 모든 일에 있어서도 내 마음의 방향을 의식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 방향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나 말고는 아무도 없으니까. 그리하여 남의 시선을 배제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접어두고, 나의 마음을 꼼꼼히 파악하여,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선택을 내려야 한다.
물론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 내 마음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게 아니니까. 하지만 불확실한 것이 많을 수록 가장 확실하게 기댈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나의 마음이 향하는 것들로 완성한 나만의 취향지도 안에서 나는 쉽게 행복에 도착한다.
p.149
누군가에겐 일이 인생의 목적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일은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이 되었으면 했다. 그것이 단순히 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이것을 훌륭한 수단으로 만드는 건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
p.254~255
팔레르모 대성당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다양한 시기의 다양한 취향이 조화롭게 빛을 발하는 사람. 하루는 이 취향에 푹 빠지고, 하루는 저 취향에 목을 매고, 또 하루는 또 다른 취향에 기꺼이 마음을 빼앗겨버리는 사람, 한취향을 고집하지 않는 사람, 머물지 않는 사람, 다른 취향에 배타적이지 않고 넓은 사람, 그리하여 그 모든 취향의 역사를 온몸에 은은히 남겨가며 결국 자기만의 색깔을 완성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힘들더라도, 어렵더라도, 오래 걸리더라도 팔레르모 대성당처럼. 기어이 팔레르모 대성당처럼.
나는 '봄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봄과 같은 사람 / 이해인 수녀님)
늘 희망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따뜻한 사람,
친절한 사람
명랑한 사람,
온유한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
창조적인 사람,
긍정적인 사람,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고 불평하기 전에 우선 그 안에 해야 할 바를 최선의 성실로 수행하는 사람,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새롭히며 나아가는 사람,
'봄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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