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단편, <바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 :
과거는 우리가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 미래는 아직 알지 못하므로 두려운 것. 잠이 들면 과거는 사라지고 미래가 와 있다. 그가 병상에서 잠이 드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인생이 모래폭풍에 시간의 지층 속으로 파묻히고 있다는 결말이 슬프다.
그래도 깨어나기 위해서는 바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새로운 바람은 새로운 감각을 불러오는데 우리의 몸과 세계는 그 감각을 통해 새로 태어난다고도 했다.
그는 아마도 잠에서 깨어나면 새로운 시간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층 위에는 또다른 삶이 응집되고 해체되듯이.
김연수의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관념적인 말이 많아서 어렵게 읽힌 작품인 것 같다.
#책읽는시간@fly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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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책을 ‘시간날 때마다’ 틈틈이 읽어요.
첫 시작은 미라클모닝 실천 중이기에
일어나서 종아리 마사지로 잠을 깬 후 독서📖
회사 일찍 도착해서 차 안에서 독서📖
퇴근 후 집에서 틈나는 대로 독서📖
쉬는 날에도 나름 틈나는 대로 독서📖
이렇게 시간나는 대로 읽지 않으면
직장인은 책을 잘 못 읽을 것 같아요. 😭
<플라이북 위클리 이벤트>
벌써 금요일이라니, 일주일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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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기간
다음주 수요일까지(~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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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18세기 유럽 중산층 여성의 독서 경향을 모든 여성의 경우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이지만 수많은 여성 독자들은 다양한 목적에서 독서를 한다. 때로는 정보를 얻기 위해 또 때로는 지적인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각각의 특수한 상황과 목적에 따라 여성의 독서는 감수성을 중시하는 정서적 공감으로 반응하기도 하고 의식적으로 저자에게 저항하는 읽기로 반응하기도 한다. 그러나 18세기 이후 여성의 독서를 위험하고 불온한 것으로 묘사해온 서양 문화의 역사는 꽤 오랫동안 지속됐고, 그 결과 여성젠더의 독서에 대한 고정적 이미지는 현재까지도 일부 유지되고 있다. (p.174)
미리 밝혀두자면, 결코 쉬이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내용이 쉽지 않더라도 문학이나 독서 자체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시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이 책은 1950년대 해방 이후 문맹을 퇴치하고 읽고 쓰는 행위가 보편화하며 이를 통한 학생들의 교육과정, 여성 문학의 발달, 여성지와 여성 문인의 인생까지 아우르는 책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여성 독자', '여성 작가'등의 단어를 좋아하지 않았으나, 엄청난 변화를 겪은 시대 특성상 '여성의 삶'이라는 특수성은 차별의 키워드라기보다는 하나의 장르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 첫번째 책이었다고 할까.
이 책이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여러 작품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여성 독자 층의 특성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소설 '행로난'이나 박화성의 '바람뉘', 고영림의 문학 등에서처럼 단순히 문학작품을 읽는 것이 끝이 아니라, 문학 속에 숨어있는 시대상이나 작가의 사상 등을 이해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깊게 와닿는 읽기였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 이 책을 통해 '여성'이 붙는 단어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 것도 있다. '비애'와 '번민'이라는 문학소녀의 망탈리테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었는데, 문학을 통해 감정을 해소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그들이 가진 애환은 지금의 것과 결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해보았다. 지금껏 다소 부정적 시선을 가지고 있던 '여성'을 구분하는 직업에 대한 단어들(여선생, 여류작가, 여변호사, 여성 정치인 등)을 차별을 벗고 구분 지은 의미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달까.
소설이 여성들에게 일상의 피난처이자 정서적 공감을 주는 도구가 되다 보니 여성의 독서는 감성적, 정서적인 '어리석은 독서'로 치부되어 온 것은 있으나, 현대에는 오히려 여성 특유의 감각적인 문장들이 사랑받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시대의 여성에 대한 비하가 문학에도 깊이 남아있어 그것을 읽는 '후배' 여성으로서는 화가 나는 문장도 있지만, 그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우리는 더 좋은 문학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들 문학에 짙게 깔린 시대나 사상이 더욱 깊은 의미로 느껴졌고, 내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부정적 시선 또한 깨칠 기회가 된 것 같다.
지인과 수다를 떨다, 내가 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에 태어나 다행이라는 농담을 한 적이 있다. 아무리 양갓집 규수로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책을 읽으면 조부모에게 혼이 나며, 자수나 놔야 하는 삶이었다면 끔찍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고쳐 말해야겠다. 1950년 이전이 아니라, 이후의 삶을 만나 감사하다고. 문학에 목이 말랐기에 문맹 퇴치와 동시에 폭발적인 문학탐험이 시작되었겠지만, 읽고 쓰는 것에도 여성과 남성이 나눠야 하던 시절이라면 나는 지금처럼 많은 책을 읽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문득 이 책을 읽으며, '선배' 여성들이 읽고, 쓰고, 탐미해준 덕분에 나의 읽고 쓰는 시간이 당연히 누려도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학소녀'로 살았던 이들의 시간에, 그 역사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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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성을 보여줄 기회가 없으면 신뢰도 싹틀 수 없다. (p.294)
우리가 소비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 주위의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며 취향이 비슷하면 다른 면에서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p.321)
이 책을 어느 분류에 넣는 것이 좋을까? 출판사는 이 책을 경제경영 분야의 마케팅 트렌드 서적으로 분류했으나 나는 그 폭이 다소 좁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 범위를 넘어 '신뢰'라는 것이 우리의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부터 신뢰가 경제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각을 선사한다. '신뢰'. 우리는 이 단어를 무척 다양한 방면에서 사용하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알던 신뢰가 얼마나 좁은 범위였는지 생각했다면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이 책을 읽은 후 '신뢰'라는 단어가 그저 누군가를 믿고, 누군가와 마음을 교류하는 선을 벗어나 대부분의 것에 적용될 수 있는 이 단어를 깊이 이해보고자 노력하다 보니 나의 시각이 조금은 넓어진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또 작가의 문장력에 풍덩 빠져 책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경제, 경영 용어도 익히게 되었다는 것도 분명하고. 이 책은 쉬운 내용만을 다룬 것은 아니나 책의 표지만큼이나 깔끔한 문장으로 술술 읽을 수 있고, 무겁지 않게 읽으면서도 꽤 묵직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엄청난 책이다.
좋든 나쁘든 SNS는 우리가 보는 뉴스와 정보를 바꿔놓았다. 그 선택이 잘못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 어떤 정보가 틀렸다는 판단이 들더라도 다른 사람 두세 명이 그것을 지지하는 걸 보면 자신도 그 정보를 퍼트린다. 무리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억누르는 것이다. (p.119)
개인적으로 '사과와 비난'이라는 영역이 마음에 남기는 내용이 많았다. 의료사고 등에서 진심 어린 사과는 아무런 결과도 도출될 수 없다는 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은 사과가 수반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던 내게 신선한 시각이기도 했는데, 사과가 진정한 신뢰를 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다르고, 그것도 경제적인 기반이나 경영적 운영이 포함될 수 있음이 낯설고도 놀라웠다. “신뢰 행위에는 협력의 기회와 위험의 감수가 수반된다. (p.242)”는 작가의 말처럼 신뢰가 미치는 영역이 매우 크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경제경영서라면서 신뢰? 라는 마음이 먼저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내가 신뢰라는 개념을 얼마나 좁게 가지고 있었는지, 현대의 경제에 얼마나 많은 '신뢰'가 숨어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가 무너지면 그 관계가 유지될 수 없듯 직장이나 브랜드, 투자, 결제 등에서도 신뢰가 무너지면 관계가 이어질 수 없을 것이다. 신뢰가 수반되지 않은 지출은, 지출을 상응할 수 있는 신뢰 관계 (더 큰 값을 가지는 신뢰)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할 테니 말이다. 낯선 시각의 시작이었으나, 결론적으로는 내 마음 안에 있던 큰 전구를 켠 책, 그러면서도 새로운 개념을 내게 심어준 놀라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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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화학물질이 눈에 띄지 않는 형태로 우리 주변에 숨어있다는 증거였다. 원소는 멀리 있지 않았다. (p.17)
솔직히 말하면 나는 과학과 수학이 어렵고 싫은 지극한 문과형 학생이었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학 교과서에 나오는 지문이 거의 이미 읽은 책이었고, 역덕이니 자연스레 국사도 재미있을 수밖에. 잘하면 좋아하고 좋아하면 잘하게 되는 것처럼, 나는 과학과 수학이 싫으니 점점 더 못하고 못 하니 더 싫어하게 되었달까. 그래서 이 책을 받아들고도 내가 잘 읽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먼저 된 것도 사실이다. 역시나 주제가 주제인지라 쉽게 읽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만난 그 어떤 원소 이야기보다 흥미 있었고, 많이 이해한 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유달리 이 책은 왜 재미있게 느껴졌을까? 현실을 요리한다는 서문에서부터 화학을 요리와 비교하는 것이 신기했다. 나와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했던 화학이 내 일상과 이렇게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어쩌면 어렵지 않은 학문이라고 느낀 것일까? 다이아몬드와 석탄의 연결고리도 흥미로웠고 (나의 작고 귀여운 다이아몬드야. 절대 석탄으로 돌아가지 마라.) 원자는 어디에서 온다는 원초적 물음도 꽤 쉽게 읽혔다.
물론 완전 쉬운 책은 아니었다. 주기율표의 시작이나 원소 전쟁에 대해 읽을 때는 살짝 다른 세상의 입구에 발을 들이기라도 한 듯 헤매기도 했다. 그러나 원소에만 집중하며 이야기를 따라 걷다 보면 길을 잃지 않고 읽어낼 수 있다. 과학에 전혀 상식을 가지지 않은 나도 읽어냈으니 과학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엄청 재미있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고, 과학에 아주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이라면 분명 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읽을 것 같다. 물론 나처럼 과실눈을 못이라도 상관없다. 중반을 넘어서면 마치 내리막길을 내려오듯 술술 책이 읽어진다. 연금술사, 슈퍼히어로들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순간 나는 급물살을 타듯 즐거워졌다. 이쯤부터는 화학도 재미있을 수 있다고, 주기율표가 재미있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문학을 그리고 자연스럽게 역사를 좋아하게 되었던 다는 문득, 세상의 외형을 바꾸고 일상을 바꾸며,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데 일조해온 원소를 너무 몰랐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물론 내가 갑자기 과학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통해 과학이나 화학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색안경을 벗을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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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인 사람은 없다. 불법한 행위를 했다고 해서 사람마저 불법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모순이다. 사람이 어떻게 불법일 수 있는가? -엘리 위젤 (노벨평화상 수상자, 홀로코스트 생존자. p.7)
만약 이 작품들을 한데 모은 곳에서 감상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온 마음이 묵직하고 힘겨워서 죄책감과 슬픔, 기타 등등의 마음이 뒤섞여 힘겨웠을 것 같다. 물론 나는 핵무기에도 전쟁에도 찬성하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막는 처지도 아니고, 여성해방이나 인종차별철폐에 찬성하면서도 적극적인 지지를 하는 사람도 아니다. 난민의 인권에 대해서도 무지한 편이고, 그나마 이 책의 주제에서 가장 관심이 많은 기후위기 역시 적극적인 대처 가는 아니다. 어쩌면 이 말 자체가 매우 무책임하다. 사실은 중립이라는 그늘에 숨어 방관하는 거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산재하는 문제들을 직관적으로 바라보며, 나의 모호함에 화가 났다. 그래서 국제앰네스티와 함께 선정했다는 140여 개의 인권 포스터들은 어쩌면 내게 존엄성에 대해, 사회문제 등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는 물꼬일지도 모른다 싶다.
언제인가의 리뷰에도 기록했듯, 나는 늘 예술을 탐미한다. 아마 대부분은 그럴 것 같다. 예술을 잘 몰라도 그것들을 만나며 느끼는 감상들은 무엇이라 표현할 단어가 부족할 뿐, 강력한 힘을 지닌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통해 만나는 사회문제들이 한층 깊게 다가온다. 난민이나 이민자의 슬픈 얼굴과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차별, 전쟁과 핵무기가 사회에 남기는 것들, 막혀있는 여성의 자유, 다양한 투쟁들과 그것에 대응하는 마음가짐들. 이미 뉴스 등에서 문장으로, 말로 많이 만나왔으나 그것을 작품으로 만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예술이 가지는 영향력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내게 짙게 다가온 이야기들을 천천히 곱씹었다. 포스터를 먼저 들여다보고 설명글을 읽었는데, 그 순서를 선택한 것은 예술의 힘을 전적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선입견 없이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방식을 느끼려고 노력했다. 내가 모르고 있던 이야기들은 해석을 통해 배웠고, 어설프게 알던 것들은 조금 더 깊게 이해했다.
우리의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될까? 완전 행복한 모습이 아닐지라도 일그러진 전쟁터나 쇠사슬 등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당연하다 느끼고 사는 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하루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생각하니 이 책의 작품들이 한층 더 무겁게 다가온다. “지구는 우리가 모두 함께 사는 곳이다.”라는 엔들 비리(p.150)의 말이 묵직하다. 내게는 안전하고, 누군가에게는 그렇지않은 오늘이 가슴 아프다. 누군가에게 보호막을 만들어주고자 총이 아닌 붓을 든 이들의 용기가 감사하면서도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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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세상과 소통해도 괜찮다는 용기 말이다. 상처받을지라도 진심이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니 지레 겁먹지 말자. 뚜벅뚜벅 세상 속을 걸어가 보자. (p.72)
엄마가 된 후 보지 못하게 된 것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아동학대, 그리고 동물 학대. 아니 꼭 학대까지가 아니더라고 아이들이나 동물들이 그렁그렁 눈물 맺힌 장면은 보기 힘겹다. 울부짖는 아이보다 미쳐버릴 것 같은 얼굴은 억지로 눈물을 참는 얼굴이다. 동물 역시 그러하다. 이 책을 읽기 전, 내가 두려웠던 이유가 그거다. 과연 나는 이 책을 눈물 없이 읽어낼 수 있을까 하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울기도 하고, 마음을 다잡기도 하며 이 책을 읽었다. 동물을 이야기하는 어느 수의사의 이야기인데 나는 이 책에서 상처받은 아이를, 누군가의 손을 기다리는 아이를 만난 기분이다.
읽기 어려운 책은 전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술술 읽힌다. 문장은 또 어찌나 감각적인지 어떤 문장은 깜짝 놀랄 만큼 섬세한 감정을 담고 있다. 그런데도 내가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은, 나이를 먹어가서 배운 것인지 엄마라서 배운 것인지 알 수 없는 무게 덕분이다. 생명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누군가를 돌보는 마음에는 얼마나 많은 감정이 들어있는지를 배웠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아이를 같은 선상에 놓았다고 욕할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나 적어도 아이를 키우는 사람의 마음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마음은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둘 다 귀한 생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생명의 존엄을 존중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동물들이 떠올라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부끄럽다는 감정을 또 한 번 느낀다.
아이를 향한 사랑을 이입해 이 책을 읽은 내가 무지한지 모르겠다. 반려동물에 맞는 다른 감정이 필요한 건지도. 그러나 무식한 나 역시 이런 묵직한 마음이 되어 생각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나보다 훨씬 지성인일 많은 분께도 이런 울림을 주리라 생각해본다.
물론 저자가 말한 비윤리적인 행태가 짧은 시일 내에 개선될 수 있을지에서는 부정적 견해가 먼저 든다. 우리는 동물과 더불어 살면서도, 우리를 늘 그 위에 얹지 않는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을 법으로 정해두어야 하는 현실에 입이 쓰다. 그러면서도 '생명의 존엄'을 모르는 이들을 위해 '호된 방망이'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너무 슬프다.
나는 '겁'과 다양한 '알레르기 반응'이 동시에 있는 사람이라 반려동물을 쉬이 키우지는 못하겠지만(엄마가 되며 '책임의 무게' 또한 배운 터라 더더욱) 작가의 한마디는 오래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우리가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함께 사는 동물을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니까. (p.119)”라는 말 말이다. 아이를 키우며 노력하고 공부를 하듯, 생명체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에 버금가는 마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 읽기였다.
우리의 하루하루가 쌓여 일주일이 되고, 일 년이 되듯- 보다 성숙한 반려문화, 성숙한 반려동물 입양문화 등이 하루빨리 사회에 자리 잡기를 간절히 바라보며. 또,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고귀한 생명체라는 존엄은 변치 않음을 늘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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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당신이 이 책을 아직 만나지 않았다면 늦은 밤이나, 잠시 짬을 낸 시간에는 절대 이 책을 펼치지 마시오. 중간에는 덮을 수 없으니까.
이미 꽤 늦은 시간, 잠을 잘까, 책을 조금만 더 읽을까 하는 고민 끝에 '철수 삼촌'의 손을 덥석 잡았다가 결국 이 시간이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이 텁텁한 뒷맛에 잠을 쉬이 들지는 못할 것 같다. 글이나 내용이 텁텁하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세상에 얼마든 있을 법한 내용이라서 세상의 맛이 텁텁하다. 부디 책 속에서나 이런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에서 텁텁하다.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연쇄살인범'. 잘생긴 표지 일러스트와 달리 설명부터 섬뜩하다. 그러나 이 책은 무섭기보다는 슬프고, 슬프기보다는 씁쓸하다. 책을 덮은 뒤에는 맥주나 소주가 아닌 따뜻한 보리차 한잔을 먹고 싶어지는 책이다. 무슨 말을 해도 이 책의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고민스럽기는 하나, 이 책이 받은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심사평'에서처럼 영화나 드라마에서 만나고 싶은 작품이다.
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책 내용은 한 줄도 적지 않을 생각이지만, 책 한 권에서 정말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말은 남겨두고 싶다. 처음 몇 장에서는 '환멸'을, 이어서는 '긴장감'. 그 뒤에는 '답답함'과 '공포'에 이은 '걱정'과 '분노'까지.
보통 여름밤에는 스릴러나 추리소설이 인기를 끈다. 이 책이 주는 긴장이나 박진감은 그런 이야기들 못지않다. 그러나 굳이 장르 구분을 하자면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하고 싶다. (다들 히가시노 게이고가 한 장르인 거 인정하시죠?) 문득, 드디어 한국에도 이 장르를 새로 쓸 작가가 나타난 것인가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벌써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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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산책을 하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소중한 것들이 가까이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억지로 교훈을 가공해서 줄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바라보며 찾으면 되는 것이니까요. 더 바라보면 더 깊이 볼 수 있습니다. (p.49)
김종원 작가님 책을 꽤 읽었다.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은 초판과 개정판, '아이의 공부 태도가 바뀌는 하루 한 줄 인문학' 역시 읽었다. '하루 한마디 인문학 질문의 기적'이나 '매일 인문학 공부'도. 이렇게 적고 보니 마치 인문학 열성 팬 같지만, 그렇다기보다는 김종원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겨우 마음을 잡는 초보 엄마라고 말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지금은 2017년에도 읽었던 '부모 인문학 수업' 개정판을 다시 읽으며 군기가 바짝 잡힌 상태랄까.
이 책을 크게 두 부류의 부모에게 권하고 싶다. 첫번째는 자신은 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바라는 부모님들. 가령 자신은 배달책자가 아니고선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에게는 책을 읽으라고 말하거나, 본인은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리면서 아이에게 공중도덕을 지키라고 말하는 사람들. 두번째는 스스로 목적이 없으신 분들. 본인도 내가 무엇을 바라는지, 무엇을 향해 걷는지 모르면서 자식에게도 일단 걸으라고 하시는 분들. 이렇게 적으니 극단적이지만 사실 대부분은 때때로 전자가, 때때로 후자가 된다. 종종, 혹은 매우 자주. 그러니 결국, 되도록 모두가 읽으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도 읽을 때마다 온 마음을 다해 혼이 난다. 그러면 약발이 떨어질 때까지는 조금 더 나은 엄마가 되고자 매우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오지랖을 부린 김에 조금 더 부리자면 처음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읽고, 그다음부터는 닿는 구절들을 찾아 읽으면 좋다. 또 필사 노트는 꼭 따라 써보시면 좋겠다. 단순히 읽는 행위만으로는 온전히 나의 것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래서 책 중간중간 제공되는 필사 노트가 더 반갑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손으로 쓰기 위해서는 눈으로 읽고, 머리에 남겼다가 힘을 사용해서 써야 하는 최소 3번의 과정을 거치기에 읽기만 하는 것보다 깊게 남는다. 어떤 구절은 혼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찡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을 보면 김종원 작가의 문장은 마음 깊은 어딘가에 가서 쿡, 하고 꽂히는 모양이다.
자유롭게 상상할 용기를 가진 아이가 어떤 자리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말한다. 그 작고 약한 아이가 당당한 이유는 입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모두 자기 생각과 경험으로 알아낸 것들이기에 굳건한 자신감을 갖기 때문이다. (p.310)
올곧은 생각을 가지고 분명한 목표를 향해 걸으며, 사색하고 지성과 지혜를 갖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아니, 인문학이든 인문고전이든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런 사람은 본인 자체가 인문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에 늘 부지런히 책을 읽고, 그 책이 머릿속에서 지워지기 전까지만이라도 꼿꼿하게 서려고 노력한다. 나의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 한 톨만큼의 영향이라도 미친다면 더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모습이 아이에게 거울이 된다면, 부끄러운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신 재가 치국평천하.' 이 책의 중심이기도 한 이 말은, 나를 가다듬어야 집안이 가지런하고 나아가 나라까지 평안해진다는 말이다. 늘 어렵기만 했던 이 말이 엄마가 되니 온 마음으로 이해가 된다. 내 마음이 파도가 칠 때 아이에게 고운 말을 할 수 없다. 내 마음이 평온할 때에는 아이가 조금 장난을 쳐도, 내 마음 같지 않아도 너그러울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우리를 다듬어야 한다. 나는 '나'이지만 한 아이에게는 보호자이고, 집이고, 표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를 다듬게 도와주시는 작가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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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모든 것에서 떨어진, 이런 게 삶이라고 불릴 수 있다면 그런 삶이 대체 무슨 소용이겠소. (p.69)
누군가의 편지나 일기장. 엿보면 안 되지만 사실 그것들이 주는 짜릿함은 분명하다. 그 짜릿함의 본질은 누군가의 '진실'과 마주한다는 것 때문 아닐까? 일기장이나 편지만큼 있는 그대로 가 전달되는 것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 호기심을 강하게 불러일으키는 책, “우편함 속 세계사'. 히틀러나 피카소뿐 아니라 람세스 2세의 편지까지 엿볼 수 있다니 어떻게 이 책이 궁금하지 않을 수 있을까.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은밀하고 진실한 편지들을 여럿 만날 수 있어 흥미진진했다. 또 편지의 배경이나 주인공들에 대해 풀이가 곁들여졌기에 마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듯 눈을 '쫑긋'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사람에 따라 편지는 그저 '사적 문서'라서 역사에 영향을 미친 일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 편지들(그리고 이 책에 포함되지 않은 것들까지)이 역사에 얼마나 다양한 영향을 주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과장을 좀 보태어, 이 편지가 없었다면 역사적 사건이나 순간도 없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들도 있었고. 그런 상상력을 더해 이 책을 만난 덕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즐거웠다.
심사숙고한 결과 올가미가 팽팽하게 조여지기 전에 잘라버리기로 했습니다. (p.257)
거짓이 뒤섞인 히틀러의 편지를 읽으며, 만약 무솔리니가 이 편지의 거짓들을 읽어 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면 참혹한 역사를 바꿀 수 있었을까. 혹은 그의 삐뚤어진 오판을 누군가 바로잡을 수 있었더라면. 이런 상상조차 아쉬움에서 번진 연장선일 뿐이지만, 편지만으로도 그의 성정을 파악할 수 있음에 편지가 가지는 엄청난 힘을 또 한 번 느꼈다.
의심이나 두려움은 조금도 갖지 말게. 나는 자네가 그들이 찾는 바로 그 사람이라고 확신하니까. 자네를 응원하는 지지자이자 진한 애정을 품은 친구가 자네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다고 생각하게. (p.165)
찰스 다윈이 받은 편지 중의 한 구절이다. 이런 강한 응원의 메시지가 그의 생물학 발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헨슬로는 다윈을 탐험에 추천하여 간접적 영향을 준 인물이지만, 정신적으로도 강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완전히 믿고 응원하는 것. 그것만큼 긍정에너지를 뿜는 일은 없을 것이니 말이다.
어쩌면 이 책을 통해 만난 세계사는 내가 근래에 만난 세계사 중 가장 사적이었다. 그래서 더 흥미진진했고, 쉬이 읽혔다. 그러면서 문득- 요즘처럼 편지를 쓰는 일이 드문 시절의 것들은 무엇으로 남게 될지 궁금해졌다. 여름밤, 추억 가득한 일기장을 엿보듯 그들의 편지를 엿보며, 이런저런 상상을 더 해보기도 하고- 훗날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해보기도 하며 멋진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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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피로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힘을 내기 위해 카페인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아니나 다를까 J 씨도 카페인이 함유된 탄산음료를 집에 박스로 사다 놓고 그걸 마셔가며 밤새 박사논문을 썼다. 낮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열심히 강의하랴, 퇴근하면 아이 둘을 돌보고, 아이를 재우고 나면 밀려오는 졸음과 피로를 이겨내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카페인이었다. 하지만 카페인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p.33)
내가 제일 읽지 않는 책 종류가 건강 서적이었던 것 같다. 정말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으면서도 뭐랄까, 건강까지 책으로 배워야 하나,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멀쩡할 때의 이야기였고 자꾸 여기저기가 아프니까 건강 관련 서적도 눈에 들어오더라. 건강할 때 지켜야 했지만, 아직 외양간이 무너진 것은 아니니 배워서 무너지지 않게 잘 보수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한 두 권 읽었는데 이 책은 제목부터 마음에 닿았다. 큰 병이 발병하여 증세로 이어질 때까지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스트레스 때문', '무리하셨나 봐요' 등의 말 아닌가. 나 역시 그런 말만 듣고 소극적으로 굴다가 큰코다친 케이스이기에 의사가 말하는 스스로를 지키는 법은 호기심이 일었다.
기능 의학. 나에게는 용어도 낯설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어쩌면 현대사회에 가장 필요한 영역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물론 암전문 등의 기술적인 발전도 필수적이지만, 환자의 히스토리를 파악하고 기능학적으로 건강문제를 파악하는 것. 우리가 역사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한다면, 기능의학은 자신의 과거를 통해 현재 건강상태를 파악 및 치료하고, 미래의 질병을 예방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흔히 느끼는 '단순한' 통증들이 있다. 두통이나 소화불량, 감기 등 흔하다고 판단되는 질병 말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그저 흔한 질병이 아니라 우리 몸이 보내는 사인이라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 몸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으므로 나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 양심의 가책이 든 것을 보면 과거의 나는, 나를 아껴주지 못했던 것 같다.
진료실에 피곤하다고 내원한 사람 중에 부신의 기능이 멀쩡한 사람은 100명 중 한두명 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현대인들은 부신이 약해진 것일까? 우리의 소중한 부신을 회복시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번째 충분한 쉼이다. 두번째 커피줄이기다. 세번째 균형잡힌 영양 공급이 부신 회복을 돕는다.
(그리고 고추, 브로콜리, 적양파, 아보카도) (p.163~167 정리)
만약 이 책에서 그저 충분히 쉬세요~하는 말로 이야기가 끝이 났다면 나의 읽기도 같이 끝이 났을 테다. 현대인들이 사실 몰라서 쉬지 않는가, 절대 아니다. 쉬지 못하는 스스로도 답답할 터. 이 책은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가 일상 속에서 조금이라도 유익할 수 있는 팁을 하나둘 이야기한다. 그래서 하나둘씩, 실천할 수 있는 한두 개를 먼저 해보며 건강상태를 확인해볼 수 있다. 가장 안 좋은 하나를 먼저 실천해보고, 그다음 또 하나 이렇게 말이다.
물론 아무리 좋은 정보도 본인이 실천하지 않으면 소음이나 전단과 다를 바 없다. 그래도 굳이 찾자면, 조금이라도 더 실천하기 좋은 것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은 내게 도움을 준 것 같다. 나를 짚어볼 수 있는 것들을 표시함으로써 말이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지식과 체험을 섞어 잘 버무려낸 맛깔스러운 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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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의 머리카락 색은 레드 컬러이다. 왜 하필 레드 컬러의 머리카락일까? 레드 컬러가 가진 심리에는 원초적인 사랑, 생존, 가족 등이 포함된다. 앤에게는 없던 가족의 사랑, 생존과 관련된 여러 가지 조건을 쟁취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레드 컬러의 머리카락으로 표현했음을 알 수 있다. 앤이 레드 컬러의 부정적인 성향으로 인성이 형성되었을 수도 있다. ‘남들은 다 있는데 왜 나만 집이 없는 거야!’ ‘왜 나는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해야 하는 거야!’라는 생각에 빠져 살았다면 사랑과 가족애에 관해 부정적으로 인지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앤은 외롭고 힘든 역경 속에서도 착함과 밝음을 잃지 않고 언제나 긍정적이고 인간적인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천사와 악마의 갈림길에서 악마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사랑이 넘치는 천사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p.247)
“나이를 먹으니 고운 색이 눈에 들어온다.” 혹은 “밝은 색을 입어야 아기 정서에 좋다.”는 등의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 꽤 많은 어른들이 쉽게 하시는 말이다. '블랙 앤 화이트' 컬러를 좋아하는 내가 아이를 낳았을 때 우리 엄마는 고~운 핑크색과 노란색 실내복을 사다 주셨다. 밝은색을 많이 보아야 아이가 명랑하다는 엄마의 특단 조치였다. (지금은 우리 언니가 '핑쿠핑쿠'한 옷을 입고 조카 육아에 열중하고 있다) 그 덕분인지 우리 아이는 밝고 순수한 성격으로 잘 자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로이 깨닫게 된 사실 하나는 우리는 너무 '좋아하는 색'에 꽂혀 살아온 것이 아닐까였다. 매일 다른 옷을 골라 입듯, 그날그날 끌리는 색이 다른 것이 너무 당연한데 우리는 평소 우리가 설정해둔 좋아하는 색에 집착한 나머지 다른 선택지를 선택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책을 만나며 그날 내 마음에 닿는 색에 귀를 기울였다면 조금 더 마음을 잘 알 수 있었을 테고, 그날 끌리는 색을 몸에 지녔더라면 조금이라고 힐링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라도 책 뒤쪽에 부록처럼 달린 “컬러카드”처럼 내 마음에 조금 귀를 기울이고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꽤 많이 했다.
첫 페이지에서부터 내 마음에 닿는 색을 진찰하게 하고, 여러 색의 사례들을 편안하게 제시한 덕분일까. 내 마음에 닿은 색의 이야기는 고개를 끄덕이는 마음으로 읽었고,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색의 이야기는 '아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의 마음으로 읽었다. 며칠 후, 혹은 내 마음이 다른 날은 이 이야기들이 또 다르게 읽히겠지.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저 색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음이다. 또 내가 좋아하는 색과 내 성향의 색이 다를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블랙을 매우 좋아하지만, 그린의 성향이 강한 편임을 책을 읽으며 깨달았는데, 그래서 지금 내가 가진 안식년이 나에게 그 자체로 힐링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문득 이 책을 읽으며 내 아이의, 내 가족들이나 친구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그들의 성향을 침범하지 않는 '선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컬러테라피라는 말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 역시 너무 막연한 느낌이라 과연 내가 이 책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을 먼저 했다. 그러나 그것이 기우였음을 첫 장부터 깨달았다. 이 책은 그저 내 마음에 닿는 색을 만나고, 마음 편하게 읽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어루만져지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잘 이해하고 싶다면, 내 주변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다면 당신도 이 책을 만났으면 좋겠다. 이 책은 마음에 변화의 물꼬를 터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당장 오늘 하루만이라도 색(色)이 위로를 준다면 어쩌면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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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하기에는 감정적으로 지쳐 있었다. 미안한 마음과 응어리진 우울감을 모두 토로하고 싶었지만 너무 벅찬 일이었다. 망설인 끝에 여자는 남자에게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여자의 심리 상태를 분석한 AI가 자동으로 생성한 문자메시지를. (p.166)
처음에는 이 책을 읽을지 말지 고민했다. sf를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9명의 단편이라길래 짤막짤막 재미가 있을 만 하면 끝나는 것 아닐까 하는 선입견에서였다. 순전히 킬링타임용으로 펼친 이 책을 읽는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분명 sf 소설인데 마치 머지않아 우리의 주변에 이런 일이 '당연한 듯' 있을 것만 같고, 나만 모를 뿐 어쩌면 이미 이런 움직임이 시작되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살짝 무서운 마음도 들더라. 무서워서 무서운 게 아니라 사실적이라 무서운 기분이라고 하면 공감할 수 있을까.
사실 이미 우리의 실상에 ai는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 집 꼬마만 해도 자연스럽게 “친구야, 클래식 들려줘~”를 외치곤 하니 말이다. 조명이나 문, 텔레비전 등의 수많은 기계가 ai로 작동될 뿐 아니라 음식 배달이나 초기진찰 등의 '사람만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업무도 점점 로봇이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구글 날씨를 기반으로 하여 “오늘 날씨에 적합한 음악을 추천해 드릴게요.” 정도의 멘트는 이제 우리에게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이 책 역시 이러한 배경으로 시작되었으리라. 분명 편리를 위해 시작된 문명의 발달은 그저 좋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필연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뒷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무엇인가'가 인간의 대리가 될 수 있다는 것, 감정을 판매할 수 있고, 내 감정을 ai가 유추하여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소름 돋는 기분이었다.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새 그렇지 않음을 느낄 때 오는 공허함이랄까. 나는 이 책이 너무 쓸쓸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생각한 '인간다움'은 과연 언제까지 보장될 수 있든지였는데, 책을 덮고 난 후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묵직한 마음이 든다. 언제부터인가 점점 이런 류의 책이 단순히 읽고 끝나지 않는 것은 막연히 그것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은 아닐까. 그저 이 모든 이야기가 작가님들의 기발함이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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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엔, 자신이 지닌 힘으로 보조해주려는 조력자들이 함께할 것입니다. 여기 벌거벗은 비너스를 따뜻한 색상의 부드러운 천으로 확 감싸주려는 존재처럼, 바람을 후후 불어서 순탄한 이동을 존재처럼 말입니다. (p.78)
그림을 배운 적도 없고 그림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아름다운 것에 끌리는 기본적인 욕구 탓인지, 나는 항상 예술을 탐미해왔다. 습성이라는 것이 어디 가는 것이 아닌 터라 음식도 책으로 배우는 내가 그림을 느끼는 가장 큰 수단은 역시나 책이었다. 한 권 두 권 읽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백 권에 달하는 미술책을 읽었는데(미술'사'포함) 그중 가장 큰 위안을 주었던 것이 바로 '그림의 힘'이었다. 당시 내 마음이 힘들었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그 책은 오래도록 위안이 되었다. 여러 날 여러 번에 걸쳐 책을 만나며 다른 위로들을 얻곤 했었다.
그리고 그 책이 '프레더릭 레이턴 에디션'으로 (심지어 '불타오르는 6월'을 표지로!) 돌아왔으니 내가 다시 만나지 않고 배길 수 있나. 아트테라피의 늪에 기꺼이 뛰어들어야지! 혹시나 그림에 대한 지식이 없어 아직도 '그림의 힘'을 만나지 못한 책쟁이들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장바구니에 담으시길. 배경 지식이 없어도 술술 그림과 위로가 읽힐 테니. 그리고 일단 이 책은 '미모'로도 도록으로서의 '역할'로도 빠지는 것이 없는 '가성비', '가심비' 다 채우는 책이다.
처음 김선현 교수님의 책을 만났을 때, 박물관의 이어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술을 잘 모르는 내게도 이 책은 그렇게 쉽게 다가왔다. 잔잔한 문장과 그림 하나. 어떤 날에는 그냥 마음이 닿는 그림을 먼저 보고 내용을 읽기도 했고, 어떤 날에는 내용을 읽으며 그림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처음 책을 펼칠 때는 그림이 무엇일까 맞추는 재미가 있었고, 여러 번 읽은 후에는 그 그림들을 찬찬히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잡념들이 사라지곤 했다.
'고삐에 매였으면서도 '원하든 원치 않든 달려야 함'에서 바뀌어서 있습니다. 이 넓은 평원에 '서 있는 말' 그 자체서 우리는 쉼의 정서를 받습니다. (p.59)
자기만의 원리원칙을 고집하느라 얼마나 많은 재미를 놓치고 있는지. (p.101)
이미 읽은 책을 다시 읽고, 몇 년 전에 나온 '그림의 힘'을 또 꺼내어 읽고, 두 판본의 그림을 비교해보며 다시 읽고- 여러 번 반복하여 읽음에도 이 책은 지겹다는 느낌이 없다. 어려움도 없다. 그저 잔잔히 그림의 호수에 나를 띄우고 둥둥, 흘러가는 느낌이랄까. 제목을 외울 필요도 없고, 작가를 알 필요도 없다. 그림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와 위로를 한껏 얻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반복적으로 이 책을 만나다 보니 몇몇 그림들은 자연스럽게 익혀지기도 했으나, 여전히 나는 그림들을 공부하기보다는 그저 만난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그림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소곤소곤 들려주며,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내느라 애썼다고 등을 토닥여주는 책.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반 고흐'나 '클로드 모네', 혹은 '프레더릭 레이턴'이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냐고 말을 걸어오는 책. 위로가 필요하다면- 그림을 몰라도 순서를 지키지 않아도 좋다. 그저 마음이 닿는 어느 페이지든 펼쳐 들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나머지는 책이 알아서 해줄 테니.
(* 참고 : '프레더릭 레이턴 에디션'은 기존 '그림의 힘'보다 약간 크기가 작아지고, 가독성은 높아졌다. 그래서 장소에 구애 없이 더 자주 '그림의 힘'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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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도 똑같아. 열심히 준비했는데 허무하게 끝날 때가 많아. 각종 시험부터가 그렇잖아. 몇 년 공부해 단 몇 시간 안에 판가름 나. 생각하니 정말 허무하네. (p.47)
별다른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소설을 읽지 않았다. 육아에 직장에, 꾸준한 시간을 내어 책을 읽는 것이 어려웠기에 손 놓기 힘든 소설을 읽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나는 5분이면 5분, 2시간이면 2시간. 시간이 나는 대로 책을 잡고 읽었다. 그러다 올해, 육아도 시간도 꽤 여유로워져 다시 소설들을 들춰보곤 했다. 역시 재미있다며 박수를 잔뜩 준비한 채 말이다.
꽤 길었던 '소설 금지' 시즌에도 '페인트'는 찾아 읽었던 나에게 어쩌면 '챌린지블루'는 당연한 순번처럼 느껴졌다. 심지어 꿈과 미래에 대한 압박으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전하는 응원이라니. 어쩌면 내 삶에서 가장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내는 지금, 내가 읽어야 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우연이 아닌 것 같았다.
어린 친구들을 멘토링하며 자주 했던 말이 있다. 나이, 직업과 관계없이 꿈을 꾸라고. 그러나 정작 나는 먹고살기 위해 꽤 오래 꿈을 잊고 살았다. 아니, 살기 위해서 진짜가 아닌 꿈들을 만들어 그 안에 나를 욱여넣었던 것 같다. 승진이나 인정, 적금의 만기나 특정 물건의 구매 같은 '비교적 이루기 쉽고, 가치가 낮은' 것들에. 이 책을 읽는 내내 휘청이는 바림에게서 나를 본 것은, 다른 이의 천재성을 부러워하면서도 나아가지 못하는 한심함을 마주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였는지도 모른다. 먹고 산다는 것을 핑계 삼아, 가지지 못한 재능을 그저 기회가 없어 못 가진 것처럼 포장해왔으니까. 그러나 나는 이제 꼭 바다로 가지 않는 물길도 쓸모없지 않음을 받아들였다. 어쩌면 바림도, 바림의 엄마도, 그것을 받아들였기에 조금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리뷰에 이토록 나의 감정을 꼼꼼히 적는 것은, 이 책이 진짜 주고자 한 깨달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똑같은 블루는 세상에 하나도 없듯 모두가 이 책을 읽고 느끼는 감상은 다르겠지만, 품었던 꿈에 대한 열정, 그 시절 갈망했던 응원은 같지 않을까. 그저 담담히 다림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 같지만, 작가는 이 글 안에 꽤 많은 것을 담아두었다. 나보다 재능을 가진 이를 보며 그 사람의 노력보다는 '운'을 보려고 하는 옹졸함도, 꿈을 꾼다고 하여 모두가 바다로 흐르는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성찰도, 내면에 귀를 기울여야만 진짜 행복을 만날 수 있다는 깨달음까지도 빼곡히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멍하니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가다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쳤다. 오묘하게 다른 색의 나열조차 세상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다 다른 어떤 색이기에, 타인의 기준에 맞추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작가의 위로에 눈물이 핑 돌았다. 지금 무슨 색인지 알지 못하더라도 살 가치가 있다는 것에 눈물이 났다.
페인트도 그랬지만, 이 책이 청소년 문학이라는 것이 오히려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여전히 철이 들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고민하고, 생각하며 꽤 깊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가장 철학적인 순간은 고2 겨울방학 즈음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만 하더라도 그때만큼 나의 진로에 대해, 미래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일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아직도 대답할 말이 없다.
나는 구분 짓기도 애매한 '청소년 문학'이라는 말 대신, '꿈이나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문학'이라고 고쳐 적기로 했다. 마흔이라고 인생에 고민이 없고 명료한가 생각하니 곧바로 고개가 저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진로나 인생을 고민하는 10대들에게 큰 도움을 줄 이야기지만, 나처럼 여전히 철들지 못한 어른에게도 응원을 주는 반짝이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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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사세요. 그러려면 돈도 필요하지요. 일을 하고 노력해서 번 돈으로 시간을 사세요. 그리고 그걸 슬프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굉장히 숭고하고 대견한 일입니다. 시간을 사서 하고 싶은 일에 마음껏 쓰십시오. (p.55)
김창옥 소장님은 당연히 모르겠지만, 언제인가 그가 강의에서 한 한마디가, 그때의 나를 살게 했다. 열심히 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사람이 로봇도 아니고 어떻게 매일 달리냐고. 물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일 수도 있지만 미칠 것 같던 날, 아무도 해주지 않던, 심지어 나조차 나 자신에게 해주지 않던 말을 그가 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그날 그는 나의 동아줄이었다. 그 후로 마음이 버거운 날마다 그의 책이나 강의를 찾았다. 또 그의 인스타그램에서 진짜 제주도민 같은 사진들을 보며 피식 한번 웃고 마음을 툴툴 털기도 했고.
길었던 회사생활 대신, '배고파도 행복한 백수'가 되기로 한 나지만 막상 그것을 결론지을 달이 다가오니 초조한 마음이었다. “여자가 몇 년 뒤에 그 경력을 다시 인정받고 일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말들을 반복해서 들으니 마음에도 멍이 든 기분이랄까. 그런 나에게 또 한 번 그가 위로를 건넨다. 당신 삶에 진짜 중요한 것이 뭐냐고, 당신이 지킨 것이 당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그동안의 책들이 모두 다 좋았으나, 이번 책은 본인조차 행복하기 위해 한 박자 더 느리게 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 더 좋았다.
'나를 살게 하는 것들'. 우리는 때때로 '사야 할 것들(buy)' 때문에 '살게(live) 하는 것들'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돌아보면 나도 지난 십여 년을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와 나를 살게 하는 것을 찾아, 뭔가를 살 수 있게 해주던 수단을 버리려고 하니 두려울밖에. 그러나 그것에서 하나도 행복하지 않고 힘이 든다면 진작 놓아야 했음을 또 한 번 깨닫는다. 그리고 내면의 소리를 들은 이들이 잘되기를 바란다는 응원이 나를 향한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얼마 전 지인들과 와인을 마시며 김창옥 소장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힘들 때 실컷 힘들어하되 그것을 딛고 일어나는 것도 또 하나의 용기가 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주어, 김창옥 소장님의 글이나 강의가 좋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이 책이 딱 그런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지금까지 그의 글이나 강의도 늘 힘을 주는 것들이었지만, 이 책은 특히나 그런 느낌을 주었다. 힘들면 힘들어해도 된다고, 잠시 쉬어도 된다고. 그러나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자신을 충전하고 일어나라고.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는 사람으로 살라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자신이 이해하는 것이라 말하는 그의 글을 읽으며 내 인생의 마침표는 어떤 순간에 찍힐지, 내가 만들고 싶은 나의 스토리는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보았다. 또 언제인가 어른이 된 나를 상상하며 내가 만들어가고 싶던 나의 인생이 무엇이었는지도 떠올려보았고.
내가 바랬던 내 삶에서 다소 멀어져 왔지만, 이제라도 그것을 향해 걸어갈 준비를 할 수 있음이 감사한 일 아닐까? 아무도 응원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나를 응원하니까. '수단'이 '목적'을 흔드는 고민의 순간에 그 덕분에 다시 목적을 보고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어디를 향해 걷고 있는지 헷갈릴 때마다 나는 이 책을 뒤적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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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세상을 내려다본다면 내가 지금까지 미루어놓았거나 실패했던 일들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자신과의 내기 같은 거였다. 터무니없어도 한 번쯤 믿어보는 거. 정말 그렇게 될 거라는 듯 가슴이 벅찼다. (p.55)
녹색과 갈증. 어떻게 이 두 단어를 합쳐놓았을까. 사실 내가 이 책을 처음 받아들고 했던 생각 그거였다. 해설에서 소유정 문학평론가가 풀이해두었듯 에드워드 윌슨은 녹색 갈증을 '다른 형태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라고 한다는데, 내가 읽은 최미래의 녹색갈등은 에드워드 윌슨의 그것과는 다소 다른 느낌이었다. 분명 자연으로의 회귀본능을 담고 있으나, 그녀의 갈증은 한결 목이 마르다. 바싹 말라버린 낙엽 같다.
사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참이나 내가 이 책을 읽은 소감을 기록할 수 있을지 망설였다. 이 책의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모호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이 책의 '막힘 속의 해소감'을 내가 스포일러 없이 잘 이야기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느낀 점을 정리하자면, “미칠 것 같은 나날들 사이에 마신 놀랍도록 차가운 맥주의 맛” 같았다. 건조하고 결핍된 이들 사이에서도 분명히 살아가는 이유, 숨을 쉴 수 있는 시공간이 존재하는 것. 각박한 삶 속에서도 살아가게 하는 이유는 존재하는 것. 이 책에서 나는 결핍과 생, 둘 다를 느꼈다.
어렴풋한 목소리는 어딘가 익숙했고 분명히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던 것 같지만 착각에 불과할 것이다. 있지도 않은 윤조의 할머니가 종종 저 멀리서 나를 불러내던 것과 같이. (p.144)
다르게 보면 다르지만, 또 비슷하게 보면 비슷한 것도 같았다. 자기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힘도 사람에 포함된다면. (p.97)
고요하고 어떤 의미로는 평온했다. 일정한 균열감이 스트레스가 시야에 방해되지 않는 정도의 안개처럼 낮게 깔린 나날이었다. (p.87)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삶의 힘든 순간은 안개와 같다고. 거기를 지나올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답답하고 미칠 것 같지만, 막상 그곳을 지나와서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저 구름이나 수증기, 그런 것일 뿐이라고. 이 책을 읽으며 그때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내가 안개에 발을 디딜 때의 기분, 그 안개 속을 걷던 답답한 심정, 그리고 그곳에서 빠져나와 돌아보며 느낀 시원하고도 허전한 이상한 기분.
사실 이 책을 읽은 후, 이 책이 어쩌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작가가 겪은 갈증과 간절히 바라던 해소. 그리고 그것들이 묘하게 얽혀 마치 우리 사는 세상처럼 갈증과 해소 그 어딘가에 머무른 현실.
읽기에 결코 쉬운 책은 아니었으나, 소설이 이렇게 오래도록 마음에 남고 생각을 하게 한다니 묘한 일이다. 나의 솜씨가 짧아, 이 책을 더 매력적으로 소개하지 못함이 아쉽다. 그러나 자그마한 책에는 훨씬 큰 세상이 담겨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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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지속가능한 성장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그럴 때 스스로 진정한 만족을 느낄 수 있고 장기적인 성장 또한 가능해진다. (p.184)
사실 이 책은 제목이 그다지 끌리는 편은 아니었다. 부와 행복을 굳이 같은 선상에 두고 끌어 다녀야 하나, 생각했기 때문.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는 이 책이 부, 행복 등 수많은 것들이 내 마음에 달렸고 그래서 내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이런 제목을 붙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혹시 나처럼 이 책의 제목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면 '나를 바꾸는 말의 힘' 정도로 생각하고 이 책을 만나보기를. 분명 한 문장은 내게 닿는 말이 있을 테니 말이다.
운명, 행복, 풍요, 관계, 인생 등 다섯 가지 주제로 이루어진 이 책은 말이나 성향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한다. 말을 내뱉는 것은 자유이나 그 말의 책임을 지는 것도, 그 말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도 결국 자신이기에 말을 더욱 신중히 하고, 더욱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머리에는 늘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누군가의 문장에서 차근차근 만나니 한결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가장 마음에 닿았던 것은 귀한 사람이 귀한 대접을 받고, 내가 나를 사랑할 때 타인도 나를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제일 어려워하지 않나. 물론 나르시시즘이 과하게 높은 것도 문제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너무 슬프다. 어쨌든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하는 것은 나여야 하는데, 사람들은 쉽게 그것을 잊어버리는 듯하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고, 말의 힘을 새삼 깨닫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요즘 내가 한 부정적인 언어를 생각해보았는데, 특정인의 이야기를 할 때였던 것 같다. 오가며 마주치기에 완전히 피할 수도 없고, 한 번 싫다는 생각을 하니 점점 더 싫어서 자꾸 더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이는 사람. 그런데 문제는 그 사람으로 인해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내가 나쁜 언어를 내뱉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걸 반복하고 있던 것. 나를 위해서라도 그 부정적 감정을 끊어내는 것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정적 생각은 나를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끈다.
너무 늦어서 못한다는 말은 하지 말자. 무언가에 도전해도 시간은 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간다. 다만 결과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p.96)
요즘 들어 자주 했던 생각이, 꼭 무엇인가 정해놓고 좋아하고 실천해야 하나-였다. 그저 내 마음이 닿는 대로 무엇인가 좋아하기도 하고, 즐기기도 하면 안 되나 하고 많이 생각했던 것. 이 책을 읽고 나서 조금 더 그런 생각에 확신을 해본다. 대신 그것이 무엇이든 늘 멈추지 말고 도전하고, 즐길 것. 그리고 긍정의 언어로 나를 응원할 것을 잊지 말아야지.
내가 아이에게 해주던 수많은 긍정의 언어들을, 정작 나 자신에게는 해주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다. 이제라도 말의 힘을 믿고 스스로에게도 긍정을, 응원을 보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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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누구나 나와 같은 에피소드가 차곡차곡 쌓여있을 것이다. 여행이란 것이 계획대로 되면 그것은 이미 여행이 아니지 않겠는가. 여행은 결국 불확실성에 대한 모험이다. 그리고 훌륭한 여행자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펼쳐지는 삽질 에피소드 덕에 일정이 꼬이길 수십 번, 덕분에 화가 나고 답답하기도 수천 번이다. 그래도 세월이 지나 보면 그 어느 에피소드보다 삽질 에피소드만 생각나는 것이 우습기도 하다. 심지어 당시의 고생은 잊어버리고 기억이 퇴색되어 우스운 일화 정도로 남아버리니. (p.261)
나는 비교적 여행 운이 좋은 편이다. 운 좋게 룸 업그레이드를 받게 되는 경우도 많고, 저렴한 맛에 예약했는데 멋진 풍경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단 하나 치명적 단점이 있다면, 나는 비를 몰고 다니는 여자. 내가 여행을 가면 언제나 비가 온다. 언제인가 내가 태국여행을 갔을 때 내린 비는 기록적 폭우여서, 비행사에서 제공한 호텔에 하루를 발이 묶여있기까지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냄새나는 호텔이었다) 그런데, 여행 대부분이 이벤트를 만나는 사람이 있다니. 나는 사실 '삽질이 가득한 여행'이라는 이 책의 홍보문구에 '그런데도 계속 여행을 가냐'는 물음표가 먼저 들었다. 체험형 여행과 휴식형 여행 중 나는 철저히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기에 힘든 여행에 대한 반의가 먼저 든 탓. 그러나 이 책을 다 읽어갈 즈음에는 완벽히 남는 것이 있는 여행이었기에 반복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 결과의 삽질이라면, 한 번쯤 해볼 만 하지 않은가, 하고.
그녀의 삽질(?)은 실로 다양하다. 삽질만 모아 책 한 권이라니! 경험 분실은 기본, 화장실에 갇히기, 태풍, 벌레의 습격, 비상식적인 가이드까지 정말 골고루 이상한 상황들을 만난다. 그러나 지리덕후로서 모래사막을 만나는 만족을 얻기도 하고, 불편한 버스 안에서의 아름다운 일출도 만난다. 물론 삽질의 비중이 크기는 하지만 그녀의 말처럼, 그렇기에 그 여행이 더욱 오래 기억에 남고 에피소드를 하나씩 남길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정말 이 정도까지 겪는다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그만큼 읽는 내내 웃음이 가득했다. 그녀의 삽질을 미리 학습함으로써 우리는 그런 오차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고, 여행에서 삽질을 만난다고 해도 웃으며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녀의 유쾌한 글들에서 이미 우리는 그런 '회복 탄력성'을 얻었기 때문이다.
여행에서의 변수는 즐거움의 요인이 된다는 그녀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그런 변수가 싫어 가기 전에 철저하게 계획하고, 가서는 푸욱~ 쉬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온 나의 여행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기는 하지만 그녀의 여행도 너무 흥미로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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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작고 소중한 놀이의 기억들. 가족에게 사랑받고 사랑하던 빛나는 순간들. 어른이 된다고 해서 살아가는 일이 마냥 쉽지는 않지만, 때론 이 기억들이 나를 살게 한다. (p.53)
언제인가 한 지인이 내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티가 난다고. 그 사랑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사랑하고, 타인에게도 그 마음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랑에도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고. 그게 어떤 것인지 정작 나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말이 너무 행복해서 온 마음이 따뜻했고, 내 사랑을 그 지인에게도 마구 나눠주고 싶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된 게 지인이 말하는 나의 상태가 '정서적 안정'이었구나 싶어졌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 담고 사는 아픔이 많아서, 무얼 먼저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다던 지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지인에게 비록 당신이 그렇게 사랑받지는 못했지만, 당신은 그 힘든 시기를 다 지나와 사랑을 만들어서 나누기 시작했으니, 당신이 사랑 1세대가 되었다고 말해주고 싶어졌다. 이제 이들처럼, 당신의 어린 시절에 쌓인 아픔을 하나씩 꺼내놓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 책에는 선택적 함구증을 앓는 쌍둥이 자매가 나온다. 아무리 쌍둥이라도 그런 마음의 병까지 닮을 것이 뭔가. 바쁜 부모님 대신 그녀들을 지켜준 할머니. 책 대부분에 가득한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읽으며 정서적으로 안정된다는 것이, 양육자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깊게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는 나의 정신건강을 더 잘 관리하자는 생각도 많이 했고.
아마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며 정서의 안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게 된다. 더욱이 그녀들이 어린 시절 함구증을 겪은 시기의 심리와 그것을 깨고 나오던 이야기를 소상히 적어두어 실제 심리적 문제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는 위로의 글도 될 듯하다. 나 역시 그녀의 엄마가, 또 그녀들이 직접 했던 응원의 말들을 읽으며 마음을 다해 위로를 얻었으니 말이다. 더불어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에게 어떤 말들이 참 응원이 되는지도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고.
목소리를 내고 싶은데 안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목소리를 내고 싶은 마음조차 없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불편했다. 나를 쳐다보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싫었고, 말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겁났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펼쳐지는 것이 두려웠다. (p.20)
이 책은 심리적인 면에서도 훌륭했지만, 지식적인 면에서도 좋았다. 사실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말이 최근에서 와서 언론에 알려졌지, 지금껏 이해받아온 병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대부분은 말수가 유독 없다거나, 소심해서 말을 못 한다거나, 사교성이 굉장히 없다거나, 심하면 언어장애가 있다는 오해를 받거나 하는 중의 하나지 않았을까. 나 역시 그런 가해자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나의 무지가 부끄러웠다. 이 책을 통해 타인에 대해 조금 더 넓은 폭의 이해를 하고 필요한 만큼의 감정적 거리를 유지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보기도 했다.
잔잔하지만 강단 있는 그녀들의 성장기를 통해, 내가 받아온 정서의 안정에 감사하는 마음과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안정까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책은 나에게도 성장기가 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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