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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엄마곰

@k_jin
삶이란 아주 사소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작은 것들이 우리를, 우리가 되고 싶어했던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우리 그저 그걸 놓치지 않고 보기만 하면 된다. 오늘 저녁, 아이와 그림책을 읽다 그만 울어버렸다. 잠시 후 고개를 들어보니 우리 아이의 코도 빨갛게 물이 들어있었다. 엄마와 아이를 모두 울린 그림책, 위로와 힐링 그림책, 『뉴욕에 나타난 곰』을 소개한다. 위로와 힐링 그림책, 『뉴욕에 나타난 곰』은 2022년 화이트 레이븐스 선정작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뛰어난 작품성을 자랑하는 책이다. 실제 『뉴욕에 나타난 곰』은 오직 흑백으로만 뉴욕을 표현하고 있는데, 그 어떤 컬러보다 선명하게 뉴욕의 풍경과 감각적인 분위기, 예술적인 그림책을 자랑하니 꼭 한번 만나보시길 강력히 추천드리는 책이다.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싶은 감상을 남기는 책이라 온 가족이 만나보시면 더욱 좋겠다. 위로와 힐링 그림책, 『뉴욕에 나타난 곰』은 첫페이지에서부터 마음에 툭, 하고 무엇인가를 던진다. 공중에 떠 있는 것같은 도시, 그 안에 스스로를 투명인간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우리의 주인공 알렉상드르 역시 매일 아침 주름이 늘어가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지하철과 일, 잠만을 오가며 시계추처럼 똑딱똑딱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곰 하나가 그의 앞에 나타난다. 무척이나 당황한 알렉상드르에게 곰은 더욱 황당해하며 묻는다. “정말 나를 못 알아보는 거야? 나를 매일 그렸으면서 몰라? 너야말로 여기서 뭐하는 거야? 화가가 되고 싶어했잖아. 그런데 따분한 일만 하고 있네?” 격정적인 곰의 질문에도 알렉상드르는 심드렁하게 “아무 일도 안 일어났어. 아무일도 안 일어나”만을 외칠 뿐이다. 계속 자신을 따라다니는 곰에게 알렉상드르가 드디어 화를 낸다. “나를 좀 내버려둬. 나는 중요한 사람이 됐어” 사실 나는 이즈음에서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를 내버려두라는 알렉상드르의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그런 척만 하며 살 건데?”라고 묻는 곰의 말이 마음에 훅 들어와 눈이 시큰거렸다. 그 시큰거림은 알렉상드르에게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왜 이렇게 커졌는지를 묻게 된다. 그러나 어릴적의 꿈이 떠올라, 되고 싶던 모습들이 떠올라 괴로운 알렉산드르는 힘겹게 곰을 못본 척 한다. 곰은 눈에 띄어 보기도 하고, 알렉산드르의 애착인형이었던 폭실이를 데려오기도 하며 알렉산드르의 잔잔했던 마음에 조약돌을 던진다. “그래! 다른 길로 가야할 때가 온 것 같아. 길을 바꿔야겠어”그 말과 함께 그저 비스킷을 먹고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다. 그런데도 알렉산드르는 자신이 되고 싶어했던 모습에 가까워졌다고 여겼다. 비로소 알렉산드르는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진짜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물론 위로와 힐링 그림책, 『뉴욕에 나타난 곰』에서처럼 우리가 쉬이 직장을 그만 두고, 오늘까지 살던 삶을 쉬이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살던 것들, 삶을 이루는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가득 느끼게 만들었다. 아이도 꿈이나 행복을 잊고 살던 알렉산드르가 다시 행복을 되찾아서 다행이라고 기뻐했다. 우리아이도 조금 더 자라면 또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되겠지. 위로와 힐링 그림책, 『뉴욕에 나타난 곰』은 어린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었다.
뉴욕에 나타난 곰 (2022 화이트 레이븐스 선정작)

뉴욕에 나타난 곰 (2022 화이트 레이븐스 선정작)

가야 비스니엡스키
문학과지성사
5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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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godd
‘데미안’이 인생책이라고 종종 이야기하던 아내가 이 책을 구매했다. 처음엔 열심히 읽는 것 같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식탁 위에 던져둔 채 펼칠 생각을 하지 않아 내가 먼저 읽게 되었다. 불교의 창시자 ‘싯다르타’ 그가 나약한 인간으로써 겪게 되는 깨달음의 과정을 이렇듯 생생하고 흥미롭게 글로 표현할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고 있을 때, 내 머릿속에서는 문득 레고블록이나 점토 같은 물질들이 떠올랐다. 점토나 블럭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온갖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 지듯,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 또한 원자의 조합으로 구축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만들어졌다 해체되고, 만들어졌다 해체되는 끝없는 순환 속에 지금의 난 인간으로 만들어져 여기에 글을 쓰고 있지만, 언젠간 해체되어 하루살이나 조약돌로 조합될는 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인간도 영원한 시간 속에서 찰나를 살아갈 뿐이라는 싯다르타의 가르침이 이해가 된다. “인간이든 짐승이든, 초목이든 벌레든, 하다 못해 생명이 없는 돌맹이까지 세상 만물은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사랑하라.”
싯다르타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민음사
6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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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하루

@yummyreading
Review content 1
#모든세대소요리문답스터디 #조약돌 #도서제공 ❝그냥 믿으면 되지, 믿음에도 공부가 필요하다고?❞ 암기과목 시험 공부하듯 달달달 암기해야하는 공부가 아니라, 성경의 핵심을 묻고 답하며 성경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안목을 기르고 삶에 적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공부가 필요하다! ✔ 교리 공부를 통해 신앙의 기초를 다지고 싶다면 ✔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소그룹 양육 교재를 찾고 있다면 ✔ 신앙의 기초를 다지며, 성경 개념을 체계적으로 반복학습하고 싶다면 📕 책 소개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을 기반으로 한 기독교 교리 공부 교재다. 소요리문답의 목적은 신앙의 내용을 암기하는 것이다. 그 목적에 충실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읽고, 쓰고, 암송하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돕는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든 방법은 "함께 불러봐요 소요리송" 이다. 악보와 QR코드를 제공해 따라 부르기도 반주하기도 좋다. 흥얼거리다 기분까지 업되는 것은 덤~! 😄 📘 알찬 구성 각 과마다 3~4장으로 길지도 않다. 교재에서 시키는 대로 읽고 쓰다보면 저절로, 복습,예습,암기까지 한 방에 가능한 구성이 참으로 알차다. [기도하기 + 복습하기+ 들어가기 + 묻고 답하기 + 핵심 개념 정리 + 적용과 질문 + 마무리 + 인터 미션] 📗 나의 활용 계획 맞춤 진도까지 짜준다. 부지런하다고 오해받는 😅 실상은, 게으른 나에게 딱이다. 3개월 과정 진도표를 따라 나홀로 진행해보기로 했다. 1과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을 열었다. "나는 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일까요?" "내 삶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질문의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은 무엇일까?" 나는 과연 어떤 답을 찾고, 삶에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지.. 기도로 먼저 책을 연다. @세움북스 감사합니다 #세움북스 #세움서포터즈 #기독교서적 #2025_166
모든 세대 소요리문답 스터디

모든 세대 소요리문답 스터디

조약돌|세움북스
✊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추천!
7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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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juju0_85
Review content 1Review content 2Review content 3Review content 4Review content 5
마지막 문장까지 읽고 책을 끝마쳐서야 가슴이 쉼없이 두근거렸다. 다 읽고서야 하염없이 바다를 온전히 담은 곤의 눈빛과 그의 모습이 머릿 속에 그려졌다. 내 상상 속 곤의 모습은 분명 마치 윤슬처럼 빛나는 흰 머리칼, 살짝의 젖어있는 곱슬끼의 머리와 분명 마르지만 더없이 희고 물에 빠져 빛에 반사된 조약돌의 아름다운 빛을 가진 소년의 모습을 가진 깊고 짙은 어딘가 찬란하면서 슬픈 물내음이 나는 그런 사람이었을 것이다.
아가미 (구병모 장편소설)

아가미 (구병모 장편소설)

구병모|위즈덤하우스
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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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엄마곰

@k_jin
⁣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수포자'다. 물론 내가 수학을 못하니 싫어하고, 싫어하니 더 못하는 당연한 수순을 밟은 거지만, 그 과정에는 수학선생님의 “그거 시험에 안나온다. 질문하지 말고 하라는거나 풀어라.”가 큰 역할을 했다. 엄마가 되어 돌아보니 그 멘트가 더욱 끔찍하게 여겨졌기에 나는 지금까지 아이가 원치 않으면 한자리수 덧셈 한 번 시켜본 일이 없다. 물론 앞으로도 절대 억지로 무엇인가를 하게 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나처럼 수포자로 만들수는 없었기에 '재미있는 수학'이라면 정말 많은 책을 읽어온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나의 생각에 정확히 들어맞는 책을 찾았다. ⁣ ⁣ 오늘 소개할 <공부머리 깨우는 수학게임>은 타이틀부터 “초등수학을 더 재미있게!”라고 적혀있을만큼 놀면서 수학개념을 익히게 하는 '수학게임'책이다. 얇고, 그림책같은 책이기에 이 책이 뭐 얼마나 유용하겠나 생각하며 책을 펼쳤는데, 20년차 수포자 엄마조차 수학이 이렇게 재밌는 학문이었나 생각할만큼 알찬 정보가 꽉꽉 들어있었던 것. 많은 준비물도 필요치 않다. 종이와 연필 등의 간단한 준비물과 즐길 마음만 갖추면 된다. ⁣ ⁣ 80여가지의 수학게임을 담고 있는 비법서답게, '둘이서 할 수 있는 게임', '실용적인 숫자게임', '신기한 도형게임', '펜과 종이만 있으면 게임 준비 끝', '생활 속 마법도구게임', '함께하면 더욱 즐거운 단체게임' 등 이름만으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6개 파트를 만날 수 있다. 더욱이 각 게임마다 익힐 수 있는 수학개념, 게임 속 원리 등을 풀이해주기 때문에 아이와 게임을 하며 여러 개념을 이해하고고 즐길 수 있다. (한국인 작가가 쓴 책이 아니다보니 어느 학년, 어느 단원에 등장하는지 표시되지 않은데 오히려 그래서 포괄적으로 개념을 익힐 수 있고, 교과서문제풀이라는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것 같다.)⁣ ⁣ 책을 읽는동안 아이와 몇가지의 수학게임을 진행했는데, 조약돌색칠하기나 수열찾기 등의 게임을 하며 아이는 수학에 대해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스스로 책을 넘겨보며 자신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놀이에 포스트잇을 붙여놓기도 했다. 나는 이 포인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유용하고 재미있는 것도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그런데 이 책은 표지에 '수학'이나 '공부' 등 제목부터 아이들이 경기를 일으킬 단어가 잔뜩 씌여있음에도 아이가 직접 책을 넘겨보고 해보고 싶은 것을 찾는다니! 그렇게 노는 동안 아이는 수열, 도형, 집학 등의 개념을 익히게 되고 수학에 대한 자신감도 자연히 얻을 수 있다. 단순히 수학교과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집중력강화, 아이스브레이킹 등 일상생활에서 정말 다양하게 활용할 게임이 가득 들어있기에 식당이나 영화관 등에서 대기하는 시간도 알차게 바꿔줄 수 있을 터. ⁣ ⁣ 돌아보면 나는 아이가 걷지도 못할 때부터 부지런히 여러 '엄마표'를 진행해는데 그 중 지금까지 연결되는 것들을 생각해보면 결국 내가 좋아하거나, 하기 쉬운 것들이었던 것같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엄마표수학'의 필수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재미있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고, 엄마도 쉽고 편하고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는 과제들을 다양하게 제시해주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주변에 추천을 드리기가 더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정말 초등학생 아이를 둔 부모라면 한 권쯤 갖추고 그저 같이 재미있게 놀아주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저학년때 들여서 고학년이 될때까지, 아니 어쩌면 어른이 되어서도 두뇌를 부지런히 운동하게 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수학성적이 쑥쑥 오를거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분명 아이의 뇌를 부지런히 운동시켜줄 것이다. ⁣ ⁣ <공부머리 깨우는 수학게임>⁣ 1. 간단한 준비물로 장소에 구애없이 할 수 있는 80여가지 수학게임이 제시됨⁣ 2. 수학교과서를 넘어 아이스브레이킹, 집중력강화 등 유용하게 활용될 효자 게임⁣ 3. 수학에 대한 자신감 및 게임진행을 통한 리더십 향상도 가능
공부머리 깨우는 수학 게임

공부머리 깨우는 수학 게임

애나 클레이본
토트주니어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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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대프린스

@apoetofmyheart
『분더카머』(문학과지성사, 2021)가 윤경희 박물관의 상설전시라면, 이번 책은 기획전시 혹은 특별전시. 시각 혹은 청각 매체와 함께 글을 읽어 나가는 작업은 잘 준비된 전시를 관람하는 일. 여기, 『그림자와 새벽』에서는 언제든 길을 잃을 수 있어요. 윤경희 박물관 특별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side A) 읽는 사람의 숙명은, 오독하는 일. 문장으로 만들어진 성채를 가차 없이 부순 후 내 몸에 쌓는다. 윤경희의 글을 읽으며 그걸 부수고 싶은 순간이 여러 차례였고··· (미치도록 좋았다는 말이다) 파괴 이후 내게 잔존할 말의 조각들은 중요도에 따라 선별되는 어떤 기계적 과정을 통과하지 않을 것이다. 자연의 방식대로, 무엇인지 중요한지 선별하지 않은 채로, 깎이고 뜯겨나가다가 일순간, 멈춰!―거기서부터 나의 글쓰기가 시작될 것이다. (side B) 읽기는 강력하게 파괴적인 행위다. 추상적인 의미에서의 파괴이기도, 물리적인 의미에서의 파괴이기도. 왜냐면 사포의 시가 적힌 기록물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파괴됐으니까. 용케 살아남은 쪼가리들을 이어볼까, 다른 단어 아닌 바로 이 단어가 살아남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 착각하며. 그렇게 ‘지금-여기’에서 사포의 시를 독해하는 일은 그것을 다시 파괴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저어할 이유가 무엇인지? 다만 남은 것들을 가지고, 파괴되어 헐벗은 성곽 위에 서서, 솥에 넣고 국자로 휘저으며, 우리는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 이번 책의 재료가 '실제'로서의 (마카판스갓의) 조약돌과 '실감'으로서의 조약돌 둘 다라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돌멩이이든 도끼이든 간에 일단 솥단지에 넣고 국자로 휘휘 젓는 행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낱말을 내뱉을 때, 낱말이 내뱉어질 때, 시작이 시작되고, 글이 탄생할 거야. 나의 것 하나를 꺼내놓는 순간으로부터 무한히 창발하는 글쓰기. ⏪️ (단상 1) 왜인지 이 책에 실린 윤경희의 글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단 한 번 읽기 시작한다면, 저들끼리의 소용돌이에 발을 내딛기만 한다면, 이 크고도 작은 미로 속에서 원하는 만큼 거닐 수 있을 것이다··· (단상 2) 읽고 쓰는 일(거칠게 말하자면, 예술)과 관련 없어 보이는 이야기에서 기어코 읽고 쓰는 일의 메타포를 추출하는 윤경희의 글은 읽고 쓰는 일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뭐랄까··· 말도 안 나오게 좋다. (단상 3) 이동 이외에는 인간이라는 맥락이 전혀 묻어 있지 않은 사물(매뉴포트)에, 자칫 사변적일 수 있는 통찰과 상상을 부여하며, 맥락을 복원하는 고고학. 윤경희의 글과 너무도 잘 조응하는 접근 방식을 지닌 학문. (단상 4) 윤경희가 글을 이 지점까지 끌고 나갈 때, 그러니까 특이한 생김새를 지닌 혜성으로부터 시작해, 한 손에 잡히는 돌멩이를 지나, 더 작아지는 것도 아니고 커지는 것도 아닌, 그저 작고 아무것도 아닌 돌들에 관해 다시금 말하기 시작할 때, 읽는 사람은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글이 가진 무한한 발산성, 그렇지만 그 모든 발산이 내재하고 있는 내적 통일성은, 이 글로부터 창발될 수많은 글을 상상케 한다. ⏸️ 이런 꿈을 꾼다. 실현 불가능할 것 같아서 일단 꿈이라고 말해본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며 수없이 구글링했다. 뜻을 잘 모르겠는 낱말들이 있어 사전도 뒤적거렸고. 더 시급했던 건 이미지들. 시각적 정보를 주해하는 문장들이 빈번하게 등장하니까. 조에트로프. 안구의 구조.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비야 셀민스의 작업들. <이미지를 기억에 고정하다>. <예언자 안나>. <음화의 손>. 박새. 붉은머리오목눈이. 노랑턱멧새. 색상환. 이 모든 이미지와 작품이 전시실의 벽에 윤경희의 글과 나란히 배치되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 공간을 걸어 다니는 것은 우리가 눈으로 이 책을 읽어 내려가는 것과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를까. 이런 꿈을 꾼다.
그림자와 새벽

그림자와 새벽

윤경희
시간의흐름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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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샤론

@usywp0wg
폴 고갱을 모델로 하여 쓴 소설이다. 고전은 고전의 이유가 있듯 재밌게 읽었다. 줄거리는 찰리 스트릭랜드가 주인공인데 스트릭랜드는 런던의 증권 브로커이다. 평범한 중년 가장이었는데 어느날 갑작스럽게 화가가 되고자 가족을 버리고 파리로 떠난다. 재산권을 가족에게 구하지 않고 빈털터리로 파리에 가 궁핍한 생활을 하면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그러다 타히티라는 섬마을로 가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다 문둥병에 걸려 사망한다. 책을 읽으며 스트릭랜드를 보고 내 윤리관과는 다른 윤리관을 가지고 있고 세속적인 삶에 경멸감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을 버리고 자신을 도와준 친구와 자신을 사랑한 여자를 불행하게 만들어 놓고 자기 탓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습에서는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 수록 저런 행동을 한 이유가 자신의 윤리관에서는 저런 일들이 별로 중요치 않다는 걸 알수있어 스트릭랜드의 윤리관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달과 6펜스]라는 제목 안에는 왜 스트릭랜드가 평안한 가정을 두고 화가를 택했는지를 알 수 있는데, 달과 6펜스는 모양은 비슷하지만 그 안에 뜻은 완전히 반대다. 달은 영혼과 관능의 세계, 또는 본원적 감성의 삶에 대한 지향을 암시한다면 6펜스는 돈과 물질의 세계 그리고 천박한 세속적 가치를 가리키며 동시의 사람과 인습을 묶어두는 견고한 타성적 욕망을 암시한다. 아무래도 스트릭랜드는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싶어했던 것 같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69쪽 “이 세상에서가장 소중한 아름다움이 해변가 조약돌처럼 그냥 버려져 있다고 생각해? 무심한 행인이 아무 생각 없이 주워 갈 수 있도록? 아름다움이란 예술가가 온갖 영혼의 고통을 겪어가면서 이 세상의 혼돈에서 만들어내는 경이롭고 신비한 것이야.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고 해서 아무나 그것을 알아보는 것도 아냐. 그것을 알아보자면 예술가가 겪은 과정을 똑같이 겪어 보아야해요. 예술가가 들려주는 건 하나의 멜로디인데 그것을 우리 가슴속에서 다시 들을 수 있으려면 지식과 감수성과 상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해”102쪽 “우리는 마음속에 품은 소중한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려고 안타까이 애쓰지만 다른 이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힘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나란히 살고 있으면서도, 나는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챓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211쪽 “세상은 이상한 잣을 하는 이상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는 것 사람은 저기 바라는 대로 되는게 아니라 생겨먹은 대로 된다는 걸 그 사람들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275쪽 “어떤 일을 시도해서 그걸 성취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우리 생활은 소박하고 순진합니다. 야심에 물들일도 없고, 자부심을 가진다고 해봐야 그건 우리 손으로 해낸 일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그런 자부심뿐이고요. 악의를 가질일도 없고, 부러움으로 속상할 일도 없어요.”279쪽 “달과 6펜스는 가까운 현실 문제를 떠나 모든 이에게 내재되어 있는 보편적인 욕망, 즉 억압적인 현실을 벗어나 본마음이 요구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함으로써 크게 어필하였던 것 같다. 인간의 영원한 욕망인 이 탈출과 해방의 욕망이 영혼의 세계를 추구하는 천재의 신비한 개성과 치영한 삶으로 사람들을 매혹시켰던 것이다.”320쪽
달과 6펜스

달과 6펜스

서머셋 모옴
민음사
✊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추천!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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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

@sejinyiwc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 이 책은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Peabody Awards)을 수상한 책으로 저자는 과학 전문기자인 룰루 밀러이다. 이 책은 여러 언론 매체에서 ‘2020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할 만큼 수많은 찬사를 받았다. 대체 어떤 이야기이기에 이토록 사람들을 매혹시켰을까? ​ 이 책은 한 미국인 남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의 이름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David Starr Jordan). 여러 방면에서 혼돈과 싸우는 것은 그의 본업이기도 했다. 그는 거대한 “생명의 나무”의 형태를 밝혀냄으로써 지구의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는 일을 하는 과학자, 더 정확히 말하면 분류학자였다. 그리고 생명의 나무가 완성되면 모든 동식물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밝혀질 거라고 했다. 그의 전문 분야는 어류로, 그는 새로운 종을 찾아 전 지구를 항해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울러 그 새로운 종들이 자연에 숨겨진 청사진에 관해 더 많은 걸 알려주는 실마리가 되어주기를 바랐다. ​ 조던은 수년, 수십 년에 걸쳐 지치지 않고 일했고, 그 결과 당대 인류에게 알려진 어류 중 5분의 1이 모두 그와 그의 동료들이 발견한 것이었다. 그는 새로운 종들을 수천 종 낚아 올렸고, 각각의 종마다 이름을 지어주었으며, 그 이름을 반짝이는 주석 꼬리표에 펀치로 새기고, 에탄올이 담긴 유리단지에 표본과 함께 이름표를 넣었다. 그렇게 자신이 발견한 어류 표본들을 높이 더 높이 쌓아갔다. ​ 1906년 어느 봄날 아침, 난데없이 닥친 지진으로 그가 수집한 반짝이는 표본들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그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허둥지둥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세상의 하고많은 무기 중에서 바늘 하나를 찾아 들었다. 그는 엄지와 검지로 바늘을 잡고는 바늘귀에 실 한 올을 꿰더니 그 파괴의 잔해에서 그나마 정체를 알아볼 수 있는 물고기 하나를 겨냥했다. 그러고는 한 번의 유연한 동작으로 바늘을 물고기의 목살에 찔러 넣어 이름표를 꿰매 붙였다. ​ 이 남자의 이런 이야기를 저자는 20대 초반에 듣게 되지만 그때는 그냥 어리석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지나갔다. 그런데 나이가 더 들은 뒤 그녀는 자기가 하는 일이 효과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전혀 없을 때에도 자신을 던지며 계속 나아가는 것은, 바보의 표지가 아니라 승리자의 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한 남자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렇게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알아가게 된다. ​ 어린 시절의 데이비드는 그 농부를 경외했다. 노인이 전원을 누비며 산책할 때면 졸졸 따라다니면서 그의 묘수를, 그러니까 잎 모양이나 꽃잎 수, 향 등으로 식물의 종을 알아내는 방법을 가능한 한 많이 흡수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형 루퍼스가 죽은 이후 데이비드의 일기장은 색채들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들꽃, 고사리, 아이비, 나무딸기 등 이 세계에서 뜯어 올 수 있는 자연의 모든 파편을 꼼꼼하게 스케치하려 했던 것 같다. 그림의 기교는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그 그림들은 문질러 번진 연필 얼룩, 잉크 자국, 지우개 자국, 지나치게 열심히 그리려다 흘린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그러나 그 미숙함 속에는 그의 집착과 필사적인 마음, 자신도 모르는 것들의 형상을 붙잡아두기 위해 근육의 온 힘을 동원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 그는 코넬대학에 들어가 겨우 3년 만에 과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런데도 직장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데이비드가 파릇파릇한 코넬대학 졸업생이던 1873년, 당대의 가장 유명한 박물학자였던 루이 아가시(Louis Agassiz)는 자연과학의 미래에 관해 심각한 근심에 빠져 있었다. ​ 아가시는 사람들이 당대의 믿음들에 만족한다면 계속해서 발전이 가로막히고 좌절되고 병든 상태로 남을 거라고 걱정했다. 그건 안 될 일이었다. 거기서 벗어날 방법, 계몽으로 나아갈 방법은 이 세계의 털가죽과 꽃잎과 조약돌들을 계속해서 더 세밀하게, 더 오랫동안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아가시는 자연에서 젊은 박물학자들을 모아놓고 직접 관찰의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일종의 여름 캠프를 꿈꿨다. 그리하여 1873년에 어떤 부유한 토지 소유자가 그러한 대의를 위해 페니키스 섬을 기부하겠다고 제안했을 때 아가시는 냉큼 그 기회를 붙잡았다. ​ 아가시가 캠프를 짓기 위해 목재를 섬으로 실어 나르기 시작했을 때,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섬과는 국토의 절반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일리노이주 게일스버그에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 그는 마침내 일자리를 구해 롬바드칼리지(Lombard College)라는 작은 기독교 대학에서 과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하지만 조던은 비참했다. 그러던 어느 이른 봄 어둠침침한 아침, 신문을 펼치자 광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해변에서 강의하는 자연사 수업” 광고였고, 강사는 무려 루이 아가시였다. ​ 그는 최대한 빨리 캠프에 지원했다. 몇 주 뒤, 아가시가 직접 서명한 합격통지서와 함께 일리노이주를 빠져나갈 티켓이 우편으로 도착했다. 몇 달 뒤인 1873년 7월 8일,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매사추세츠주 뉴베드퍼드의 한 항구에 발을 딛고, 생애 처음으로 대양을 바라보았다. 그의 나이 22세 때의 일이다. 그곳에서 그는 어류 수집 원정에 함께할 소수 인원 중 한 명으로 뽑혔다. 그때가 바로 그가 바다의 물고기들을 처음으로 만난 순간이다. ​ ​ 페니키스 섬을 떠난 뒤 데이비드는 위스콘신주 애플턴에 있는 작은 인문계 고등학교에 과학 교사로 취직했다. 아가시에게 수집을 진지하게 해보라는 축복과 지지를 받은 데이비드는 페니키스 섬을 떠나 물이 있는 곳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이렇게 썼다. “어류학 문헌은 부정확하고 불완전”하며 “비교연구가 너무 적어서 활짝 열려 있는 분야로 보였고, 실제로도 그랬다.” 중서부 전역에서 이 학교 저 학교로 교사 자리를 옮겨 다니는 동안 그는 북미의 모든 담수어를 발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코넬대학 시절 함께 분류학을 공부한 옛 친구 허버트 코플랜드에게 도움을 청했다. 두 사람은 인디애나폴리스에 있는 싸구려 하숙집을 숙소로 정했다. ​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에도 이 서부의 더벅머리 물고기 중독자의 존재가 알려졌다. 그들은 데이비드에게 일종의 용병으로 일해달라고 부탁했고, 여름휴가 동안 그를 파견해 미국에 남아 있는 미지의 어류들을 밝혀내게 했다. 그는 텍사스로, 미시시피로, 아이오와로, 조지아로, 테네시로 갔다. 모두 새로운 어류 종들을 찾아내 미국이 그것들을 발견했다는 깃발을 꽂기 위함이었다. 1880년에는 (미국 인구조사의 일부로) 태평양 연안에 사는 어류 종들의 목록을 만드는 임무를 맡고 파견되었다. 그는 자기가 가장 총애하는 학생인 찰리 길버트라는 “총명한 청년”을 데리고 갔다. 그들은 샌디에이고에서 출발하여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며 미국의 물고기 주민들을 찾아다녔다. ​ 데이비드는 전진하고 있었다. 그가 한데 모은, 안경을 낀 건장한 분류학자들의 무리는 미처 다 이름을 붙이기도 버거울 만큼 빠른 속도로 물고기들을 발견해나갔다. 그들은 에탄올 유리단지에 물고기들을 퐁당퐁당 담그고, 과학관 제일 위층에 있는 데이비드의 한적한 실험실에 있는 선반에 차곡차곡 쌓았다. ​ 그리고 1883년의 일이었다. 화재가 발생해서 불길이 혀를 날름거리며 데이비드의 소중한 유리단지들이 쌓여 있는 선반으로 다가갔다. 그 유리단지들은 작은 폭탄들처럼 폭발했다. 물고기들은 증발했다. 동정(同定)되지 않은 생물들은 재가 되었고, 아마 다시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모든 표본이 하나도 남김없이 소실되었다. ​ 하지만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이런 재해를 겪고도 멈추기를 거부했다. 자신이 잃은 것들을 되찾기 위해 재를 털고 곧바로 다시 물이 있는 곳들을 찾아갔다. 그는 자기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는가 하는 생각을 붙잡고 있지 않았다. ​ 그 후 2년 후 아내 수전이 사망했지만 여전히 이 강인한 정신력의 사나이를 멈출 순 없었다. 그는 곧 새로운 아내를 만나고 다시 일에 열정을 쏟아부었다. 그런 그의 소문이 한 부유한 부부의 귀에 들어갔다. 이 부부는 스탠퍼드 부부로 그들이 팰로앨토에 세운 학교의 초대 총장으로 그를 초빙한다. 이 학교가 바로 그 유명한 스탠퍼드 대학교이다. 1891년 마흔살의 나이로 데이비드는 스탠퍼드의 초대 총장이 되었다. ​ 1905년에 스탠퍼드 제인이 사망하고 그는 총장에서 해임된 후 캘로포니아로 돌아와 물고기 표본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그러나 이듬해 1906년에 앞에서 언급했던 대지진이 발생해서 그가 30년간 공들여 정리한 표본들이 박살이 났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좌절하지 않고 파괴된 표본들의 복구를 시작했다. 밤낮없이 표본들을 정리하고 물고기들에 바늘로 이름표를 꿰메며 표본들을 되살리는 작업을 했다. ​ 저자 룰루 밀러는 그의 이런 행적때문에 점점 더 그를 연구하게 되었다. 룰루 밀러는 그의 에세이에서부터 동화까지 그가 쓴 모든 자료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제인 스탠퍼드를 독살했을지도 모르는 정황을 발견한다. 그리고 데이비드가 스탠퍼드 총장에서 해임되고 명예 총장으로 이름뿐인 자리를 맡으며 한가한 시간에 그가 새롭게 관심을 보인 부분을 알게 된다. ​ 물고기를 수집하러 여행을 다니는 동안 그는 이탈리아 알프스의 아오스타(Aosta)라는 마을에 몇 차례 다녀온 적이 있다. 그곳에서 그는 충격적인 것을 목격했다. 아오스타는 정신적·육체적 장애를 지닌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안식처 같은 도시였다. 수세기에 걸쳐 가톨릭교회는 장애 때문에 가족에게 거부당한 사람들을 아오스타로 불러들여 주거와 음식을 제공하고 돌보아왔다. 그들 중 많은 수가 결국에는 밭이나 부엌의 능숙한 일꾼들이 되었고, 그중 많은 이들이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자녀를 낳았다. 그 결과 일종의 거꾸로 뒤집힌 마을이 만들어졌다.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인 곳, 사회에서 무능력자 취급을 받던 사람들이 지원을 받아 번성하는 곳으로 말이다. ​ 세월이 흐르는 내내 아오스타 마을은 계속 데이비드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그는 그 마을이 루이 아가시가 동물의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했던, 바로 그 퇴화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염려했다. 데이비드는 멍게나 따개비 같은 한자리에 고착되어 살아가는 생물들이 한때는 물고기나 게처럼 더 높은 차원의 형태를 갖고 있었으나 기생으로 자원을 획득해온 결과 더 게으르고 더 약하고 더 단순하며 더 지능이 떨어지는 생명체로 “퇴화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더 넓게는, 어떤 식으로든 장기적으로 한 생물에게 도움을 주면 그 결과 신체적으로나 인지적으로나 쇠퇴하게 된다고 믿었다. 자연이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이 오해를 그는 “동물 세계의 극빈자 상태”라고 불렀고, 아오스타에서도 바로 그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거라고, 아오스타 사람들은 말 그대로 “새로운 인간의 종”으로 퇴화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래서 그는 책을 하나 쓰기 시작했다. 자선과 호의가 “부적합자 생존”을 초래하는 일이라 믿고, 그러한 자선의 위험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경각심을 심어주는 게 그 책을 쓰는 목적이었다. 전 세계에서 인류의 “쇠퇴”를 예방할 유일한 방법은 이 “백치들”을 몰살하는 것이라고 권고하는 책, 바로 우생학을 전파하는 책이었다. ​ 그의 이런 활동과 다른 우생학 신봉자들의 활동으로, 미국 전역의 뒷골목에서 불임화 수술이 은밀히 행해지고, 때로는 처형까지 자행되었다. 1915년에 해리 헤이젤딘이라는 시카고의 한 의사는 장애가 있는 아기들을 죽게 방치하면서 “검은 황새”라는 별명을 얻었다. 일리노이주의 한 정신병원에서는 결핵균에 감염된 우유를 먹여 의도적으로 환자들을 죽인다는 소문이 돌았다. 영웅적인 노력으로, 묻혀 있던 이런 우생학의 역사를 상당 부분 밝혀낸 학자 폴 롬바르도(Paul Lombardo)에 따르면, 몇몇 의사들이 “부적합한” 환자들을 불임화한 것을 자랑하고 다녔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수가 “조용한 방식”으로, 다시 말해 법적 권한도 없이 은밀하게 수술을 행했다. ​ 그러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신실한 청교도라 법을 어기는 일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생학적 불임화의 합법화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1907년 블루밍턴에서 사귄 그의 친구들 몇 명이 인디애나주에서 우생학적 강제 불임화를 법제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미국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합법화된 최초의 사례이기도 했다. 2년 뒤 데이비드는 캘리포니아주에서도 그 법이 통과되도록 도왔다. 우생학의 대의에 대한 그의 헌신이 어찌나 눈에 띄었던지, 미국양육가협회 우생학위원회는 그에게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열성적으로 요청을 받아들였다. ​ 그 결과로 그동안 강제 불임화는 전국에서 “조용한 방식”으로 계속 시행되고 있다. 그중 다수가 (저소득층 병원이나 마약중독 클리닉, 교도소, 장애인 수용시설 등에서) 기록을 남기지 않고 행해져 밝혀내기가 어렵지만, 큰 사건들은 지금도 몇 년에 한 번씩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예컨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캘리포니아주 교도소에서는 150명에 가까운 여성에게 동의도 얻지 않고 때로는 본인들도 모르게 불법적으로 불임화 수술을 자행했다. 그리고 2017년 여름에는 테네시주의 샘 베닝필드라는 판사가 잡범들에게 불임화를 받는 대가로 수감 형량을 줄여주겠다고 제안한 것이 드러났다. ​ 바로 이것이다. 과거와 다르지 않은 사고방식, 골턴의 어리석음, 가난과 고통과 범죄가 혈통의 문제이며 칼로 잘라 사회에서 제거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 이 나라에서 우생학 이데올로기는 결코 죽지 않았다. 우리는 우생학에 끈덕지게 달라붙어 있는 나라다. ​ 그 잔인성과 무자비함에 저자는 경악했다. 그 추락의 무지막지한 깊이와 그 파괴적 광란의 크기에 그녀는 구토를 느꼈다. 자신이 모델로 삼으려 했던 자는 결국 이런 악당이었던 것을 알게된 그녀는 그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 자기 자신과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이성도 무시하고 도덕도 무시하고, 자기 방식이 지닌 오류를 직시하라고 호소하는 수천 명의 아우성도 무시해버린 남자가 되어버린 이유가 무엇일까? ​ ​ 그러다 마침내 그녀는 제비들이 원을 그리며 날아다니는 페니키스 섬의 헛간에서 루이 아가시가 젊은 데이비드의 정신에 관념의 씨앗 하나를 심어놓는 순간을 포착했다. 그것은 자연 속에 사다리가 내재해 있다는 믿음이었다. 자연의 사다리. 박테리아에서 시작해 인간에까지 이르는, 객관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하는 신성한 계층구조를 이루는 사다리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인류가 쇠퇴해가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생각했을 때, 필요하다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인류를 구출해야 한다는 소명을 느꼈다. 그는 자연의 질서에 관한 믿음을 칼날처럼 휘두르며, 인류를 구원할 가장 건전한, 아니 유일한 방법은 불임화라고 사람들을 설득했다. ​ 말년에 그는 자신이 저지른 중대한 죄에 대한 어떠한 댓가를 치르지도 않고 사망했다. 하지만 그렇게 끝나지는 않았다. 자연은 그가 자기 손으로 직접 그 일을 하도록 만들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분류학의 기술을 실행하고, 다윈의 충고대로 진화상의 친연성(親緣性)에 따라 생물을 분류함으로써 작동시킨 그 과정이 치명적인 발견으로 이어졌다. 1980년대에 분류학자들이 타당한 생물 범주로서 “어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 과학적으로 좀 더 논리적인 일은 어류란 내내 우리의 망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류”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비드에게 너무나도 소중했던 그 생물의 범주, 그가 역경의 시간이 닥쳐올 때마다 의지했던 범주, 그가 명료히 보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그 범주는 결코,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 세계에 관해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은 또 뭐가 있을까? 우리가 자연 위에 그은 선들 너머에 또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까? 해왕성에서는 다이아몬드가 비로 내린다는 사실을 바로 몇 년 전에 과학자들이 알아냈다. 우리가 세상을 더 오래 검토할수록 세상은 더 이상한 곳으로 밝혀질 것이다. ​ 저자는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해골 열쇠를 하나 얻었다고 한다. 이 세계의 규칙들이라는 격자를 부수고 더 거침없는 곳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물고기 모양의 해골 열쇠를 말이다. 이 세계 안에 있는 또 다른 세계.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고 하늘에서 다이아몬드 비가 내리며 모든 민들레가 가능성으로 진동하고 있는, 저 창밖, 격자가 없는 곳. ​ 그 열쇠를 돌리기 위해 우리들이 해야 하는 유일한 일은… 단어들을 늘 신중하게 다루는 것이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무엇을 잘못 알고 있을까? 그녀가 물고기를 포기할 때 그녀는 과학 자체에도 오류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가 쓰는 척도들을 불신하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얘기한다. 특히 도덕적·정신적 상태에 관한 척도들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 ​ 저자 룰루 밀러가 하고자 하는 말은 바로 이 점일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과학의 탈을 쓴 오류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는가. 과학이란 탈을 쓰고 그 안에 내재된 무시무시한 폭력성을 휘두르며 약자들을 잔인하게 마음대로 학살했던 많은 유사과학들과 그릇된 진실들을 우리는 여전히 경계해야 한다. ​ 우생학은 인류가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서야 잘못된 생각임을 깨달았지만 2022년 현재에도 여전히 엄청나게 많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21세기 현대는 충분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세상일까? ​ 우리가 세상을 더 오래 검토할수록 세상은 더 이상한 곳으로 밝혀질 것이고 우리가 얕잡아봤던 사람 속에 구원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항상 경계하는 시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척도들을 의심하기를 당부하고 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곰출판
🌿
힐링이 필요할 때
추천!
3년 전
슈슈
슈슈@shushu

우와 저두 이렇게 책 한권으로 이렇게 멋진 문장을 쓰고 싶어요🥰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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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엄마곰

@k_jin
⁣ 만다라. 사전적 의미를 따르자면 부처님의 우주 법계 덕을 그리는 것으로, 흔히 점과 선, 궤 등을 연속적으로 그리며 마음에 안정을 가져오는 그림을 의미한다. 나는 가톨릭이라 만다라의 정확한 의미는 잘 알지 못하지만, 평소 심란한 마음이 들 때 종이에 연속된 무늬를 그리면 편안해지곤 하여 낙서에 가까운 만다라를 그려오곤 했다.⁣ ⁣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 심신의 안정뿐 아니라 집중력에도 좋을 듯하고, 아이에게는 재미있는 활동도 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결과를 먼저 이야기하자면 대성공. 아이는 몇 시간이나 엉덩이도 때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 아이가 너무 재미있어하여 나는 하얀 조약돌을 주문시키기까지 했다. (이왕이면 흰색이 잘 그려질 것 같아서) 모르긴 몰라도 한동안 우리 집에서는 조약돌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계속될 듯하다. 그래도 걱정 없다. 이 책에는 수백 가지 도안이 들어있고, 제시된 기본 도안을 조금씩 변형하면 수십, 수백 개의 패턴을 만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 작가는 유방암을 이겨내기 위해 만다라를 그렸다고 한다. 작은 돌에 집중하여 점과 선을 긋기 때문일까. 나 역시 조약돌에 색칠을 하는 동안 깊게 집중할 수 있었다. 평소 이용하는 명상어플을 켜놓고 그리기 시작했는데, 한참 그릴 동안 아이와 나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각자의 붓질에만 집중했던 것. ⁣ ⁣ 조약돌공예를 하는 책이나 유튜브 등은 또 있겠지만 이 책이 특히나 좋았던 것은 정말 기초부터 탄탄히 설명해주는 느낌이었다. 취미예술을 오랫동안 다뤄온 출판사라 그런지 기초지식에서 기본도구는 물론 적합한 돌까지 알려주었다. (돌을 채집하면 안 되는 곳에 관한 규정까지 짚어주시는 센스!) 책에 제시된 도구 중 우리 집에 있는 것들을 위주로 사용하였지만 부족함은 없었다. 물론 우리의 기술이 작가님의 발가락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겠지만 우리가 가진 도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은, 어느 집에서나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기도 하다는 뜻. 시작부터 준비가 버거운 취미는 사실 지속적 취미가 되기 어렵지 않나. 부담 없이 흔한 도구라서 더 좋았다. ⁣ ⁣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아이가 색에 대해 한층 이해가 깊어졌다는 것. 원래도 그림 그리고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 색에 대한 기본지식은 가지고 있었으나, 돌이라는 도구에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흥미를 키운 덕분에 다양한 색이 돌 위에서 어떤 느낌을 주는지, 수성 물감이 아닌 아크릴 물감이 주는 질감 차이 등도 흥미로워했다. ⁣ ⁣ 나는 예술에 큰 재능을 가지지 못했으면서도 늘 무엇인가를 만들고 그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집중 속에서 얻는 안정감을 좋아한달까. 그래서 아무래도 한동안, 조약돌아트는 우리 집의 취미로 길게 자리를 잡으리라 생각해본다. 처음에는 개성 있게 그리고 싶은 데로 그렸다면, 이제는 책의 도안을 하나하나 따라 해보며 집중하고 심취해보려 한다. 그 집중의 순간마다 얻어지는 것들은 꽤 귀하니 말이다. 며칠 동안 돌과 아이패드 위에 만다라를 따라 그리며 내가 얻은 안정과 평화를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해 아쉽지만, 분명 누구라도 얻을 수 있는 안정감이기에 그저 이 책을 추천하는 것으로 많은 말을 대신해보려 한다. ⁣ ⁣ #rockart #조약돌만다라컬러링 #조약아트 #락아트 #조약돌공예 #만다라컬러링 #만다라 #컬러링 #명상 #예술치료 #취미 #아크릴물감 #취미스타그램 #쉼 #미술놀이 #독서감상문 #협찬도서 #진선출판사 #나타샤알렉산더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그램 #리뷰어 #독서 #책소개 #좋아요 #맞팬 #맞팔 #서이추 #조약돌아트만다라컬러링
조약돌 아트 만다라 컬러링

조약돌 아트 만다라 컬러링

나타샤 알렉산더 (지은이), 정영은 (옮긴이)
진선아트북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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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fahr

@kafahr
구정물에서 금잔화 피어나네. 모기떼 모슬린 천같이 덮인 늪가에서 구름옷 걸친 백로 날아오르네. 안개 같은, 운모 같은 보슬비 사이로 시든 이끼 벌판 되살아나네. 나는 죽는다면, 비 오는 날 죽고 싶어- 긴 비, 느린 비, 영원히 그칠 것 같지 않은 비. 그리고 하늘이 비를 삽으로 퍼내고 퍼내는 동안 열 수 있는 작은 의식을 치르고 싶어. 그리고 그 의식에 오는 사람은 커다란 늪 가장자리를 돌듯 천천히, 생각에 잠겨서 여행하겠지. - ‘마렝고 늪’, Mary Oliver 당신은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경이로운 걸 본 적이 있어? 해가 모든 저녁에 느긋하고 편안하게 지평선을 향해 떠가서 구름이나 산속으로, 주름진 바다로 사라지는 것- 그리고 아침이면 다시금 세상 저편에서 어둠으로부터 미끄러져 나오는 것. 한 송이 붉은 꽃처럼 천상의 매끄러운 길로 솟아오르는 것. 그러니까, 초여름 어느 아침에, 완벽하고 장엄한 거리를 두고서- 당신은 무언가를 향해 그런 격렬한 사랑 느낀 적 있어? 해가 몸을 내밀어 빈 손으로 서 있는 당신을 따스하게 해줄 때 당신을 채우는 기쁨을 노래할 수 있을 만큼 소용돌이치는 말이 그 어느 곳, 그 어느 언어에 있을까- 아니면 당신도 이 세상을 등졌을까- 아니면 당신도 권력에, 물욕에 미쳤을까? - ‘해’, Mary Oliver 싱가포르 공항에서 내 눈의 어둠 한 꺼풀 벗겨졌지. 여자화장실에, 문이 열린 칸이 있었어. 한 여자가 거기서 무릎을 꿇고 앉아, 흰 변기에 무언가를 닦고 있었지. 배 속에서 역겨움이 고개를 들었고 난 주머니 속 비행기표를 만지작 거렸어. 시에는 늘 새들이 들어 있어야 하지. 이를테면 선명한 눈과 화려한 날개를 가진 물총새. 강들은 유쾌하고, 물론 나무들도 그렇지. 폭포도, 만일 그게 불가능하다면, 솟았다가 떨어지는 분수도. 사람은 행복한 곳에, 시 안에 서고 싶어 하지. 그 여자가 고개를 돌렸을 때 난 그 얼굴에 화답할 수 없었어. 그녀의 아름다움과 당혹감이 서로 다투었고, 둘 다 이길 수 없었지. 그녀가 미소 지었고 나도 미소 지었어.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이야? 누구에게나 직업은 필요해. 그래, 사람은 행복한 곳에, 시 안에 서고 싶어 하지. 하지만 먼저 우리는 그녀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노동을 내려다보는 걸 보아야 하지. 그녀는 자동차 휠 캡만큼 큰 공항 재떨이들을 파란 걸레로 닦고 있어. 작은 손으로 철제 재떨이를 돌리며 문지르고 헹구지. 그녀는 일을 느리게도, 빠르게도 아니고 강물 흐르듯 해. 그녀의 검은 머리는 새의 날개 같아. 나는 그녀가 자신의 삶을 사랑한다는 걸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아. 나는 그녀가 그 찌든 때와 구정물에서 일어나 강을 따라 날아갔으면 좋겠어. 아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하지만 어쩌면 일어날지도 몰라. 세상이 그저 고통과 논리뿐이라면, 그 누가 세상을 원하겠어? 물론, 세상은 그렇지 않아. 나는 지금 무슨 기적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라, 그저 삶에서 환히 비치는 빛을 이야기하는 거야. 그녀가 파란 천을 펼쳤다 접었다 하던 모습, 오직 나를 위해 짓던 그 미소, 그래서 이 시도 나무들과 새들로 가득하지. - ‘싱가포르’, Mary Oliver 착하지 않아도 돼. 참회하며 드넓은 사막을 무릎으로 건너지 않아도 돼. 그저 너의 몸이라는 여린 동물이 사랑하는 걸 사랑하게 하면 돼. 너의 절망을 말해봐, 그럼 나의 절망을 말해주지.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가지. 그러는 사이에도 태양과 투명한 조약돌 같은 비가 풍경을 가로질러 지나가지, 초원들과 울창한 나무들, 산들과 강들 위로. 그러는 동안에도 기러기들은 맑고 푸른 하늘을 높이 날아 다시 집으로 향하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너의 상상에 맡겨져 있지. 저 기러기들처럼 거칠고 흥겨운 소리로 너에게 소리치지- 세상 만물이 이룬 가족 안에 네가 있음을 거듭거듭 알려주지. - ‘기러기’, Mary Oliver 봐, 나무들이 스스로 빛의 기둥으로 변하며, 계피와 실현의 짙은 향 풍기고 있어, 끝이 뾰족한 부들의 긴 가지들 연못의 푸른 어깨 위로 솜털 터뜨려 흩날리고, 연못마다, 그 이름이 무엇이든, 이제 이름이 사라지지. 해마다 내가 평생 배운 모든 것들 불과 상실의 검은 강으로 돌아가지, 강 건너편에는 우리가 영원히 그 의미를 알지 못할 구원이 있지.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만 하지. 유한한 생명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에 달려 있음을 알고 그걸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 - ‘블랙워터 숲에서’, Mary Oliver 모든 것들이 변해가지, 모든 것들이 긴 오후의 푸른 소매 속으로 빙그르르, 툭 날아들기 시작하지. 모든 것들이 물러지며 끓어올라 물질과 빛깔로 돌아가는 사이, 풀들이 소멸된 입으로 우우 휘파람 불지. 모두가 자신의 매력을 잊으며, 속삭이지. 나도 망각을 사랑해, 거기엔 또 한 번의 기회가 있잖아. 지금이야, 동그랗게 말린 밝은 잎들이 속살거리지. 지금이야! 바람의 근육이 윙윙거리지. - ‘마지막 날들’, Mary Oliver 얼음같이 차가운 발길질, 끊임없는 파도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나는 팔을 휘젓고 기침을 해대다가, 마침내 육지를 발견했지. 아마도, 누군가, 중세의 격언을 기억하며, 나를 물에 던진 모양이야, 수영하는 법을 배우라고. 그 사람은 알지 못했던 거지, 그 길고 외로운 하강과 광적인 상승에서 돌아온 이들은, 수영은 하나도 못 배우고, 그저 꿈과 연민, 사랑과 품위를 하나씩 포기하고 어디에서든 살아남는 법만을 배운다는 걸. - ‘수영 가르치기’, Mary Oliver
기러기 (메리 올리버 시선집)

기러기 (메리 올리버 시선집)

메리 올리버 (지은이), 민승남 (옮긴이)
마음산책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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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엄마곰

@k_jin
⁣ 이 책은 한 번 읽을 때와 두 세 번 읽을 때 다른 울림을 주는 그림책이다. 처음 이 책을 일러스트만 볼 때는 곰과 쥐의 행복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았고, (우리 집은 그림책의 일러스트를 잘 보기 위해 처음에는 포스트잇으로 글씨를 가리고 그림만 보고 이야기를 나눈 뒤 떼어내 내용을 읽는 형식의 독서를 하고 있다) 내용을 읽으면서는 처음에는 곰만 많이 깨달은 게 아닌가 의혹이 생긴 책이었다. 그러나 세 번, 네 번 읽으면서는 마치 이 책은 엄마와 아이의 사랑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울컥울컥하는 책이다. ⁣ ⁣ 곰은 엄마 같다. 아니 정확히는 나 같다. 곰의 방석은 마치 나의 영역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나도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내 영역, 내 물건에 대한 집착이 꽤 심했다. 늘 모든 것이 정리되어야 하고 같은 자리에 있어야 하는 사람. 그러나 아이를 낳고 내 영역, 심지어 나의 심신까지 모두 아이에게 내주고 나니 거짓말처럼 그 집착까지 사라지더라. 곰도 자신의 방석을 내어주고 아이에게서 즐거움을 얻듯, 쥐에게서 음악을 얻는다. ⁣ ⁣ 곰은 쥐에게 피리도, 개암도, 조약돌도 내어준다. 순간순간 욱하는 감정을 느끼기도 하는데 꾹 참는다. (이 부분이 특히나 엄마 같아서 울컥했다) 그러나 조약돌에 반짝이는 달빛을 함께 바라보며 서로를 더 아끼고 사랑하게 된다. 마치 서로의 숨소리에서 위안을 얻는 늦은 밤의 엄마와 아이처럼 말이다. ⁣ ⁣ “너도 좋고, 나도 좋잖아.”가 진심으로 다가오는 순간 우리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깨달았다. 아이에게 다 내어주어도 행복한 마음, 또 그걸 받아들고 엄마의 사랑을 깨달아 더 행복한 마음. 그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원동력 아닐까?⁣ ⁣ 비룡소의 사랑 가득한 그림책으로 인해, 우리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귀한지 다시 깨달았다. ⁣ ⁣ ⁣ ⁣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 1. 서로에게 줄 수 있는 행복이 무엇인지 이야기해본다. ⁣ 2. 곰과 쥐가 서로에게 무엇인가를 주며 마음이 어땠는지 이야기해본다. ⁣ 3. 함께 하는 순간을 그림으로 그려본다. ⁣ ⁣ #네가있어난행복해 #로렌츠파울리 #비룡소 #북클럽비버 #비룡소북클럽비버 #어린이북클럽 #독서습관 #비버맘 #그림책 #그림책추천 #그림책소개 #정기구독도서 #구독도서 #협찬도서 #지금읽는책 #읽고있는책 #독서 #책읽기 #책추천 #책소개 #책마곰 #좋아요 #도서리뷰 #리뷰어 #독서감상문 #책속구절 #육아소통 #책육아 #영유아도서 #도서소통
네가 있어 난 행복해!

네가 있어 난 행복해!

로렌츠 파울리 (지은이), 카트린 쉐러 (그림), 한미희 (옮긴이)
비룡소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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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imeunjung
🖋 과연 이런 맹목적인 헌신과 사랑을 기뻐해야 하는가! 우리는 사랑할 때 상대방이 날 위해 무엇이든 해 주는 사람을 원하거나, 나도 그럴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들곤 한다. 가끔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그리는 영화를 보면서 나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하고 생각하곤 하는데, 사랑은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모든 것을 다 받아들여야 참사랑일까? 아니면, 도덕적 테두리 안에서 받아들여야만 사랑을 하는 걸까?... ⠀ 🔖그러나 이런 손쉬운 행복을 손에 넣는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그런 행복은 사람을 속박한다. 행복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상심에서 빠져나오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우리는 최악의 근심거리 한가운데에서 헤엄치고, 몸부림치고, 스스로를 변호하고, 한가지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돌연 행복이 조약돌처럼 혹은 반짝이는 햇빛처럼 우리의 이마를 친다. 그러면 우리는 존재한다는 그 모든 기쁨을 마주한 채 당황하여 뒷걸음을 치는 것이다. ⠀ ⠀
마음의 파수꾼

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소담출판사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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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규

@weldeoezbz5z
현재 고등학교를 준비하고 있는 나에게, 공부에 대해 묻는다면 말할 것이 정말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는 불평도 있고 학교에 관한 이야기도 있겠지만 가장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공부에 대한 재미이다. 강압적으로 평가하는 시험이라는 방식 때문인지 아니면 원하는 과목을 배울 수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학생 대부분은 공부라는 것을 인생의 적으로 여긴다. 그래서인지 현재 한국 교육에서 가장 높은 학교라고 할 수 있는 대학교는 단순히 취업을 위한 증명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공부하고 억지로 공부하기 때문에 공부라는 것에 인생을 쏟지는 않는다. 그저 나의 능력을 인정 받기 위한 버터야 할 지옥으로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토록 공부가 재미없고 힘들기만 한 것이었다면, 어떻게 인류의 학문은 그렇게 발달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과거 사람들은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알아내고 또 증명했을까? 인체의 구조를 어떻게 알아낸걸까? 그 사람들에게도 누가 억지로 공부를 시켰을까? 그럴리 없다. 이들의 원동력이 된 것은 바로 성취감, 앎의 기쁨이다. 현재 한국 교육 체제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배우고 탐구하는 일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뿐더러 우리에게 성장의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이것을 깨닫지 못하고 평생 공부를 괴롭게만 알고 있는 친구들이 너무 안타깝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는 아마 거대한 생각의 호수를 요동치게 하는 작은 조약돌이 될 것이다. '공부가 즐겁지 않다' 라고 정의된 많은 동기부여 매체와 다르게,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은 힘이 되는 이야기들로 우리에게 박힌 잘못된 전제들을 전부 없애버린다. 책을 읽고 덮을 때마다, 공부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고 자연스레 공부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로 나는 공부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 이 책을 만나 공부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얻을 수 있었다.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공부가 재미없다면, 꼭 가볍게 읽으며 마음을 다잡으면 좋겠다! 책을 펴서 인생을 바꿀지 말지는 여러분의 선택이다 :) (참고로 '민사고의 바이블' 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

박성혁
다산3.0
🤔
고민이 있을 때
추천!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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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fahr

@kafahr
낡은 재건축 아파트 철거작업이 끝나자 마지막으로 나무들이 철거되기 시작한다 아직 봄은 오지 않았는데 뿌리를 꼭 껴안고 있던 흙을 새끼줄로 동여매고 하늘을 우러러보던 나뭇가지를 땅바닥에 질질 끌고 이삿짐 트럭에 실려가는 힘없는 나무 뒤를 까치들이 따라간다 울지도 않고 아슬아슬 아직 까치집이 그대로 남아 있는 나무 뒤를 울지도 않고 - ‘이사’, 정호승 막다른 골목에서 울다가 돌아 나온 사람들은 모르지 그곳이 막다른 골목이 아니었음을 막다른 골목에서 주저앉아 울다가 결국 막다른 골목이 된 사람들도 모르지 당신이야말로 막다른 골목이 아니었음을 막다른 골목에서 결국 쓰러진 사람들도 모르지 낙타가 쓰러지는 건 깃털같이 가벼운 마지막 짐 하나 때문이라는 것을 막다른 골목에 핀 민들레는 알지 사막이 쓰러지는 것도 결국은 한 마리 쓰러진 낙타 때문이라는 것을 - ‘막다른 골목’, 정호승 사람은 죽었거나 살아 있거나 그 이름을 불렀을 때 따뜻해야 하고 사람은 잊혀졌거나 잊혀지지 않았거나 그 이름을 불렀을 때 눈물이 글썽해야 한다 눈 내리는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누군가 걸어간 길은 있어도 발자국이 없는 길을 스스로 걸어가 끝내는 작은 발자국을 이룬 당신의 고귀한 이름을 불러본다 부도 위에 쌓인 함박눈을 부르듯 함박눈! 하고 불러보고 부도 위에 앉은 작은 새를 부르듯 작은 새! 하고 당신의 이름을 불러본다 사람들은 오늘도 검은 강물처럼 흘러가 돌아오지 않지만 더러는 강가의 조약돌이 되고 더러는 강물을 따라가는 나뭇잎이 되어 저녁바다에 가닿아 울다가 사라지지만 부도밭으로 난 눈길을 홀로 걸으며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 들린다 누가 줄 없는 거문고를 켜는 소리가 보인다 저 작은 새들이 눈발이 되어 거문고 가락에 신나게 춤추는 게 보인다 슬며시 부도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내 손을 잡아주는 당신의 맑은 미소가 보인다 - ‘부도밭을 지나며’, 정호승 하모니카를 불며 지하철을 떠돌던 한 시작장애인이 종각역에서 내려 힌색 지팡이를 탁탁 두드리며 길을 걷는다 조계사 앞길엔 젊은 스님들이 플라타너스 나뭇가지와 나뭇가지 사이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플래카드를 내걸고 분주히 행인들에게 팥죽을 나누어준다 교복을 입은 키 작은 한 여고생이 지팡이를 두드리며 그냥 지나가는 시각장애인의 손을 이끌고 팥죽을 얻어와 건넨다. 나도 그분 곁에 서서 팥죽 한그릇을 얻어 먹는다 곧 함박눈이 내릴 것 같다 - ‘12월’, 정호승 아들을 미워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일인 것처럼 아버지를 미워하는 일 또한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일이나니 아들아 겨울부채를 부치며 너의 분노의 불씨가 타오르지 않게 하라 너는 오늘도 아버지를 미워하느라 잠 못 이루고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고 술을 사러 외등이 켜진 새벽 골목길을 그림자도 떼어놓고 혼자 걸어가는구나 오늘 밤에는 눈이라도 내렸으면 좋겠다 내가 눈사람이 되어 너의 집 앞에 평생 동안 서 있었으면 좋겠다 너의 손을 잡고 마라도에서 바라본 수평선 아래로 훌쩍 뛰어내렸다면 지금쯤 너와 나 푸른 물고기가 되어 힘찬 고래의 뒤를 신나게 쫓아갔을 텐데 아들아 너를 엄마도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일은 미안하다 살아갈수록 타오르는 분노의 더위는 고요히 겨울부채를 부치며 잠재워라 부디 아버지를 미워하는 일로 너의 일생이 응급실 복도에 누워 있지 않기를 어두운 법원의 복도를 걸어가지 않기를 나 다음에 너의 아들로 태어날 수 있다면 겨울부채를 부치며 가난한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는 아들이 되리니 - ‘겨울부채를 부치며’, 정호승 칼을 버리러 강가에 간다 어제는 칼을 갈기 위해 강가로 갔으나 오늘은 칼을 버리기 위해 강가로 간다 강물은 아직 깊고 푸르다 여기저기 상처 난 알몸을 드러낸 채 홍수에 떠내려 온 나뭇가지들 옆에 앉아 평생 가슴속에 숨겨두었던 칼을 꺼낸다 햇살에 칼이 웃는다 눈부신 햇살에 칼이 자꾸 부드러워진다 물새 한마리 잠시 칼날 위에 앉았다가 떠나가고 나는 푸른 이끼가 낀 나뭇가지를 던지듯 강물에 칼을 던진다 다시는 헤엄쳐 되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갈대숲 너머 멀리 칼을 던진다 강물이 깊숙이 칼을 껴안고 웃는다 칼은 이제 증오가 아니라 미소라고 분노가 아니라 웃음이라고 강가에 풀을 뜯던 소 한마리가 따라 웃는다 배고픈 물고기들이 우르르 칼끝으로 몰려들어 톡톡 입을 대고 건드리다가 마침내 부드러운 칼을 배불리 먹고 뜨겁게 산란을 하기 시작한다 - ‘부드러운 칼’, 정호승 나의 눈물에는 왜 독이 들어 있는가 봄이 오면 봄비가 고여 있고 겨울이 오면 눈 녹은 맑은 물이 가득 고여 있는 줄 알았더니 왜 나의 눈물에는 푸른 독이 들어 있는가 마음에 품는 것마다 다 독이 되던 시절이 있었으나 사랑이여 나는 이제 나의 눈물에 독이 없기를 바란다 더 이상 나의 눈물이 당신의 눈물을 해치지 않기를 바란다 독극물이 든 검은 가방을 들고 가로등 불빛에 길게 그림자를 남기며 더이상 당신 집 앞을 서성거리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살아간다는 것은 독을 버리는 일 그동안 나도 모르게 쌓여만 가던 독을 버리는 일 버리고 나서 또 버리는 일 눈물을 흘리며 해독의 시간을 맞이하는 일 - ‘사랑에게’, 정호승
이 짧은 시간 동안 (Student Book, 창비시선 235)

이 짧은 시간 동안 (Student Book, 창비시선 235)

정호승
창비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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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쟁이

@wo0cxb6epz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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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만나서 참 반가웠다. 요즘 미술과 관련된 이런저런 책들이 예전처럼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고 나같은 미술 문외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같이 공감할수 있게 해 주고 있다. 미술관에 놀러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 특히, 이 책은 내용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 내가 고민했지만, 글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 내가 생각했지만, 정리하지 못했던 것. 그것들을 이 책에서 작가님과 모지스할머니가 말해주었던 것이다. '무엇이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죠? 다른 일은 다 하지 않더라도 이 일만큼은 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p.163, 모지스 할머니) 오디오 가이드에 녹음된 작품 위 주로 설명된 듯한 책이 아니라 그녀의 인생을 통해 나의 삶을 같이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싶었다.(에필로그 중) 이 책을 다 읽고서야 책 표지에 다른 책처럼 o o o 지음 / 지은이 o o o / 글쓴이 o o o 이 아니고 #아트메신저_이소영 으로 되어 있는 이유를 알았다. 작가님은 충분히 이 책을 통해 아트메신저의 역할과 매력을 보여준것 같다. 지식을 나누는 것보다 더 값진 일은 감정을 나누는 일이다. 가장 지식이 많은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이젠 포털사이트다. 그러므로 지식의 양이 많음이 우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지식을 어떻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편집하고 채화하는지가 중요한 능력이다. 지식 위에 사람이 있고 사람 안네 감정이 있으므로 지식을 헤아리는 일보다 중요한 건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는 일이다.(p.139~140) 큰 일이다. 책보다 #아트메신저_이소영 작가님에게 더 푹 빠진 것 같다. 책에는 참 많은 #모지스_할머니 의 그림이 있다. 지면으로만 이 그림을 볼 수 있다는게 너무 아쉽다. 집근처 #아트리브로 라도 가야 할 상황이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따듯한_차와_참_어울리는_그림 이다. 반드시 홍차나 밀크티와 함께 할 것!!!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에도 예술이 탄생되지만 가장 참혹하고 슬픈 순간에도 예술은 탄생된다. 아름다운 순간에 탄생한 예술은 남기고 싶은 체취지만 참혹한 순간에 탄생한 예술은 겪어냈다는 체취이다.(p.58) 그래서 모지스 할머니에게는 "그림그리시면서 힘든 적이 없으세요?" 라고 묻는 것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따뜻한 그림움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많은 정서들을 주머니에 담으며 지낸다면, 나이가 들수록 주머니에 가장 많아지는건 '그리움'이 아닐까. 조약돌을 계속 쓰다듬으면 조약돌에도 광이 나는 것처럼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가장 맨들거릴 것이다 .(p.100) 부디, 이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축제이기를. 진정한 축제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으며.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이소영|홍익출판사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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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토끼

@bomtokkieujx
아니 이런 매력적인 스트릭랜드같으니라고, 폴 고갱의 이야기를 소설화 한 책인데, 이 몹쓸 자유로운 영혼의 주인공에게 완전 매료되고 말았다 영국에서 증권거래사로 평범한 가장으로 살다가, 그림을 해야겠다며 갑자기 가족들을 버리고 (내팽겨치고) 파리로 가는 주인공, 스트릭랜드 특유의 냉소적인 태도로 주변에게 철저한 무관심한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도 이 사람의 매력에 빠져들어 대가없는 선의를 베풀기도하고, 본의아니게 (?) 여자를 홀려, 자살속으로 밀어놓곤, 당당하게 외면하기도 한다. 이런 스트릭랜드에게 일방적인 선의와 호감과 친절을 베풀고, 결국 아내도 빼앗겨 버리는 스트로브가 안타깝다 그는 예술가, 그 중에서도 천재 예술가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_p. 102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름다움이 해변가 조약돌처럼 그냥 버려져 있다고 생각해 ? 무심한 행인이 아무 생각 없이 주워 갈 수 있도록? 아름다움이란 예술가가 온갖 영혼의 고통을 겪어가면서 이 세상의 혼돈에서 만들어내는, 경이롭고 신비한 것이야. 그리고 또 그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고 해서 아무나 그것을 알아보는 것도 아냐. 그것을 알아보자면 예술가가 겪은 과정을 똑같이 겪어보아야해요. 예술가가 들려주는 건 하나의 멜로디인데, 그것을 우리 가슴속에서 다시 들을 수 있으려면 지식과 감수성과 상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해. 스트릭랜드는 분명 천재 예술가에 매력있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내 주변에 이런사람이 있다면, 난 싫을거야 . 뭐 . . . 그림 한점 준다면 다시 생각해보고. 왜 제목이 [달과 6펜스]일까, 읽는 내내 궁금했다. 책 뒷편의 작품 해설을 참고하자면 달이 영혼과 관능의 세계, 또는 본원적 감성의 삶에 대한 지향을 암시한다면, 6펜스는 돈과 물질의 세계, 그리고 천박한 세속적 가치를 가리키면서, 동시에 사람을 문명과 인습에 묶어두는 견고한 타성적 욕망을 암시한다. [달과 6펜스]는 한 중년의 사내가 달빛세계의 마력에 끌려 6펜스의 세계를 탈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나레이터는 그가 문명과는 멀리 떨어진 원시의 섬에서 낙원의 비전을 보았음을 암시하고 있다. _ 작품해설 송무 ■ 책 속 밑줄긋기 ■ _p.90 나는 그 제의가 친절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고통을 겪으면 인품이 고결해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행복이 때로 사람을 고결하게 만드는 수는 있으나, 고통은 대체로 사람을 좀스럽게 만들고 앙심을 품게 만들 뿐이다. _p.112 "난 과거를 생각하지 않소. 중요한 것은 영원한 현재이지." _p.200 이제 보니 부끄러운 비밀을 감추겠다는 생각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그녀의 고요함은 해일이 휩쓸고 간 섬을 내리덮은 음울한 고요함 같았다. 그녀의 쾌활함은 절망에서 오는 쾌활함이었다.
달과 6펜스 (세계문학전집 38)

달과 6펜스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모옴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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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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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죄는 여자로 태어난 것'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날이 오기는 할까. 피해자에게 왜 가해의 구실을 만들어주었느냐는 본말전도식 사고는 언제쯤 비정상적인 것이 될까. 살림은 여자가, 바깥 일은 남자가 해야 한다는 관념은 언제나 해체되어 구속력을 잃게 될까. <82년생 김지영>은 소설보다는 현실이라고 해야 옳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서든 일어나고 벌어지는 현재 진행형의 일상이라는 거다. 세상이 이토록 야만적이라는 걸 모르고 살아왔음이 점점 더 부끄러워진다. 지금은 나아졌다고 생각한 아주 많은(거의 모든) 부분에서 여전히 실질적으로는 나아지지 않았음을 이제야 알아간다. 제도와 규정을 만들어 준 것으로 충분하다고 믿는 사람들, 억지스럽게 신포도를 바라보다 포기하는 여우가 되는 사람들, 그 무수한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왜 듣지 못했을까. 여자는 딸로 태어나 자라면 어머니가 되고 나이들어 할머니가 된다는 믿음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세상. 개선되지 않는 근본적인 불평등. 작가는 가르치고 훈계하는 일 없이 담담하게 현실을 지면으로 옮긴다. 지면화 된다는 것, 실체가 없던 허상, 허깨비였던 것이 현실이 되어 최초로 문제제기에 이른다는 것. 첫단추조차 채워지지 않은 한국 사회 고질적인 문제. 잔잔해 보이는 호수에 던지는 조약돌 같은 작품이다. #82년생김지영 #조남주 #성차별 #성희롱 #여성혐오 #언어폭력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평등 #인식전환 #유유상종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장편소설)

조남주|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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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었어요
✊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추천!
8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